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정전협정과 상충" … 안보-경제 위기 도미노유엔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 오산 압색 사태 재발하나文 '유엔사 패싱'으로 韓 장교 유엔사에 자리 잃어"자강으론 안보 못 지켜"… 동맹 흔드는 위험한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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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첫날인 지난해 7월 25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을 찾아 북측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비무장지대(DMZ) 관련 법안이 한미 동맹 균열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73년간 유지된 정전협정을 국내법으로 무력화하려는 이 시도는 '정전 관리 실무 주체'인 유엔군사령부의 강력한 반발을 넘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주한미군 철수와 경제 보복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정부는 이를 입법권과 정전협정의 기술적 충돌로 평가절하하지만, 전문가들은 '거래주의'와 '돈로주의'(도널드 트럼프식 먼로주의)가 지배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특성을 간과한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지난해 8월 오산 공군기지 압수수색 사건을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투자 압박 카드로 활용했던 전례는 유엔군사령관이 주한미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을 겸직하는 현 지휘 구조에서 'DMZ 법안'이 안보-경제 연쇄 타격의 도화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의안 원문이 드러낸 독소 조항 … '유엔사' 지우고 통일부 권한만 비대화31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계류 중인 DMZ 관련 법안들은 'DMZ의 보전과 평화적 이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유엔사의 관할권을 부정하는 초법적 특례를 담고 있다.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통일부에 '비무장지대 평화위원회'를 설치하고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도 통일부 장관이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출입 및 반입 등을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는 정전협정 제1조 제9항(군사정전위원회의 특정한 허가 없는 출입 금지)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독소조항으로 볼 수 있다.이재강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비무장지대의 보전과 평화적 이용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제5조에서 "다른 법률에 우선한다"며 이 법을 기존 DMZ 관련 법률보다 우위에 뒀다. 제15조는 비무장지대 출입 또는 물품·장비의 반출입 시 관계 기관과 협의하고 비무장지대출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인하도록 규정했으나 유엔사를 명기하지 않은 채 '관계 기관'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다.이와 관련해 정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에 출석해 "이들 입법안은 유엔군과 사전 협의를 거치게 규정하고 있으므로 정전협정과 충돌하지 않는다"며 "유엔사가 얘기한 건 유엔사의 입장인 것이고 국회가 법을 제정하는 것은 입법부의 고유 입법 권한"이라고 주장했다.정 장관은 또 "대한민국 영토를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사 허락을 받고 비군사적·평화적 이용에 관해서 제재를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전 질서 관리를 '영토 주권' 프레임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정 장관의 이러한 주장은 '이 조건과 규정의 의도는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것'이라는 정전협정 서언의 문구를 근거로 한다.그러나 정 장관의 주장과 달리 한 의원의 발의안은 정전협정을 우회하게 돼 있으며 이 의원 발의안은 유엔사를 명기하지 않은 채 '관계 기관'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다.이에 대해 전직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유엔사를 명기하지 않은 채 통일부 중심의 승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유엔사의 고유 권한을 잠식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며 "이는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거센 비판을 자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 ▲ 유엔사 장병들이 2020년 11월 4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비무장 상태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 ⓒ뉴시스
◆유엔사의 이례적인 반박 … "정전협정과 DMZ 법안들은 완전히 상충"유엔사는 지난 2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전협정 조항을 조목조목 낭독하며 "정전협정과 DMZ 법안들은 완전히 상충한다. 결코 양립할 수 없다"는 등 DMZ 관련 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유엔사 관계자는 "정전협정 서언에 '군사적 성질'이 명시된 것은 이 협정이 평화협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적 성질'이라는 표현은 6·25전쟁이 끝나지 않았으므로 DMZ에 대한 군사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로서 협정의 한계를 규정한 것일 뿐 권한을 제한한 것이 아닌데 한국 정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이어 "대한민국이 DMZ 출입 승인 권한을 갖는 것은 정전협정에 정면 충돌하는 것으로 유엔군사령관 권한을 과도하게 훼손하는 것"이며 "그 법안이 통과되면 이는 한국 정부가 정전협정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러면서 "다른 당사국들의 심각한 우려를 불러올 것"이라며 "DMZ에서 사건이 발생해 적대 행위로 이어진다면 그 책임을 추궁받을 사람은 한국 대통령이 아니라 유엔군사령관"이라고 강조했다.유엔사는 이례적으로 간담회 발언 전문을 웹사이트에 게재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이번 사안을 일시적 갈등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규정하고 DMZ법의 위험성을 대내외에 알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국제법 위반과 군사안보·경제안보 파탄의 서막유엔사의 강력한 반발은 국제법적 근거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DMZ법이 정전협정 위반을 넘어 국가 신뢰 훼손이라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다고 경고한다.