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 입증할 첫 무대…4개 종목 석권 노리는 올라운드 지배력더 보·주레크·누이스에 韓 김준호까지…스톨츠 독주 막을 변수들
  • ▲ 조던 스톨츠.ⓒ연합뉴스.
    ▲ 조던 스톨츠.ⓒ연합뉴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많은 스타 후보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렬한 이름을 남길 선수로 꼽히는 인물은 단연 미국의 '빙속 황제' 조던 스톨츠(22)다.

    아직 이름이 낯설다면 올림픽이 끝날 무렵엔 전 세계가 기억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목표는 4관왕. 그리고 '얼음 위의 펠프스'라는 별명에 걸맞은 첫 올림픽 대관식이다.

    스톨츠의 가장 큰 무기는 종목을 가리지 않는 지배력이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500m, 1000m, 1500m, 매스스타트 등 4개 종목에 출전한다. 현대 스피드스케이팅은 철저한 분업의 세계다. 단거리 선수는 폭발력에 중장거리 선수는 지구력에 몸을 특화한다. 그러나 스톨츠는 이 공식을 무너뜨렸다. 단거리 스프린터의 스타트 능력과 중거리 레이스 운영, 장거리 버티기까지 모두 갖춘 ‘올라운드 스케이터’다.

    2023년과 2024년 세계 종목별 선수권대회에서 2년 연속 500m·1000m·1500m를 석권했고, 월드컵 무대에서는 한 시즌 18연승을 질주했다. 지난해 하마르 월드컵에서는 500m(1·2차), 1000m, 1500m, 매스스타트까지 모두 우승하며 남자 선수 최초 단일 대회 5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도 세웠다. 네덜란드 언론이 그를 '전투기(straaljager)'라 부르는 이유다.

    스톨츠를 두고 미국 NBC 해설진은 "젊은 시절의 마이클 펠프스를 보는 것 같다"고 평했다. 펠프스가 4차례 올림픽에서 총 23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으며 수영계를 지배했다면, 스톨츠는 빙판 위에서 그 재현을 노린다. 첫 단추는 이번 올림픽이다. 다관왕을 해내야만 '차세대 미국 스포츠 아이콘'이라는 평가가 완성된다.

    특히 1000m와 1500m는 가장 유력한 금메달 종목으로 꼽힌다. 여기에 500m 초반 레이스에서 승기를 잡는다면 매스스타트까지 금빛 도전이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선 4관왕을 넘어 '5메달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밀라노의 빙판이 스톨츠만을 위해 깔린 것은 아니다. 예닝 더 보는 195㎝ 장신에서 나오는 긴 보폭과 유연한 코너링으로 단거리에서 스톨츠를 위협한다. 다미안 주레크는 폭발적인 스타트 능력으로 최근 월드컵에서 스톨츠를 2위로 밀어내기도 했다. 키엘트 누이스는 올림픽 1500m 2연패를 이룬 베테랑이다.

    한국 국가대표 김준호도 월드컵 500m에서 스톨츠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몇 안 되는 선수다. 스톨츠 스스로도 "500m는 가장 까다로운 종목이다. 잠깐의 실수로도 누구든 나를 이길 수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스톨츠는 지난해 폐렴과 패혈성 인두염, 사이클 훈련 중 부상 등 시련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복귀 후 오히려 더 강해졌다. 국가대표 선발전 1000m에서 넘어지고도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장면은 상징적이다. 5살 때 안톤 오노를 동경하던 소년은 이제 다른 선수들이 "다른 행성에서 온 것 같다"고 말하는 존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