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도가니'를 계기로 장애인 성폭력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가운데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7일 장애인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대부분 그동안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 제기된 내용을 짜깁기한 수준이고 이미 소개된 대책도 많아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장애인 복지시설 및 성폭력 문제를 방치하다 영화 `도가니'로 국민적 공분이 높아지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도가니' 종합 대책은 크게 영화 `도가니'의 실제 배경인 광주 인화학교ㆍ인화원 처리,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피해자에 대한 보호 확대, 사회복지법인ㆍ시설의 투명성 확보 등이다.

    정부는 우선 인화학교를 폐교하고 해당 법인의 설립 허가를 취소하는 한편 재학생 22명을 인근 학교나 다른 지역으로 전학하는 등의 보호 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

    지난 2006년 처음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무려 5년만이다. 이 사이 피해자 부모와 합의하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 등으로 집행유예 또는 공소권 없음 등의 처분을 받은 교사 4명은 여전히 교단에 서왔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 중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에 `항거불능'을 입증하지 않아도 되는 `위계ㆍ위력에 의한 간음'을 추가하고, 친고죄를 폐지하는 내용 등은 이미 작년 5월 한나라당 원희목 김소남 의원 등이 발의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재탕'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또 사회복지 법인ㆍ시설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익이사제를 도입하고 불법행위 임원에 대한 관리ㆍ감독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 내에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인화학교 사건이 불거진 뒤인 지난 2007년 이미 정부가 개정을 추진했던 내용이다. 당시에는 한나라당과 종교단체의 반대로 무산됐었다.

    정치권이 서둘러 장애인 성폭력 관련 법안과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일과성 `액션'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실효성 있는 법과 제도 개선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브리핑에서 "장애인 특수학교와 복지시설 전반에 대한 실태 점검을 마친 뒤 이를 토대로 올해 안에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정기국회 내에 모두 처리하도록 필요한 입법 조치를 하고 의원 입법인 경우 지원 조치를 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입법화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