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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일 치러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지역구별 투표율. 투표율은 구별로 갑, 을 구분없이 집계. 18대 총선 득표율은 득표자수에서 해당 의원이 득표한 수치임.ⓒ 뉴데일리
참 말들은 많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불협화음은 연일 계속됐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중진급 의원들은 ‘주민투표 당력 지원’과 관련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투표 전날까지도 혼선은 계속됐다.
자칫 주민투표가 무산될 경우 불어올 ‘매머드급’ 후폭풍을 염려한 것이라지만 이들이 주민투표를 위해 열심히 뛰었는지에 대한 ‘물음표’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24일 완료된 주민투표의 최종투표율은 25.7%로 개함 기준인 33.3%에도 못 미쳐 패배를 인정해야하는 수치였다.
홍준표 대표, 24.0%…지도부 평균치 ‘미달’
자, 그럼, 말 많았던 한나라당 의원들의 무상급식 주민 투표 성적표를 들여다 보자.
홍준표 대표가 지역구로 두고 있는 동대문의 투표율은 24.0%를 기록했다. 25.7%보다 1.7%p 적은 수치다. 개함도 못하게 된 투표율보다 더 못한 수치라는 얘기다.
“투표참여 운동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던 홍 대표는 정작 자신의 지역주민을 독려하는데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체면을 구겼다. “서울 현역의원, 당협위원장 중 3분의 1밖에 안움직인다”며 친박 및 소장파의 비협조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그의 지역구인 중구의 투표율은 25.4%에 불과했다.
지난 4.27 중구청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제 2의 선거의 여왕’으로 불린 그는 후임 서울시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으나 평균을 밑도는 투표율은 그의 실력을 의심하게 했다.
자천타천으로 후임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또 한 명 후보의 성적표도 초라하다.
원희룡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양천구 투표율은 26.3%. 친(親) 한나라 성향의 유권자가 많아 비례대표 의원들이 눈독을 들이는 지역이지만, 원 최고위원은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했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은 오 시장이 지난 21일 서울시장 연계선언을 한 뒤 “쿼바디스 한나라(한나라, 어디로 가는가)”라며 절망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 시장의 선택에 따른 후폭풍을 한나라당이 감내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였다. 정 소장 발언에 일부 의원들은 동조 움직임을 보이며 패닉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이제 그는 “쿼바디스 서대문”를 외쳐야 할 것 같다. 서대문의 주민투표율은 지도부 가운데 최저인 23.9%였다.
“트위터로 도왔어요” 진성호‧전여옥...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주민투표를 닷새 앞두고 트위터에서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상대는 이계안 민주당 전 의원이었다. 그러면서 ‘주민투표 관련법안을 두고 투표율이 3분의 1이 안되면 두 가지 안 모두 채택되지 않는다’는 팩트를 전달하며 투표를 독려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23일 정기국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야권의 주민투표 불참운동을 비판, 이번 선거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진 의원의 지역구인 중랑구의 투표율은 23.1%에 불과해 ‘발로 뛰는 정치’보다 ‘말이 앞선 정치’에 치중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진 의원은 25일 중랑구 전체 투표율은 23.1%인데 진 의원 지역구인 중랑구갑은 24.3%라고 알려왔다.
전여옥 의원은 오 시장의 시장직 연계 기자회견 직후, 트위터를 통해 “눈시울이 뜨거워 집니다. 그의 힘이 되어주십시오”라고 투표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투표가 나쁘다는 사람들, 정당들, 모든 선거나 투표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민주당에 일침을 가했다.
그의 모습은 흡사 ‘오세훈’을 구하려는 잔다르크의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전 의원의 지역구인 영등포의 투표율은 25.1%에 그쳤다. 온라인 잔다르크는 오프라인에서는 무기력했다.
강남이 살렸다? “겨우 30%밖에…”
그나마 선전했다는 강남지역은 어땠을까. 강남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하면 '열심히 했다'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따라 보인다.
고승덕, 이혜훈 의원의 지역인 서초구는 36.2%를 기록했다. 이종구 서울시당위원장의 지역구가 속한 강남구도 35.4%를 보였다.
이들 지역은 새벽 이른 시각부터 투표하기 위해 늘어선 줄이 100m 이상이었다. 사실상 24일 주민투표의 초반 분위기를 띄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강남의 오세훈 일병구하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렇다고 이들이 지역구 의원들이 열심히 발로 뛰어 그리 되었다는데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유권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시장직까지 내던진 오 시장을 지키고, 복지 포퓰리즘을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투표장으로 나왔다는 평이 더 설득력이 있다.
지난 폭우로 최악의 산사태와 물난리를 겪었던 우면산-방배동 일대 수해지역민들도 적극 투표에 나섰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이번 주민 투표에서 강남발 '반 오세훈 바람'의 진원지가 될 거라는 예측을 낳게 한 곳이다.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들 지역이 천당 아래 분당보다 더한 불패(不敗) 지역임을 감안하면 이번 투표율보다 2배 이상의 수확을 거뒀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 서초갑의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25일 "서울지역 한나라당 득표율이 최고점을 찍었던 18대 총선 당시 서초갑 한나라당 득표율이 22.3%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37.4%는 죽을 힘을 다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번 서초구 전체 무상급식 주민투표율이 36.2%이었던 것에 비춰 서초갑은 37.4%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