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대비 못해 송구” 고개 숙인 오세훈“올해를 기상이변 수방 원년으로 삼겠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지역 폭우로 인한 산사태와 대규모 수해를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점에 대해 서울시민에 공식 사과했다.

    오 시장은 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갖고 “시민 여러분들에게 닥칠 고통과 불편, 불안을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90도 각도로 허리와 고개를 숙였다.

    점퍼 차림의 오 시장은 굳은 표정으로 “폭우로 많은 사상자들과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하면서 비통한 마음과 함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셨을 줄로 안다.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그 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민의 원망과 질타의 목소리도 모두 겸허히 수용하겠다. 인재냐 천재냐의 원인을 묻고 책임 소재를 가리기 이전에 천만 서울시민의 안전을 담보해야 할 시장으로서 시민의 아픔과 상처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거듭 몸을 낮췄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오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오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 시장은 공식 사과에 이어 방재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도모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번 폭우의 특징이 과거와 전혀 다르다는 것은 폭우에 노출된 현장, 그 피해를 속수무책으로 당한 지역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이번 폭우를 계기로 기후환경 변화를 분명한 현실로 인정하고 기존의 도시방재 패러다임을 이상기후 체제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올해를 서울 기상이변 수방계획의 원년으로 삼아 시간당 100mm 집중호우에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도시수해 안전망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하수관거 용량을 확대하고 상습 침수지역에 10년간 5조원을 집중 투자해 반복적인 피해를 차단하며 모든 수방사업을 6~7월 우기 전에 완공(패스트 트랙방식)하는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수해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시는 저지대 지역 침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하 물길이라 할 수 있는 하수관거에 대한 용량을 시간당 75mm에서 100mm로 확대하는 것을 최우선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는 “시간당 100mm 폭우에 대응하는 간선 하수관거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시내 전반에 걸쳐 10년 이상 공사가 불가피하고 17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재정대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우면산 산사태지역 응급복구, 하천제방 유실지역 보수, 하수관거 파손 복구 등 이번 침수와 산사태 피해가 발생한 지역을 신속히 복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사업을 위해 올해 하반기 재난관리기금과 예비비 1천500억원을 집중 투입한다.

    특히 우면산 등 시내 산사태 지역(81곳)에는 합동조사단의 결과를 바탕으로 하반기 투자분 1천500억원 중 387억원을 확보, 복구비를 신속히 지원해 이르면 가을까지, 늦어도 내년 우기 시작 전인 5월 말까지 모든 복구공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반복적 수해, 도심 산사태 등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재난 발생 시 효과적 대응을 하기 위해서 조직과 재난대응 시스템도 개선한다. 장기적으로는 서울시내 전역에 대한 중장기 사방계획(산 재해방지 마스터플랜)도 세운다.

    아울러 25년이 지난 공동주택 주요시설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서는 동시에 재해로 인해 주택이 훼손된 때 신축이나 개량 등 주택복구를 위해 국민주택기금 융자 지원이 개선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융자금액을 최고 3배까지 확대, ‘도배·장판을 넘어 수리를 요하는 정도의 중한 침수’는 ‘반파’로 적용해 융자지원 대상에 포함토록 하고 ‘주택침수’의 경우도 융자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