국제법 전문가인 심상민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뉴데일리에 "이재강 의원안처럼 DMZ법을 타 법률에 우선시킨다거나, 한정애 의원안처럼 정전협정에도 통일부 장관이 출입을 승인할 수 있도록 명시하는 것은 지극히 형식 논리에 치우친 발상"이라며 "국내법을 바꾼다고 해서 국제 조약인 정전협정의 의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국회가 다수결로 의결해 국내법을 만들면 기존의 국제적 약속과 관계없이 우선적 효력을 갖는다고 믿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의회 만능주의"라며 "국내 입법으로 정전협정의 취지를 훼손하고 이행 불능 상태를 만드는 것은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위반이므로 대한민국에 국가 책임을 발생시키게 되고 이는 국가 위신과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익명을 요청한 전직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우리가 DMZ에 대해 영토 주권을 갖고 있지만 70여 년 전 정전협정을 맺으며 충돌 및 분란 방지를 위해 우리 스스로 그 관리권을 유엔사에 넘기기로 약속한 것"이라며 "유엔사가 우리의 행정권 내에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일방적으로 회수하겠다는 발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예비역 육군대령 출신 박기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연구원은 "DMZ 관할권은 정전협정에 따른 유엔사의 고유 영역이다. 정전협정 제1조 제10항의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은 필수 인원의 통행 정도를 의미하나 DMZ법이 말하는 '평화적 이용'은 그 범위를 과도하게 초과하고 있다"며 "국내법을 앞세워 유엔군의 권한을 침해하려는 시도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 명분만 쌓아주는 외교적 패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의 '일차적 책임'을 강조하는 '동맹 현대화'를 추진하며 주한미군의 역할을 대북 견제에서 대중 견제로 전환하려는 상황에서 DMZ법은 한국이 자국 방어에 책임을 질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구실을 제공할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군사 현장의 신뢰 파탄 … 'US Only' 확대와 연합훈련 이탈한미 연합훈련 현장에서 동맹 신뢰의 파열음이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대비 한국군 주도 연합사령부 체제 훈련에서 한국군 대장이 지휘권을 행사하자 미군들이 방관하거나 자리를 떴으며 미군 대장은 훈련 도중 장모의 병환을 이유로 귀국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는 것이다.이러한 파열음은 조은석 특검의 지난해 7월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 압수수색 사건 이후 더욱 커졌다고 한다.박 연구원은 "최근 오산 기지 내 '미군 전용' 구역이 확대되고 한국 군인의 통행이 제한되는 등 군사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다. 과거 한미 공동 비밀 구역이었던 곳들이 미군 전용으로 전환되는 것은 우리 군을 더는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는 신호"라고 개탄했다.이어 "트럼프는 대중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도 불사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한국이 유엔군사령관의 통제조차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이 알아서 책임지라'는 식으로 역할을 전가하고 이재명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 주한미군 철수는 현실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박 연구원은 또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은 현실성 없는 구호에 불과하다"며 "동맹 역사를 돌이켜보면 세계 어느 나라도 진정한 의미의 자주국방을 달성한 적이 없다. 자강(自强)만으로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은 위험한 착각"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설사 DMZ법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현장에서의 실행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정전협정이라는 국제적 틀을 무시하고 강행하면 이는 한미동맹의 균열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경제 보복을 자초하는 안보 도박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5일(현지시각)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게재한 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는 거 같다.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고 그런 곳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계정 캡처
◆트럼프發 경제 보복 시나리오… 오산 기지 사건의 재현특히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안보적 마찰이 곧바로 경제적 실익의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을 약 3시간 앞두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며 "우리는 거기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새 정부가 잔혹하게 교회를 압수수색했다고 들었다. 심지어 우리 군 기지(미군기지)에 들어가서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고 들었다"며 오산기지와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대한 특검의 압수수색을 언급했다.이와 관련해 전직 군 관계자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오산기지 압수수색에 격노하며 이를 관세 협상에서 압박 카드로 활용했음을 기억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DMZ 법으로 또다시 분란을 일으킬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빌미로 더 큰 경제적 압박을 가할 것이며 우리 정부는 이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군사적 실무 관점에서도 DMZ법은 치명적인 안전 결함을 안고 있다. 이 관계자는 "DMZ는 지뢰가 깔려 있고 언제 어디서 총격이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 지대"라며 "유엔사의 통제와 군의 보호를 받지 않는 민간인의 무분별한 출입은 월북이나 북측의 도발 등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문재인 정부의 전례 … 복원 불가능한 신뢰 손실문재인 정부가 탈북 어민 강제 북송을 위해 유엔사 통제를 우회해 국군에 개문을 지시한 사건과 2022년 3월 8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북한 선박 조사 시 유엔사 합동신문을 거부한 사건은 유엔사의 불만을 폭발시킨 전례다.로버트 에이브럼스 당시 유엔군사령관은 문 정부의 노골적인 패싱에 분개했다. 유엔사 참모부에 파견됐던 한국군 영관급 장교 40여 명을 갑자기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강력한 불신을 표출했다. 이들의 자리는 다른 동맹국 인원으로 대체됐으며 현재까지도 복원되지 않고 있다. 결국 한국군의 핵심 정보 채널에 대한 접근권이 약화된 것이다.전직 군 관계자는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의 9·19 남북 군사합의 사례보다 DMZ 입법을 둘러싼 현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9·19 군사합의가 정전협정이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추가 병력 운용 제약에 그쳤다면 이번 DMZ법은 정전협정의 핵심인 출입 승인권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짚었다.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법안을 처리할 수는 있겠으나 DMZ 출입을 유엔군사령관 승인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고 유엔사가 한반도 정전 질서를 관리하는 현실에서 그 이상의 실행은 불가능하다"면서 "정치적으로 자기 편을 결집시키기 위해 강경 발언을 쏟아낼 수는 있겠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순간 한미 동맹의 파열음과 함께 엄청난 마찰이 생길 것"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의 냉철한 판단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