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안철수' 만들기 위해 文 네거티브 비판광화문 유세 깜짝 등장 '정치9단' 면모 과시
  • '영혼'을 팔기 싫은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이중생활이 들통났다.

    안 전 후보는 지난달 대통령 후보직 사퇴를 앞두고 참모들에게 "내가 대통령 후보로서 영혼을 팔지 않았으니, 앞으로 살면서 어떤 경우에도 영혼을 팔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선 후보 안철수는 후보등록 직전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하는 것으로 물러나지만, 새 정치를 품은 안철수의 '영혼'은 그대로라는 뜻이었다.

    안 전 후보는 종교는 없지만 '영혼'이라는 말은 심심찮게 사용해 왔다.
    그가 2005년도에 내놓은 저서도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이다.


    문제는 '새 정치'와 다른 길을 가는 문재인 후보와의 '동행'에서 비롯


    안 전 후보의 지원유세,·국정원 여직원 인권 유린 사건,·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전용 가능 위성발사체 발사 등 주요 이슈가 곳곳에서 터지는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바짝 추격하기 시작했다.

    선거는 막판으로 치닫고, 결국 문 후보와 민주통합당은 네거티브 전략을 밀어 부치고 말았다.
    아이패드, 굿판,· 국정원女,·여론조사 조작 등 거짓 흑색선전-선동 단어들을 쏟아내고야 말았다.

    이런 '검은 손'은 대선 후 안 전 후보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를 내세울 '새 정치'에 커다란 장애물이 될 것이 불보듯 뻔한 일이다.

    그래서인가?
    안철수 전 후보의 행보는 '이중생활'이란 비아냔을 들어도 쌀만큼 얄팍하다.

    한 손만 검댕이 가득한 문 후보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스로로 깨끗하다고 내세우는 영혼에 숯검대이가 안묻도록 등 뒤에 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안 전 후보는 '영혼'부터 챙겼다


    그는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과정이 이렇게 혼탁해지면 이겨도 절반의 마음이 돌아선다"며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에 일침을 놨다.

    "부끄러운 승리는 영원한 패자가 되는 길이다. 국민은 그런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새 정치 = 안철수' 공식을 유권자들의 뇌리에 다시금 각인시키고자 한 발언이었다.

    그의 '영혼 챙기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일 캠프 해단식에서도 "지금 대선은 거꾸로 가고 있다. 국민여망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기성 정치권에 날을 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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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전 후보의 트위터는 순식 간에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문 후보 측의 박 후보를 향한 거센 공세에 안 전 후보가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다.

    일각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사실상 지지 철회"라는 분석도 나왔다.

    더욱이 안 전 후보는 이날 공식 유세 일정도 잡지 않았다.
    매일같이 문 후보와 따로, 혹은 같이 전국을 돌며 '새정치를 위한 정권교체'를 외쳤던 그였다.


    "문재인 도왔다" 명분도 필요해


    그러자 문 후보 측은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 주말유세를 서울에서 대규모로 준비한 만큼 이 자리에 안 전 후보가 함께해 주길 기대했다고 한다.

    "한 주 전 시차를 두고 박근혜 후보와 맞붙은 '광화문 대첩'을 두 사람이 다시 보여줄 수 있다면…"

    한 당직자 입에선 아쉬움이 절로 터져 나왔다.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의 찬조연설을 끝끝내 거부하면서 여론도 "결국 적당히 돕겠다는 것 아니냐", "진정성을 갖고 문 후보를 지지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안철수 전 후보는 '초짜'가 아니었다.

    그는 이날 문 후보의 광화문 유세장에 깜짝 등장했다.
    그의 목에는 민주통합당을 뜻하는 두툼한 노란색 목도리가 둘러져 있었다.
    무대에 오른 그는 목도리를 빼 문 후보에게 걸어줬다.

    앞서 부산 첫 지원유세 당시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붉은 계열의 목도리를 차고 나와 '마음없는' 유세였다는 비판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발언은 '직접적'이었다.

    안 전 후보는 "제가 왜 여기에 왔는지 아십니까. 제가 어느 후보 지지하는지 아십니까"라고 외쳤다.
    지지자들이 일제히 "문재인"이라고 답하자, 그는 "믿어도 되겠습니까"하고 재차 이들의 뜻을 확인했다.


  •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광화문 대첩 유세'에서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 손을 맞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2.12.15 ⓒ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광화문 대첩 유세'에서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 손을 맞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2.12.15 ⓒ 연합뉴스

    안 전 후보의 돌출 행동은 문 후보의 선거에 적어도 '안철수가 도움은 줬다'는 명분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 후보의 선거전략이 점점 새정치와 거리를 두더라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을 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액션은 필수적이었다.

    이번에도 타이밍은 적중했다.

    그의 '영혼 챙기기'로 문 후보 지지자들이 안 전 후보에게 실망할 때, 박 후보 지지자들이 안 전 후보의 행보를 비겁하다고 욕할 타임에 그는 전면에 나섰다.

    대선을 닷새 앞두고 '조연급'으로 내려앉던 그가 단박에 주연급으로 박차 오른 순간이었다.

    안철수 전 후보는 제18대 대통령 선거일인 19일 당일 투표를 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출국할 것이라고 한다.
    차기 정부에서는 어떤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결과 여부와 관계없이 '새 정치'를 구상하겠다는 모양새를 겉으로 과시하고 싶은가 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안 전 후보가 놓친 점이 하나 있다.

    그가 새 정치를 운운하며 '영혼'을 챙기는 동안, 유권자들은 검댕으로 더렵혀진 그의 한 손과 교묘한 양다리 걸치기 수를 계산하느라 그의 두뇌 속에서 정신 없이 이리저리 널뛰는 '정신나간 영혼'의 진면목을 보고야 말았다.

    "영혼을 버리지 않았다"는 말의 유효기간이 지나가버렸음을 깨달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