서울시의회 민주당, 박 사장 해임안 처리 고심업체 선정 비리, 공금 유용 등 의혹 불거져..
  • ▲ 지난해 1월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인배 사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1월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인배 사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문화멘토]로 알려진
    박인배(60)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대한 해임안 처리를 검토하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만약 박 사장의 해임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면,
    3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된다.

    서울시의회 전체 의석(114석) 중 
    3분의 2가 넘는 77석(67.5%)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같은 당 소속인 박원순 시장의 [멘토] 중 한 사람을 상대로
    해임안 제출을 고민하는 상황 자체가 워낙 뜻밖이라,
    그 배경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박 사장 해임론(論)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박 사장이
    세종문화회관 산하 기관과 관련된 사업에서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를 선정하는 등
    석연치 않은 비리 정황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 사장 취임 당시부터 이어져온 이른바 [무능] 논란이다.

    지난달 26일 김태희 의원(민주당·서대문3)은
    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을 통해
    박 사장의 비리 의혹 및 경영부실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김 의원은
    박 사장의 비리 의혹을 제보한 내부 관계자가 퇴사당하고,
    심지어 통장사본을 훔친 혐의로 고발까지 당했다며,
    비리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한 의혹도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제보자에 따르면
    금품수수 비리가 의심되는 통장사본이 발견됐다.

    그런데 제보자는 퇴사당하고
    명예훼손 및 통장사본 절도 혐의로 고발당했다.


    세종문화회관 직원이 연루된 유령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삼청각이 웨딩업체를 선정하면서
    회관 직원 모친 명의의 회사를 뽑았다.
    이 과정에서 국내최대의 업체는 탈락했다.

    이곳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다.


    박 사장에 대한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의원은
    박 사장이 지방 출장을 가면서 공금을 부당하게 사용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최근 직원 10여명과 함께 제주도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했다.

    경비는 모두 주최측에서 부담키로 했으나
    박 사장은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개인일정을 보면서,
    470만원이 넘는 판공비를 썼다.


    박 사장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웨딩업체 선정은 공개입찰과 심사위원회를 거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


    박 사장을 둘러싼 각종 비리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한 김 의원은
    세종문화회관이 사장의 경영 미숙과 내부비리 등으로
    위기에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세종문화회관을
    빈사 상태에 몰아놓은 주범이란 비난을 받고 있는 박 사장은
    한때 박원순 시장의 [문화멘토]로 불렸던 인사다.

    박 사장이 임명장을 받은 것은 지난해 1월 10일.
    그러나 박 사장의 임명은 인사의 적격성 여부를 두고 적지 않은 논란을 빚었다.

    박 사장은
    1980년대 후반 소규모 극단의 예술감독을 역임했으나,
    서울을 대표하는 공연예술전문기관의 수장을 맡기에는 [함량 미달]이란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박 사장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당시 공연예술계에서는
    박 시장이 자신의 [문화멘토]에게 보은(報恩)을 하기 위해
    자질도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무리하게 임명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극단 <현장> 예술감독을 지낸 박 사장은
    <서울노동자문화예술단체협의회> 대표,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 운영위원장,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민예총)> 사무총장 등을 거쳤다.

    이력으로도 알 수 있듯
    국내 문화예술계의 대표적 [깡통진보] 인사로
    [국보법 폐지], 재독 북한공작원 [송두율 교수 석방] 등에 앞장섰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후에는
    <희망서울 정책자문위원회>에서 문화환경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박 사장 임명에 대한 예술계 안팎의 우려는 곧 현실화 됐다.

    박 사장은
    임명과 동시에 세종문화회관 산하 9개 예술단의 예산을 25% 깎아 버렸다.
    예산이 줄어들면서 산하 예술단들은 심각한 파행을 겪었다.
    일부 공연단의 경우 예정된 공연을 취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뮤지컬단, 오페라단은 단장이 갑작스런 예산 삭감에 반발하면서 스스로 물러나기도 했다.

    특히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행사로
    8년재 이어지던 <광화문 별밤 축제>를 축소운영하면서
    회관 내부 직원들의 반발을 자초했다.

    이 과정에서 공연기획을 맡은 직원들은
    박 사장의 수정지시요구에도 불구,
    같은 안을 다시 제출하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박 사장의 [코드인사]도 물의를 빚었다.

    박 사장은 지난해 4월
    공석 중인 서울시 뮤지컬단 단장에
    유인태 민주통합당 의원의 동생인 유인택 군장대 석좌교수를 임명했다.

    유 단장 선임 당시 회관 주변에서는 박 사장과 유 의원의 친분설이 나돌았다.

    박 사장이 새로 만든 문화예술교육팀장에는
    그가 예술감독으로 있었던 극단 <현장>의 어연선 대표가 임명됐다.

    산하 예술단의 잇따른 공연 취소와 단장 사임,
    검증되지 않은 사업 추진, <별밤 축제>의 돌연 취소와 직원들의 내부 반발,
    [제 식구 앉히기]에 따른 인사 잡음 등이 겹치면서
    세종문화회관은 박 사장 취임 후 [갈지자 행보]를 거듭했다.

    사장의 해임안이 곧 시의회에 제출된 것이란 소식을 접한 세종문화회관은
    비교적 담당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직원들은 내부 반응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극도로 말을 아꼈다.

    수장이 해임될 위기에 처했는데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시의회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


    기사가 나간 뒤,
    세종문화회관은 박 사장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사안 별로 적극적인 해명을 했다.

    우선 내부 직원과 관계된 유령회사를 부당하게 선정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정된 업체가 퇴사한 전 직원의 모친 명의로 된 회사는 맞다.
    그러나 페이퍼컴퍼니는 아니다.
    직원도 있고 거래실적도 있다.


    박 사장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금품비리는 절대로 없었다.
    박 사장은 내부 제보자가 제기한 의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박 시장의 공금 유용 논란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 사장이 공금을 유용한 것이 아니다.
    박 사장이 사용한 금액은 436만5,000원으로,
    이 금액은 모두 함께 간 직원 10명의 항공료와 체제비 기타 출장경비로 썼다.
    박 사장은 본 행사에 참여했고, 개인일정으로 공금을 쓴 사실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