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라 말한다고 다 같은 복지가 아니다"① 박근혜 vs 유시민 그들이 꿈꾸는 복지 대한민국은?
  • 신묘년과 함께 떠오른 정치권의 가장 큰 화두는 자타공인 ‘복지’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유권자 관심을 집중시키더니 내년 대선을 앞두고서는 ‘보육료 해결’, ‘사회복지 강화’ 등을 내세우는 정치권 움직임이 가속되고 있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지만,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특히 지지율 독보적 1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한국형 복지’를 제창한 이후 그 열기는 더욱 뜨겁다. 안보를 강조하는 김문수 경기지사도, 무상급식을 그토록 반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근래에는 ‘나도 알고 보면 복지 전문가’ 식의 발언을 꼭 첨언하기 시작했다.

    자칫 보수 세력에게 복지 이미지마저 빼앗길세라 유시민, 손학규 등 진보 진영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과연 내년 총선이나 대선까지 이 열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이번 복지 아이콘 전쟁에서 승리하는 인물이 ‘원하는 바(?)’를 이룰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재밌는 사실은 모두 다 ‘복지’를 부르짖고 있지만, 이들이 말하는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조금씩 다른 점을 찾을 수 있다.

    ① 박근혜 vs 유시민 그들이 꿈꾸는 복지 대한민국은?

    ◇ 박근혜,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 ‘복지국가’

    박 전 대표는 최근 공청회를 통해 ‘한국형 사회복지론’을 제시했다. 공청회 이전부터 입도마에 오르며 예상된 내용이긴 했지만, 공식 발표는 역시나 충격적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성장 기치로 복지를 내세운 여권을 압도한 한나라당 차기대권 제1후보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었기에 그 충격은 더했다.

  •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은 “이미 오래 전부터 복지는 박 전 대표의 최대 관심사였다”고 설명한다.

    사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09년 10월 26일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30주기 추도식에서 “아버지가 경제성장을 이룩하셨지만 경제성장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궁극적인 꿈은 복지국가 건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5월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는 “경제 발전의 최종 목표는 소외 계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공동체의 행복 공유”라며 그의 복지에 대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지난 대선 이후 계속 갈고닦은 복지에 대한 로드맵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이라며 “다소 어색하다는 말은 있지만, (박 전 대표를)함께 모신 이들에게는 ‘귀에 박힌 소리’”라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그가 꿈꾸는 ‘복지국가 대한민국’은 어떤 곳일까?

    그는 공청회에서 “한국형 복지는 단순히 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꿈과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흔한 예로 물고기를 잡아주지 않고 ‘잡는 법’을 가르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도 있지만, 그의 복지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공청회 자료집을 살펴보면 그의 ‘한국형 복지’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야당의 보편적 복지와는 차이가 있다.

    최근 이슈인 ‘무상급식’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의견을 살펴보자. 자료집에는 의 돌파구도 자료집에 정리돼 있다. 구체적 사례로 무상급식 문제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자료집에는 “보호자의 소득수준에 따라 학비 및 급식비 등 교육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시스템 개선이 가능하다. 무상 급식 대상이 일정 수준 이하(하위 70%)의 대상으로 결정되고 운영될 경우 이와 관련된 정책 조정 및 연계 체제가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두루뭉술한 글이지만, 무상 급식 대상을 소득수준 ‘하위 70%’ 이하로 짚은 것이 눈에 띈다. 복지의 수혜자는 대폭 확대할 수 있지만 능력이 있는 계층에까지 확대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퍼주기식의 복지는 결단코 경계하겠다는 의지기도 하다.

    박 전 대표가 제시한 복지의 또 하나의 핵심은 ‘맞춤형 지속가능한’ 복지다.

    박 전 대표는 공청회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국민이 실제 느끼는 복지 체감도와 만족도는 과거보다 낮아졌다”며 “생애 주기별로 복지 서비스가 제공되는 예방적이고 지속가능한 한국형 복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애 주기별이란 보육, 교육, 일자리, 노후 문제 등 성별·연령·직업 등에 따른 맞춤형 평생 생활복지를 적용하겠다는 말이다.

    '좋은 말은 다 끌어다 놨다'는 일각의 비판처럼 박 전 대표에게도 아직 구체적인 방점은 아직 없다. 박 전 대표는 공청회 말미에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의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복지 지출이 후대에 부담되지 않아야 하고, 성장과 복지가 순환될 수 있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유시민, ‘전문성’ 하나만큼은 내가 최고

    사실 복지의 대표 아이콘이라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하면서 유권자들에 각인시킨 '복지'의 파괴력은 무시못할 수준이다. 그의 재임기간동안 보건복지부 예산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이뤄낸 역작이다. 특히 숱한 반발과 언론의 지적에도 보육만큼은 必死로 지켜냈다.

  • 덕분에 육아휴직, 보육시설 지원금 등을 사회문화로 정착시키며 유권자들의 머릿속에 복지 정책의 대표주자로 각인됐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에서 참패를 당하고도 여전히 그가 야권 대선 후보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뭐 때문에 국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느냐는 거예요. ‘국가는 국가가 할 일 똑바로 하고 나는 내 삶을 올바로 살자’ 이게 진보자유주의자로서 저의 기본 생각입니다.”

    그래서인지 국민참여당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이 지난해 다시 제시한 ‘보육’의 일성은 의미심장하다.

    유 원장은 지난해 참여정책연구원 개원토론회에서 “생후 72개월까지의 모든 아동에 대해 가정의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육아수당을 지급하는 한편 현행 보육료상한제와 평가인증제를 단계적으로 철폐해 부모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 원장의 전략은 남들보다 앞서는 ‘전문성’에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경력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것이며, 이상을 쫒는 듯한 ‘포퓰리즘’과는 확실의 격을 두겠다는 의지다.

    일례로 들 수 있는 것이 영·유아 양육 부모들에게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그의 제안이다.

    “국가가 24개월 이하 영아는 월 50만원씩, 25~72개월 유아는 월 30만원씩 육아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유 원장은 이에 대해 “대한민국에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고령화 사회 돌파”라며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공동선을 실현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사회적 기여를 한 부모에게 국가가 책임을 공유하는 보편적 보육지원 제도는 필수”라고 설명했다.

    그의 제안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많다. 사실 유 원장의 이 제안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약 11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보육비 지원예산(2조원 내외)의 5배가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는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을 이전으로 되돌리기만 해도 보육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의 복지 소신을 더욱 확실하게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은 ‘국공립 보육 시설 확대’에 관련해서였다. 무조건적인 국공립시설 확대를 통한 보육료 개선을 주장하는 야권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유 원장은 “부모들은 자신의 수준과 처지에 맞게 가장 근접한 시설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 한다”며 “무작정 국공립 시설을 늘려서는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민간시설이 다수인 엄연한 현실에서 무작정 국공립 시설을 늘리자는 건 이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시장만능주의도 원치 않지만 국가의 무책임한 통제는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일갈이다.

    결국 그는 박 전 대표를 위시한 한나라당은 물론, “어설픈 복지를 부르짖지 말라”며 민주, 민노당도 모두 적으로 돌려세우는 ‘무리수’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유시민의 저력은 무시 못 할 수준이며 그의 목소리의 울림은 심상치 않다.

     

    ◇ 다음편, ② 행정가 입장에서 본 '복지' 오세훈 vs 김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