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체결시 유엔군사령부 사실상 자동 해체日 7개 후방기지 보급망 소멸로 증원 전력 차단美, 주한미군 배치 사드 중동으로 이동 배치李 대통령, 문제 없다지만 안보 공백 우려 커져
-
- ▲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에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뉴시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주도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평화선언'과 '평화협정' 구상이 논란을 낳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국제사회의 증원 전력을 원천 차단하는 전략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고수하면서 대화를 거부하고, 대남 핵 공격 의사까지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에서 정전체제의 핵심 축인 유엔군사령부(UNC)를 해체하는 것은 일본 내 유엔사 후방기지 7곳에 대한 활용권을 포기하고 다자적 증원 체계를 스스로 마비시키는 시대착오적 행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 국방부가 한국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일부를 중동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가 전해진 가운데, 대북 억제력 약화에 대한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한미군 일부 무기 반출이 우리 국방에 큰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의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비축분까지 차출되고 있다는 미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안보 공백을 둘러싼 불안감은 가중되는 양상이다.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의 친동생인 김여정은 "우리 국가의 주권안전 영역을 가까이하고 벌리는 적대 세력들의 군사력 시위 놀음은 자칫 상상하기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전날 시작된 방어적 성격의 한미 정례 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습에 대해 유사시 핵 무력 동원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맹비난했다.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남북 대화 국면 조성을 위한 마중물로 삼자는 정 장관의 주장대로 한미가 훈련의 핵심인 야외기동훈련(FTX)을 예년의 43% 수준으로 대폭 축소한 채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의 지휘소연습(CPX) 중심으로 FS를 진행하고 있지만 북한은 도리어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
-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첫날인 지난해 7월 25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을 찾아유엔사 등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통일부 제공
◆평화선언→평화협정 … 통일부의 일방적인 평화체제 추진북한의 한결같은 대남 적대시 기조에도 통일부는 일방적으로 평화선언과 평화협정, 남북기본협정 추진에 나서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제출한 업무보고에서 "한국전쟁 종식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반영한 평화선언을 추진하고 이를 토대로 평화협정 체결 등 평화체제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통일부 설명에 따르면 평화선언은 문재인 정부가 평화체제로 들어가는 입구로서 제안한 '종전선언'을 재정비한 정치적 선언이다. 북한이 외부 정보를 김 씨 일가의 세습 독재정권을 위협하는 요소로 지목하고 남북대화와 교류를 전면 차단했지만, 통일부는 김정은이 규정한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통일 지향 평화적 두 국가 관계'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그러나 북한의 호응이나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정치적 선언은 한반도 평화 공고화에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내놓는 평가다. 이에 대해 한 대학의 국제법 명예교수는 "남북 관계는 우리의 희망과 기대만으로 풀리는 것이 아니다. 선제적 조치는 상황과 여건이 뒷받침돼야만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 이뤄지는 정치적 선언은 국제법적으로 구속력을 갖지 못할 뿐 아니라 메아리 없는 독백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 ▲ 주일미군 기지 현황. ⓒ일본 외무성
◆유엔사 해체시 '日 후방기지' 소멸 … 한반도 유사 대비 다자간 안보 거점 상실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정전협정 유지를 주 임무로 하는 유엔사는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기 위한 정치적 회담이 성사되면 정전 관리를 주 임무로 하는 유엔사는 그 존립 근거를 상실한다.정전협정 제4조 제60항은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기 위하여 쌍방 군사령관은 쌍방의 관계 각국 정부에 정전협정이 조인되고 효력을 발생한 후 3개월 내에 각기 대표를 파견하여 쌍방의 한 급 높은 정치회담을 소집하고 한국으로부터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 및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의 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건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유엔사의 해체는 일본 혼슈(本州)의 요코스카(해군)·요코타(공군), 캠프 자마(육군), 규슈(九州) 사세보(해군), 오키나와의 가데나(공군)·후텐마(해병대), 화이트비치(해군) 등에 위치한 7개의 유엔사 후방기지의 소멸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들 기지들은 '주일유엔군지위협정(UN-GOJ SOFA)에 따라 2024년 기준 18개 전력제공국이 별도의 결의 없이 유사시 한반도 전개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다자간 안보 거점이기도 하다.유엔사가 해체되면 18개 전력제공국의 자동 지원 메커니즘을 와해시켜 국제사회의 군사적 지원을 위한 법적 토대를 영구히 상실하는 치명적 안보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가 자명한 현 안보 지형에서 새로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채택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국방부 고위직을 지낸 한 예비역 장성은 "유사시 전력제공국의 자동 개입을 보장하는 유일한 법적 플랫폼인 유엔사의 해체는 단순히 지휘체계 하나가 사라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면서 "유엔사가 사라질 경우 다른 회원국들이 다시 한반도에 전력을 보내려면 안보리 새 결의안이 필요한데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새 결의안 채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2년 4월 1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각 정당 대표등과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화상연설을 하는 모습. ⓒ뉴시스
◆유사시 젤렌스키식 '구걸 외교' 가시화 … 보급·증원도 끊겨유엔사가 해체되면 결과적으로 다자 안보 틀은 붕괴되고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이라는 개별 양자 동맹만 남게 된다. 따라서 한반도 유사시 미군 전력은 미·일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전개될 수 있지만 다른 전력제공국들은 한반도 진입을 위해 일본과 각각 별도의 양자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합동참모본부(합참) 출신의 한 예비역 장성은 "유엔사가 해체되면 일본 내 후방기지를 통한 증원 전력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미군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전개될 수 있으나 다자 안보 틀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각개전투식의 지원 요청만 가능해져 전쟁 초기 대응에 치명적인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미국을 중심으로 유엔사 회원국들이 자동 결집하는 시스템이지만 유엔사가 사라지면 현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 세계를 돌며 각국에 개별적인 전력 지원을 호소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한국군의 전쟁 대비 태세가 유엔사 후방기지에 구축된 전쟁 예비물자와 정비 시설, 탄약 저장 시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주일 국방·육군 무관을 지낸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예비역 육군 준장·육사 38기)은 "완전한 제해권과 제공권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증원군이 일본을 거치지 않고 한국으로 직접 진입하는 것은 작전상 큰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며 "적의 타격권 밖에 있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일본을 중간 기지이자 급유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은 필수적인 작전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준장 진급 장성 삼정검 수여식에서 진급 장성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軍, 非작전·지원 병과 출신들 대거 진급 … 北에 "공격 의사 없다"는 시그널정부의 평화체제 추진 기조는 군의 야전성 약화와 '관리형 군대'로의 인적 쇄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군 인사에서 전방 군단장 보직에 인사·군수 등 비(非)작전·지원 병과 출신들이 대거 기용된 것을 두고 군 안팎에서는 북한에 "공격 의사가 없다"는 시그널을 주기 위한 '관리형 군대'로의 변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여기에 한미 정례 연합연습의 사실상 축소, 비행금지구역 재설정 등을 골자로 한 9·19 남북 군사합의 선제 복원, 유엔사의 정전 관리 권한을 무력화하는 비무장지대(DMZ) 관련 법안 추진은 우리 군의 감시 태세를 스스로 묶는 일방적 군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이와 관련해 한 안보 전문가는 "상대는 적대적 국가를 선포했는데 우리만 선제적이고 일방적인 군축과 선언에 집착하는 것은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체성 정치'에 불과하다"며 "한미 연합훈련을 FTX 기준 약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하면서 평화를 논하는 것은 평화 착시를 넘어선 안보 자해다. 정치권이 군의 생명인 명령 복종 체계를 흔들고 군을 정체성 정치의 도구로 삼고 있다"고 개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