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세 공방 등판 … 관료 시스템 앞지른 SNS 정치美, 관세 폭탄 선언 … 동맹 신뢰 흔드는 거래주의아랍의 봄 저항 도구, 거버넌스 부재면 변질 우려글로벌 스탠다드 걸맞은 행동강령·거버넌스 필요
-
- ▲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8일 SNS에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라며 설탕 부담금 논의에 불을 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엑스'(X) 계정 캡처
정치 지도자들이 소셜미디어(SNS)를 정책 홍보와 대외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하며 때로는 직접 정정 보도를 요구하며 실시간 소통에 나서고 있다.'아랍의 봄' 당시 권위주의 체제의 정보 독점을 깨트린 해방의 도구였던 SNS가 이제는 통치권자의 의중을 실시간으로 투사하며 국정 운영의 효율성과 시스템 안정성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모양새다.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설탕 부담금' 도입 논란을 둘러싼 이재명 대통령의 대응, 대미 투자를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압박은 디지털 소통의 효용성과 파괴력을 동시에 보여준다. -
-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설탕 부담금' 논의가 '왜곡 보도' 공방으로 … 시스템 앞지르는 李 대통령 SNS이 대통령의 SNS는 이미 청와대의 전통적인 소통 시스템을 앞지르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오전 SNS에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라며 '설탕 부담금' 논의에 불을 붙였다.이날 오후 일부 언론이 이를 '설탕세 도입'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보도하자 이 대통령은 즉각 SNS를 통해 "국민 의견을 물었을 뿐인데 '설탕세 도입'이라고 왜곡한다. 지방선거 타격 주기 위해 증세 프레임 만드는 것이냐. 정확한 내용으로 수정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이 대통령은 29일 오전 '설탕세' 도입을 비판하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SNS에 공유하면서 "쉐도우 복싱 또는 허수아비 타법.. 일반 재정에 사용되는 세금과 특정 용도를 위해 그 필요를 유발한 원인에 부과하는 부담금은 다르고, 시행 방침과 의견 조회는 전혀 다른데도 '설탕세 시행 비난'은 여론 조작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설탕 부담금' 논의가 '설탕세 정쟁'으로 번질 기미가 보이자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실도 팔을 걷어붙였다. 홍보수석실은 기자단 공지를 통해 "당류 과사용에 대한 우려와 국민 건강 훼손에 대한 공론화 차원에서 설탕 부과금을 사회적 공공 담론으로 제안한 것"이라며 "이 차이를 국민에게 더 잘 알려야 함에도 '증세' 또는 '과세 추진'으로 표현하는 것은 사실관계의 왜곡"이라고 반박했다.◆효능감과 시스템 파괴의 역설사실 그간 정치인 이재명에게 SNS는 단순한 소통 창구가 아닌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효능감 있는 행정'의 핵심 엔진이었다. 과거 경기도 계곡 불법 시설물 정비나 신천지 강제 역학조사 등에서 보여준 돌파력은 SNS를 통해 지지층의 즉각적인 추동력을 얻어 관료주의의 타성을 깨고 제도권의 저항을 무력화했다.이에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이러한 소통 방식이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의 성공 방정식을 국정 운영에 무리하게 대입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지방 행정에서는 효과적이었을지 몰라도, 국가 경영의 차원에서는 부처 간 조율과 법적 절차라는 거버넌스의 기본 원리를 잠식하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 부처 간 조율과 전문가 검토라는 행정적 합리성보다 통치권자의 실시간 피드백에 즉각 반응하는 반사적 행정이 고착화하면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이종근 시사평론가는 "행정은 국·과장급이 차관과 소통하고 부처 간 조율을 거치는 시스템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며 "대통령이 SNS로 직접 화두를 던지면 관료들이 대통령의 개인 계정만 살피게 돼 홍보수석실이나 정책실 같은 공식 체계가 무용지물이 된다"고 비판했다.이어 "설탕 부담금은 보건복지부가 여론조사를 하고, 기획재정부가 부담금과 조세의 차이를 검토하고, 청와대 정책실이 고민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툭 올리니 시장은 출렁거리고 청와대 정책실이 뒤늦게 움직인다"며 "대통령이 '국민 여론을 살피려고 했다'고 하려면 SNS에 글을 올리기보다는 기자회견을 열어 '참모들과 논의한 끝에 이렇게 하기로 했다'고 발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국정 운영의 우선순위 설정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 평론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대외 전략의 핵심 무기로 삼아 관세 재인상 등 외교·안보 현안으로 전방위 압박을 가해 오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우리 대통령도 SNS를 통한 전략적 대응에 집중해야 하는데, 정작 답변해야 할 거대 담론은 외면한 채 '설탕 부담금' 같은 지엽적 이슈에만 화력을 쏟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대통령이 SNS에 떠오르는 생각을 즉흥적으로 올리며 '세심하게 고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왕권 시대 군주가 '국민을 따뜻하게 보살핀다'는 걸 보여주려던 방식"이라며 "민주주의 대통령은 시스템을 운영해야지, '생각의 편린'을 전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 SNS를 통해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난 한국에 대해 자동차, 목재, 의약품에 대한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기습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 소셜 계정 캡처
