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 서울시교육감, “곽 전 교육감 정책 수정·보완할 것 많아” 혁신학교, 수순 밟아 단계적 폐지?학생인권조례, 독조조항 제거..사실상 무력화서울시의회와의 관계정립, 당장 해결해야 할 숙제
  • ▲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당선된 문용린 교육감이 서울 중구 신당동 캠프에서 지지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환하고 웃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당선된 문용린 교육감이 서울 중구 신당동 캠프에서 지지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환하고 웃고 있다.ⓒ 연합뉴스

    곽노현 전 교육감의 유죄확정판결로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재선거 결과 보수단일후보로 나선 문용린 후보가 당선되면서 서울교육의 방향도 달라질 전망이다.

    반 전교조를 앞세운 문 교육감은 선거기간 동안 곽 전 교육감의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등에 대해 날 선 대립각을 세우며 좌파교육계의 ‘혁신교육’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을 예고했다.

    이에따라 ‘진보’에서 보수로 수장이 바뀌는 서울교육은 한바탕 큰 폭의 변화가 전망된다.

    당장 문 교육감은 19일 소감발표 뒤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서울교육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무상급식을 비롯해 교육정책의 기본 틀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로 대표되는 곽 전 교육감의 혁신정책은 전면적인 수정 혹은 사업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정책은 곽 전 교육감이 각별한 애정을 쏟은 진보교육의 아이콘이었으나, 추진과정에서 보수 학부모 시민단체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오는 등 학교안팎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혁신’에서 ‘안정’으로, ‘전교조’에서 ‘반 전교조’로 돌아선 서울교육의 변화상을 살펴본다.


    #‘진보 아이콘’ 혁신학교, 앞날 불투명..당분간 유지, 단계적 폐지?


    곽 전 교육감이 공을 들인 ‘서울형 혁신학교’는 현재 61곳이 운영 중이다. 문 교육감은 혁신학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확실히 하고 있다.

    특히 문 교육감은 후보 시절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평등’을 강조한 혁신학교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일반학교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사업의 단계적 축소 방침을 이미 밝혔다.

    “학생을 위하고 그래서 경쟁이나 줄 세우기를 하지 않겠다는 전교조의 혁신학교에서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훨씬 많이 나왔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이들 학생들의 미래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학생들을 위한다는 전교조는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결국 전교조와 혁신학교는 교육의 기본부터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 본지 12월 15일자 <인보길초대석 – 문용린 후보 편> 중 일부

    다만 문 교육감은 이미 사업시행이 2년차에 접어들었고, 혁신학교로 지정·운영 중인 학교가 61곳에 달해 정책자체를 당장 폐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혁신학교를 확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따라서 혁신학교 사업은 현재 운영 중인 학교들의 사업시행기간이 끝나는 대로 단계적인 정리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 郭의 ‘페르소나’, ‘학생인권조례’..사실상 유명무실?


    혁신학교와 더불어 진보교육의 상징과도 같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문 교육감의 인식은 혁신학교보다 더 부정적이다.

    문 교육감은 혁신학교를 ‘학력부진’이란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보고 있지만,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는 ‘교권’과 ‘교실’이 붕괴를 초래한 근본적인 해악이란 판단을 내리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기본적으로 교사의 두 손을 꽁꽁 묶어 놓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중학교에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에게 교사가 이어폰을 빼라고 하면 요즘 학생들은 “빼보세요”라고 말한다.
    화가 난 교사가 그 학생 곁으로 가려는 모습이라도 취하면 같은 반 다른 학생들이 “야 (휴대폰 카메라로)찍어 찍어”를 외친다.
    결국 교사가 손도 못 대고 돌아서면 교실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찬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교사의 권위가 서겠나.

    더 심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한 학생이 학교 안에서 담배를 피우다 교사에게 걸렸다.
    그런데 학생이 한사코 담배를 안 폈다고 우긴다. 그런데 학생의 주머니를 삐집고 나온 담뱃값이 보인다.
    그런데도 교사는 학생의 주머니를 검사하지 못한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동의가 없는 한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 아래서 교사들은 학생을 지도할 방법이 거의 없다.
    소위 ‘1진’ 학생에 대한 지도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의 소지품은 물론 복장도 검사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슨 수로 이들을 지도 할 수 있겠는가”

    - 본지 12월 15일자 <인보길초대석 – 문용린 후보 편> 중 일부

    그러면서 문 교육감은 현재 공포·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 중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무력화’하고 있는 독소조항을 확실하게 수정, 보완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때문에 학생인권조례 중 두발 및 복장 규제 금지, 휴대폰 소지 및 사용 규제 금지 등의 조항이 전면 개정되거나 삭제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곽 전 교육감이 전면 금지한 ‘체벌’역시 교과부의 방침대로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덧붙여 보수 학부모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성적소수자에 대한 권리 보호 등 민감한 규정들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 무상급식은? 기본적으론 찬성, 확대시행 여부는 불투명


    혁신학교나 학생인권조례가 사실상 용도폐기될 운명에 처한 것과 달리, 2010년 교육감 선거 당시 최대 이슈로 떠올랐던 무상급식에 대한 문 교육감의 입장은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문 교육감은 무상급식에 대해 이미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확대시행 은 시의회의 예산 증액여부를 보고 결정한다는 판단이다.


    #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정부 방침대로..


    교과부와 ‘진보교육감’ 사이에 격렬한 갈등을 불러일으킨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생부 기재 논란은 문 교육감의 당선과 함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문 교육감은 교과부의 방침대로 이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 민주당 서울시의회, 박원순 시장과는 불편한 동거?


    서울시교육청의 새 주인이 되는 문 교육감이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는 다름 아닌 시의회와의 관계정립이란 지적이 많다.

    학생인권조례의 독소조항 제거 역시 시의회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가 강조한 학교환경 및 시설개선을 위한 예산 배정 역시 시의회의 동의가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관계설정 역시 문 교육감이 풀어야할 중요한 현안이자 과제다.



    # 18개월 교육감, 임기가 갖는 태생적 한계


    문 교육감의 임기 역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20일부터 바로 업무에 들어가는 그의 임기는 불과 18개월.

    때문에 문 교육감이 짧은 임기 안에 중학교 1학년 시험 폐지, 소규모 학교 만들기, 공립유치원 2배 확대 등의 주요공약들을 실현하는 것인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소규모학교만들기 등 일부 공약에 대해서는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할 것이란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