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특검 위헌소지 논란, 참여정부 때는 어땠나?국회의장 추천도 거부했는데 야당 추천 검사가 왠말!
  • “헌법상 행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수사와 소추를 담당하는 특검의 임명을 사실상 국회가 좌우하는 결과가 된다. 국회의장이 특검을 추천하는 것은 전례가 없고 세계적으로도 예가 없는 일이다.”

    2003년 1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비리 파문이 정국을 뒤덮고 당시 한나라당이 이에 대한 특검법을 제출한 것에 대해 청와대가 직접 밝힌 말이다.

    요약하자면, 기소권을 가진 행정부 권한의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주체가 입법부의 국회의장이 된다는 것은 ‘위헌’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진행된 총 9차례의 특검 중에 특정 정당은 물론 입법부가 추천권을 가진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변협회장(5회) 또는 대법원장(4회)이 추천권을 행사했다.

    당시 청와대는 대변인 브리핑에서 ‘법안을 요건을 맞춰서 내야지’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까지 서슴지 않았고 결국 국회는 그동안의 관례대로 대한변호사협회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것으로 법안을 다시 제출했다.

    그러나 ‘위헌’ 핑계를 대던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변협의 추천 특별검사에까지 결국 ‘거부권’을 행사했고 특검은 파국을 맞게 된다.

  • 똑같은 상황이 2012년 9월에도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내곡동 특검’에 따른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의 고민이다.

    이번 사태는 노 전 대통령 당시와 비교하면 ‘위헌 소지’에 대한 문제가 좀 더 심각하다.

    참여정부는 국회의장이라는 입법부 수장의 추천도 ‘위헌’이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특별검사의 추천권을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가졌다.

    대통령의 ‘거부’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어서 사실상 민주통합당이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전문가들은 특검법안이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면서도 특정 정당에 사실상의 임명권을 부여한 것은 특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특검법안은 형사절차에 관한 특별법으로 조사 대상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의 고발인인 특정정당에 사실상의 특검 선택권을 준 것은 피고발인의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함으로 헌법에 위배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 16일 특검법 관련 법률전문가 간담회 브리핑 내용 中

    MB 정부의 청와대 역시 특별검사 추천권을 입법부 그것도 특정 정당이 가지는 것은 ‘위헌 소지’도 있는데다,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는 입장인 셈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특검이 자칫 야권의 정치 공세의 장이 될 것을 더욱 우려하는 표정이다.

    정권을 쥔 쪽이 누구냐에 따라 변하는 정치판의 한 단면이긴 하지만, 재밌는 점은 ‘내곡동 특검’이 ‘합헌’이라고 주장하는 쪽인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대선 후보가 참여정부 당시에는 정반대의 입장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2003년 11월 노무현 측근 비리에 대해 청와대가 불편한 표정을 드러낼 당시 문 후보는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변호사 출신인 문 후보는 당시 이에 대해 ‘위헌 주장’의 최일선에 서 있었다.

    자신들이 수세에 몰릴 때는 '위헌'이 됐다가 공세에는 '합헌'이 됐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 양호상 기자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 양호상 기자

    현 정부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특검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야당이 사실상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게 대체 상식에 맞는 일인가. 대선을 앞두고 정권심판론만 부추길 게 뻔하지 않느냐.”

    “당시 특검을 피하기 위해 ‘위헌’을 부르짖었던 문 후보가 이제 도리어 반대 논리로 특검을 압박하는 것이 아이러니다. ‘기본적인 요건은 맞춰서 법률을 제출해야지’라는 참여정부의 말을 지금 그대로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