◆국익 위한 '충격 요법'과 '강압적 거래 외교' … 트럼프식 거래주의'미국 우선주의'에서 더 나아가 '돈로주의'(도널드 트럼프식 먼로주의)를 창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SNS는 강력한 '거래 외교'의 무기다. 그는 폭탄선언으로 상대국을 공황 상태로 몰아넣은 뒤 상대가 양보안을 가져오면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며 유화책으로 선회한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5일 한미 정상회담 직전 SNS에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그런 곳에서 사업을 할 수는 없다"는 글을 올려 한국을 벼랑 끝으로 몰고 대규모 투자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지난 26일에는 SNS를 통해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난 한국에 대해 자동차, 목재, 의약품에 대한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기습 발표하기도 했다. 연간 200억 달러 한도의 대미 투자가 올해 상반기에 시작되기 어렵다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전망이 외신을 통해 나오자 한국 정부에 합의 이행을 압박한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의 선전포고에 놀란 정부는 국회에 한미 관세 합의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대미투자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주문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실리를 챙기는 영리한 '거래의 기술'일 수 있으나 동맹국인 한국의 예측 가능성을 잠식하고 한미동맹의 신뢰 자산을 흔드는 전략적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게시된 직후인 지난 27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1470원선을 돌파하며 급등했고, 코스피(KOSPI) 지수는 장중 4900선이 붕괴하는 등 시장의 전략적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다.◆'아랍의 봄'의 유산과 '디지털 거버넌스'의 정립본래 SNS는 2010년대 '아랍의 봄' 당시 권위주의 정권의 정보 통제를 무너뜨린 민주화의 핵심 인프라였다. 2011년 1월 이집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을 가득 메운 100만 군중의 결집 뒤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라는 SNS가 있었다. 30년 철권통치를 이어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18일 만에 무너졌다. 당시 구글 이집트 마케팅 매니저 와엘 고님이 "이건 인터넷 혁명이다" "소셜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이 혁명은 결코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외쳤을 때 SNS는 민주주의의 새 지평으로 찬양받았다.'아랍의 봄'은 SNS가 정보 독점을 깨뜨릴 수 있음을 증명했지만 동시에 그 권력이 누구에게 귀속되느냐는 답하지 못했다. 이집트는 무바라크 축출 2년 후인 2013년 압델 파타 엘시시 장군의 군부 쿠데타로 인해 권위주의로 회귀했고, 시리아는 내전의 수렁으로, 리비아는 국가 붕괴로 귀결됐다. 문제는 SNS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장악한 주체가 어떤 거버넌스를 구축하느냐였다.한국에서도 SNS는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저항의 도구로 기능했다. 그러나 그때의 저항의 도구가 통치의 수단으로 전환된 현재, 정치 지도자의 SNS 정치 시스템에는 일종의 행동 강령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선진국들은 이미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영국은 '장관 행동강령'을 통해 장관이 SNS를 사용할 때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편향적이거나 자극적인 발언을 하지 않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도자의 SNS 발언이 개인의 소회를 넘어 국가의 공식 신호이자 역사의 기록이라는 엄중한 인식에 기반한 것이다.대통령의 SNS 메시지는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그 무게는 숙의 민주주의와 시스템 안정성 위에서 더 빛을 발한다.전문가들은 직접 소통의 활력을 유지하면서도 헌법적 절차와 정제된 언어를 회복하는 '디지털 거버넌스'의 확립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랍의 봄이 광장에서 시작해 궁전의 총칼로 끝난 역사는 SNS 정치가 선전 광장으로 전락할 때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정치 지도자의 SNS는 대한민국의 공식 성명이라는 제도적 무게감 위에서 작동할 때 통치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