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형적인 조폭 마인드" 맹공"기업 금고 털어 매표 … 망국적 행태"민주당 일각서 '부담' … "金 개인 의견"
  • ▲ 진성준 국회 예결위원장이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모습. ⓒ뉴시스
    ▲ 진성준 국회 예결위원장이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모습. ⓒ뉴시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판 여론을 '이념 공세'로 치부하는 모습이다. 공론장에서는 "공산당식 발상"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민주당은 도리어 "왜 사회주의냐"면서 맞서고 있어 국민 눈높이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1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 실장의 'AI 국민배당금' 제안을 두고 "늘어난 세수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라며 옹호했다.

    진 의원은 또 "국민이 낸 세금을 국민을 위해 어떻게 잘 쓸지 논의하자는 것이 무슨 사회주의냐"고 따져 물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옳은 말씀"이라며 거들었다. 그는 "AI로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는 그 기업들이 정부에서의 보조, 전기세 등 여러 가지 혜택을 받고 있지 않느냐. 국민이 주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초과 이익에 대해서는 국민 배당을 하자 하는 것은 지극히 옳은 말씀"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민배당금 논란은 김 실장이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최근 반도체 호황을 두고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김 실장은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라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며 '국민배당금' 제도 설계를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개인적 소견"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김 실장이 한 말은 'AI 부문 초과 이윤으로 발생하는 국가의 초과 세수를 국민 배당하는 방안 검토'"라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비판적 보도를 "음해성 가짜뉴스"라고 규정했다.
  •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뉴시스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뉴시스
    김 실장이 제안한 '국민배당금' 구상과 이를 옹호하는 이 대통령, 민주당의 인식의 메커니즘은 민간 기업의 초과 이윤을 '초과 세수'로 간주하고 그 일부를 국민 전체에 돌려주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명분도 AI 시대의 '부의 재분배'와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같은 인식이 기업 활동의 결과만 재분배 대상으로 바라보는 단편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개발 비용과 대규모 투자, 그에 따른 고위험 부담까지 감수하는 기업 활동의 본질을 간과한 채 기업의 성과를 '초과 세수'로 규정해 환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시장경제의 작동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접근이라는 것이다.

    또한 시장의 자율적 보상 체계보다 국가의 분배 기능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사회주의적 성'격이 짙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 경쟁력과 성과를 국가가 공공자산처럼 취급해 재분배 대상으로 삼는 인식 자체가 자유시장경제보다는 국가 개입 경제 모델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왜 사회주의냐"는 민주당 일각의 반문도 문제를 인식하는 국민 눈높이와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야권은 특히 김 실장의 '국민배당금' 주장을 두고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으로 규정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과거 풍부한 자원과 높은 성장률을 바탕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확대했던 베네수엘라가 과도한 국가 개입과 기업 국유화 정책 등으로 민간 경제 활력을 잃고 부채의 늪에 빠진 사례를 빗대어 "배네수엘라행 급행열차"라며 경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초과 이윤이든 초과 세수든 이재명이 잘해서 번 돈이 아니다. 애당초 이재명과 민주당은 숟가락을 얹을 자격도 없다"며 "연구·개발 52시간 예외 등 반도체 산업 살리기에 번번이 훼방만 놓고는 마치 자기들이 잘해서 번 돈인 것처럼 강제로 뺏어가겠다는 발상 자체가 전형적인 조폭 마인드"라고 비판했다.

    이어 "초과 세수가 발생하면 빚부터 갚아야 한다"며 "긴축재정이 포퓰리즘이라는 가당치도 않은 궤변으로 국민을 속이려 들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논평을 통해 "정부의 반시장적 폭주는 전 세계 투자자들을 한국 시장에서 내쫓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이 되고 있다"며 "이재명 정권은 기업의 금고를 털어 표를 사려는 망국적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시장 파괴의 주범인 김용범 실장을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도 페이스북에 김 실장의 '국민 배당'을 두고 "미래를 착취하려는 약탈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이재명 정권은 비현실적인 기본소득 실험에 대한 집착을 여태껏 버리지 못한 것 같다"며 "혁신의 결실을 전리품 취급하지 말고 제발 발목이나 잡지 마라"고 덧붙였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자 민주당 일각에서도 적잖은 부담이 감지된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김 실장이 말한 것은 정책 발표가 아니라 AI 시대로 대전환이 예상되니 개인 생각을 말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당과는 어떤 대화도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도 "당정청 논의가 아닌 개인 아이디어"라며 거리를 뒀다. 김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런 시기에는 조금 정제되고 준비되고 같이 조정된 발언들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더 논란이 되는 것은 별로 좋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