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1심이 분수령, 결정적 기회서 실기친한계 "韓 제명 철회·사과" 역습 전개"동시 청산했다면 얻어터지지 않았을 것"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배현진 의원을 뒤로하고 앉아 있다. ⓒ이종현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배현진 의원을 뒤로하고 앉아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하는 '절윤'(絶尹·윤석열 전 대통령 절연)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이 휘청이고 있다. 장 대표가 '윤석열·한동훈 동반 청산' 기회를 놓치면서 형성된 '절윤' 흐름을 친한(친한동훈)계가 역공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한계로 불리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 대표가 직접 절윤 메시지를 내고 후속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의원들의 힘겨운 노력은 또다시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당내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장동혁 대표가 잘못된 징계를 철회하고 사과도 해야 한다.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복당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최근까지 제명과 징계 공세에 밀려 있던 친한계가 당내 대세인 '절윤' 흐름을 등에 업고 장 대표를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양상이다. 장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틈을 타 친한계가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전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윤 전 대통령과 선을 긋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요구하는 일체의 주장에 명백히 반대한다", "당의 전열을 흐트러뜨리고 당을 과거의 프레임에 옭아매는 일체의 언행을 끊어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를 비롯해 참석한 모든 의원이 동의하는 내용으로 결의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침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절윤에 찬성하느냐", "결의문 입장에 함께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의원총회 현장은 장동혁 지도부를 향한 친한계를 비롯해 의원들의 성토장으로 변했다. 우재준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계엄 사과와 절윤, 당내 통합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구체적으로 나아갔을 때는 한동훈·배현진 등에 대한 징계가 잘못된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거의 의견이 일치하는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전체적 분위기 반전의 배경에는 결국 장 대표의 판단 미스가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중대 고비에서 지지층 설득 대신 편한 길을 택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장 대표가 지난해 8월 당대표에 당선된 후 초반 흐름은 잘 만들어갔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많았고 장 대표도 자신의 입장과 기조를 맞추며 제명 절차에 중립적 위치를 가지려 노력했다. 

    취임 후 관련 조사를 맡을 당무감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심판할 윤리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흘렀다. 하지만 당 안팎의 분위기는 장 대표의 제명 절차 착수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하지는 않았다. 

    이런 흐름은 12월 한 전 대표의 제명 결정이 나고서도 계속됐다. 당내에서도 장 대표에 대한 믿음을 주는 의원들이 있었고, 친한계와 일부 자칭 소장파가 목소리를 내는 정도였다. 

    한 전 대표 제명 논란과 함께 시작된 단식 투쟁도 장 대표에게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장 대표는 여당을 향해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지난 1월 15일부터 22일까지 8일간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 투쟁을 벌였다. 장 대표를 지지하지 않던 인사들의 방문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문으로 단식을 마무리하면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후에도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친한계·자칭 소장파들의 목소리가 계속됐지만 당내 의원들의 균형추는 무너지지 않았다. 

    우세 흐름은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 직후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 이튿날인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사과와 절연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이름을 이용하는 세력, 대통령과의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 단호하게 절연해야 할 대상은 오히려 이들"이라고 밝혔다. 

    한 전 대표를 축출한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 관계 청산 대신, 자신의 지지층을 안고 가는 선택을 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게다가 한 전 대표 청산을 목전에 둔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의 청산을 함께 외치며 당 분위기를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 자체가 사라졌다. 

    정치권에서는 이 시점이 장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고비였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한 전 대표 제명으로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는 장 대표가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지 않은 데다 이미 정치적 회복이 불가능한 윤 전 대통령을 끌어안고 있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뉴데일리에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 직후 아픈 팔을 잘라냈다면 이렇게 얻어터지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며 "내 팔을 한쪽 내주지 않고 상대만 잘라내는 정치적 결단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1심 선고와 장 대표의 절윤 선언이 맞물리지 못하면서 당내 역학 구도도 흔들렸다. 관망하던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결국 절윤이 필요하다는 행동이 나왔다. 

    결국 친한계가 소리를 내고, 자칭 소장파가 호응하고, 장 대표의 실기로 중진 의원들이 움직이는 흐름이 연속되면서 장 대표에게도 버틸 힘이 떨어졌다. 

    장 대표의 실기로 기세를 잡은 친한계는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당이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정리한 만큼 자신과 친한계를 겨냥한 제명 추진 역시 정당성을 잃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 전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당권파의 숙청 정치를 중단하고 숙청 정치 책임자를 교체해 당을 정상화하는지 국민이 보실 것"이라며 "윤 어게인 노선을 끊겠다면서 비정상적 숙청 정치를 계속한다면 국민은 속았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