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치솟는 기름값에…서민 시름 가중정유사·주유소 폭리에 물가 잡기 나섰으나실질 체감 여전…李, 최고가격제 검토 지시전문가들 "단기 효과에 그칠 것"…우려 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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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일 오전 출근길 서울 동작구 흑석역 인근 주유소에 차량들이 주유를 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배정현 기자
"네, 단속한다는 뉴스는 봤는데요. 그런데 가격은 계속 오르네요."1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셀프주유소. 출근길 차량들이 줄지어 들어왔지만 운전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하는 휘발유 가격이 표시된 주유소 앞 가격 표시판을 보고는 주유를 하기 전부터 "아이고"라며 한숨부터 내쉬는 운전자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이 셀프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던 30대 최모씨는 "휘발유 10원이라도 더 싼 곳 찾으려고 어플도 뒤져보고 친구들끼리 싼 곳도 공유하고 그런다"며 "유가 반영도 안 됐을 텐데 기다렸다는 듯이 가격을 올리는 게 화난다. 생활비 아끼면 뭐하나, 출퇴근하려면 운전해야 하는데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
- ▲ 10일 오전 출근길 서울 마포구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차량에 주유를 하고 있다. ⓒ임찬웅 기자
◆정부, 이란 전쟁 여파에 '선제적 지시' 주문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국제 원유시장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원유 수송의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유가의 상승 압력이 높아진 상황이다.국내 유가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0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905.70원으로 전날보다 3.03원 상승했다. 경유 평균 가격도 1929.40원으로 2.94원 올랐다.정부는 기름값의 과도한 가격 인상을 막기위해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부당한 가격 인상에 대한 제재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해보라"고 지시했다. 전날에도 중동 상황과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관계부처에 "선제적 대응"을 요구했다.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공정위는 9일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 4곳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지자체에서도 가격 담합 등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경찰도 반응을 보였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9일 "가격 담합 등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 사범에 대해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 6일 정유사와 주유소 폭리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앞세우며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물가 안정화에 나섰다.다만 정부의 엄포에도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체감 효과가 거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오히려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차량 통행이 많은 강남권과 서울역, 여의도 일부 지역에서는 리터당 2000원을 훌쩍 넘는 가격 표시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
- ▲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500원을 넘는 가격표가 표시돼 있다. ⓒ임찬웅 기자
◆물가 잡기 나섰지만 … 서민 반응은 냉랭지난 9일 퇴근길에 주유소에 들렀다는 40대 이모씨는 "사업하니까 돌아다닐 일이 많아서 별생각 없이 기름을 많이 넣는 편인데 오늘은 5만원만 주유했다"며 "대단한 금전적 차이가 있는 게 아니더라도 심리적인 저항선이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요즘 모든 게 다 오르고 있는데 기름값마저 오르니 부담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임모씨도 "요즘 체감이 한 200~300원 정도 오른 것 같다, 단기간에"라며 "최근 지인들과 있는 단톡방을 보면 '오늘은 얼마다' 이러면서 많이들 걱정을 한다"고 말했다. -
- ▲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차량에 주유를 하고 있다. ⓒ임찬웅 기자
운송업에 종사하는 시민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택시 기사는 "손님은 줄어드는데 기름값은 계속 올라 하루 수입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요즘은 하루 매출 계산을 하면 기름값부터 먼저 생각하게 된다"고 토로했다.서울에서 배달업에 종사중인 30대 노모씨도 "기름값이 하루하루 계속 오르는데 오토바이는 연료통이 7리터다. 기름을 미리 채워둘 수가 없다"며 "배달을 한 건 더 한다고 해도 결국 기름값으로 나가는 돈이 늘어나면 남는 게 줄어든다. 부담이 크다"고 했다. -
- ▲ 9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주유소. ⓒ임찬웅 기자
◆최고가격제 검토 지시에 … "가격 조정, 문제 해결의 본질 아냐"정부가 단속을 강화하더라도 실제 유가 상승 흐름을 단기간에 막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기존 보유분에 대한 가격 담합을 근절해도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고 원유 수입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국내 유가도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정유사의 공급가에 대한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는 최고가격제에 대해서도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른다.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고가격제는 단기적으로 급한 불을 끄는 수단에 불과한 것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원유 수급을 더 원활히 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가격부터 조정하는 것은 문제해결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양 교수는 "유류세는 너무 과하게 부과하고 있는 상황이니 통상적 수준으로 내리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최고가격제는 매우 단기간적인 정책이고 이걸 계속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