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내 온건-개혁 리버럴(liberal) 세력은 물론 親盧 세력과 손잡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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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8대 대통령선거가 실시된 19일 오후 안철수 전 후보가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향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 18대 대통령선거가 실시된 19일 오후 안철수 전 후보가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향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씨가 선거 개표 방송도 지켜보지 않고 출국해 버렸다.

    안씨는 두 달 정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머물며 향후 정치 행보를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오후 4시쯤 안씨는 배낭 하나를 둘러메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박선숙-송호창 전 공동선대본부장과 캠프 출신 인사 30여명이 그를 반겼다. 

    안씨는 “투표율이 높게 나온 데 대한 소감을 말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변인에게 메시지를 남겼다”고 했다.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측근들과 악수를 나눈 뒤 지지자들에게 몇 차례 손을 흔든 안철수씨는 그대로 비행기에 올랐다.

    오후 6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 쯤 안씨가 남긴 메시지가 공개됐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보내주신 열망을 온전히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사랑에 보답할 방법을 고민해보겠다.”

    “이긴 쪽은 패자를 감싸고 진 쪽은 결과에 승복하고 새 정부에 협조했으면 한다. (미국에) 도착해 소식을 듣겠지만 당선자에게 미리 축하드린다.”

     

    안철수씨는 당분간 정계의 움직임을 관망하며 독자행보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입은 상처(네거티브)가 컸던 만큼 향후 민주통합당과 연대를 맺을지는 확실치가 않다.

    안씨가 개표 결과도 확인하지 않고 미국로 떠난 것은 대선결과에 상관없이 독자적 정치 행보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 18대 대통령선거가 실시된 19일 오후 안철수 전 후보가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향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신당 창당설’은 꾸준히 거론된다. 안철수씨가 자신의 정치 성향을 ‘합리적 보수, 온건적 진보’로 규정한 만큼 창당을 한다면 중도층을 기반으로 하는 제3의 정당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씨는 지난달 23일 사퇴 선언 직전 참모들에게 “내년 재보궐선거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회의원을 한번 하고 이 길을 걸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시민단체나 정치연구소를 세운 뒤 기반을 다져나갈 수도 있다. 또 다시 강연을 다니거나 집필 활동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치권 관계자들은 “안씨의 최종 목표는 차기 대선이 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안씨는 지난 16일 참모들과의 오찬에서 “5년 뒤 시대정신은 다를 것이니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차기 대선을 겨냥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안철수씨는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민주통합당 내 ‘온건-개혁 리버럴(liberal)’ 세력과 손을 잡을 공산이 크다.

    친노(親盧) 세력을 등에 업을 수도 있다. ‘문재인-안철수’ 두 인사 사이의 밀약설이 사실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민주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씨가 대선 패배 책임을 새 정치에 둔감했던 노무현계에게 돌린 뒤 친노 중심의 야권을 자기 중심으로 재편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