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자정능력 없이, 의원수 늘려선 안돼”
  •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지역구도 완화 대안으로 석패율제 도입에 잇따라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가운데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를 열고 지역구와 결합한 비례대표제로서 석패율제를 제시했다.

    이날 선관위가 제시한 석패율제 도입 방안에 따르면 각 정당은 전략 시‧도 지역의 지역구 후보자 가운데 2명 이상을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에 같은 순위로 추천이 가능하다.

    김용희 선관위 선거실장은 “최근 논의되는 석패율제는 중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때표제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중선거구제는 2등도 당선이 돼 유권자의 심판기능이 없어 최악의 선거구제”라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사실상 지역주의 극복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대안으로 지역구와 결합한 비례대표제를 제시했다.

    즉, 지역과 결합한 석패율제는 낙선자득표율을 당선자득표율로 나눈뒤 100을 곱해 산출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아깝게 떨어진 셈인데 가장 큰 후보자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정당은 한 시‧도에 속한 중복 입후보자를 하나의 비례대표 순위에 등재할 수 있고 도시나 농촌지역별로 묶어서 여러 순위에 분산 등재할 수도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현실을 인정하고 대안을 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도 “취약지역에서 득표율이 10%가 안될 가능성도 있으니 10% 제한 규정은 없애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쓸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수가 여당은 5~6석, 야당은 4~5석 정도일 것”이라며 “(석패율 당선 의석이) 2개까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당의 의석수가 3분의 1 미만인 지역에 적용할 것이 특히, 의원이 1명도 없는 지역에 석패율 의석을 우선 배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 토론자로 배석한 최인호 민주당 부산시당 대표도 선관위의 석패율제에 대체적으로 공감을 표하면서도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 대표는 “일상적인 책임정치 실현에 긍정적인 기능을 발휘할 것”이라면서도 “지역주의 완화라는 더 큰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 국민들이 반기지 않겠지만 의석수를  일정하게 10분의 1이나, 15분의 1이라도 늘려서 이 제도를 극대화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선관위의 제안이 한나라당이 호남권에서, 민주당이 영남권에서 일부 의석을 얻을 수는 있으나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기 어려운 군소정당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찬욱 서울대 교수는 “선관위에서 고심한 방안으로 보이긴 하나 궁여지책,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제 3당은 아무 수혜가 없다”면서 “의원들이 이 방법으로 입법할 경우, 국민들이 정치권의 개혁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19대 총선에서 실험적으로 적용한 뒤 19대 국회에서 개헌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으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연욱 동아일보 논설위원도 “큰 틀에서 탈락자를 구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지역구 문제를 제치고 비례대표 문제만 논의하는 것은 기득권 지키겠다는 것 밖에 안 된다. 그것은 결론적으로 설득력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 위원은 “결국 국회의원 의석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텐데 국회의원들이 스스로의 자구노력과 자정노력 없이 의원정수를 늘리자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