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 전차 파열 원인 중 확인된 건은 1건K-9, K-21 사고 원인 조사는 지금도 '진행형'
  • 15일 육군과 방사청 등 군 관계자들은 K-1전차, K-9 자주포, K-21 보병전투차의 사고 원인을 언론에 공개했다. 군은 지금까지 있었던 ‘명품무기 사고 원인’ 중 밝혀졌거나 추정되는 원인은 해당 부대의 관리소홀 또는 지정 부품 미사용이 대부분이었고, 나머지는 지금도 원인을 찾고 있다고 한다.

    K-1 전차 포신 파열

    K-1 전차의 포신파열 사고는 1985년부터 25년 간 총 9회 일어났다. 이 중 포신 내 이물질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7건, 포강(포신 원통 내부를 지칭)내 청소도구가 남아 있어 발생한 사고가 1건이었다고 한다. 최근 일어난 사고는 원인 규명 중이라고 했다. 이 중 포강 내 청소도구로 인한 파열 사고(8번 째, 2009년 발생)에 대해서는 관련자를 징계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들은 “해외에서는 무기결함 사항 공개하지 않아 비교할만한 사례를 찾는데 애로가 있었다. 다만 미국에서 공개된 사례가 있어 살펴보니, 1976년부터 1982년까지 9차례의 포신 파열이 발생했는데 이 중 탄약 조기폭발이 3건, 포강장애 6건이었다”고 밝혔다.

    군은 “향후 K-1 전차 포신파열 조사를 위해 육군본부 군수참모부, 탄약사령부, 정비기술연구소 인원과 국내 재료분야 전문가(교수 3명)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포강내 이물질, 이물질 유입 시 영향요소 분석, 탄약 문제 여부, 장약량 오차 등을 정밀 분석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K-1 전차 화재 발생

    K-1 전차에서의 화재는 지금까지 모두 3건으로, 2009년 9월 3일, 같은 해 10월 29일, 지난 6월 18일 기계화 학교에서 발생했다. 군은 “K-1 전차에서 발생한 화재는 육군본부 주관 하에 합동조사를 벌여 원인이 명확히 규명된 상태”라고 했다.

    군의 확인 결과 전차의 엔진과 연료탱크 사이에 위치한 커플링을 저렴한 국산 부품과 수입정품을 섞어 쓰면서, 부품 간의 미세한 오차로 인해 마모가 발생해 기름이 새는 바람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한다. 화재 당시 전차의 자동소화시스템으로 진화돼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어 언론에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군은 밝혔다.

    군은 “앞으로 야전부대에 연결 커플링 혼용 결합사용을 방지하도록 조치하고 관련 내용을 교육하도록 하겠다. 또한 방사청은 연결 커플링 조달원을 국내업체로 단일화시키고, 국내 생산업체 또한 혼용결함 방지대책 강구토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K-1/K-1A1 전차 변속기 결함

    K-1/K-1A1 전차의 변속기 결함은 2005년 4월 문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은 이후 1,329대의 K계열 전차를 검사해 102대에서 고장을 확인했다. 이후 2005년 9월 창정비 대상 25대 중 5대의 결함 변속기를 완전 분해해 기술 검토에 착수했고, 같은 해 11월 8일 국방부가 원인 규명이 될 때까지 전력화를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2007년 변속기의 품질을 개선한 후 야전에서 시험 운용을 했고 2010년 1월에는 방사청에서 생산 일정을 조정하도록 지시했다. 2010년 6월 18일에는 보다 객관적인 시험을 위해 한국기계연구원에 용역을 의뢰, 성능 시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변속기 결함의 확실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K-9 자주포 엔진 결함

    군의 확인 결과 2005년 7월부터 현재까지 38점의 엔진에서 ‘캐비테이션 현상(엔진 냉각수에 기포가 발생, 붕괴하는 과정에서 고압의 미세분사가 생겨 엔진 내부를 마모시키는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2006년에는 지정 부동액이 아닌 일반 부동액을 사용하다 10점의 엔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캐비테이션 현상’이 생긴 엔진 38점 중 15점은 업체에서 무상 정비를 실시했고, 현재 23점의 엔진이 정비 대기 중이다.

    군은 “부동액으로 인한 문제는 보통 3~4년 뒤(엔진 사용 1,500시간 기준)에 발생하는데 그러다보니 2007년에 보급된 국산 부동액을 주입한 장비에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군은 엔진에서 ‘캐비테이션 현상’이 발생한 원인을 “K-9 자주포 엔진은 K-1 전차와는 달리 습식 실린더 라이너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습식 실린더 라이너 엔진의 경우 건식 실린더 라이너 엔진과는 달리 실린더 내부와 냉각수가 직접 접촉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K-9 자주포에서 사용하는 습식 실린더 라이너 엔진에는 전용 부동액만 사용하도록 메뉴얼에 규정돼 있다고 한다.

    군은 “일부 언론이 제기한 것처럼 설계결함은 아니고, 전용부동액 미사용 또는 전용부동액 사용에도 불구하고 교체주기(2년, 300시간) 규정 미준수로 발생한 문제였으며, 부동액 조달 과정에서 정부조달규정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이 필요해 함께 검사하다보니 전용부동액이 아닌, 가격이 저렴한 다른 회사의 부동액을 공급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향후 문제가 발생한 23점의 엔진 정비는 물론 보조동력장치 장착 필요성 및 소요제기를 검토하고, 엔진 창 정비 주기를 재검토할 것이며, K-9 자주포를 운용하는 1개 대대를 지정해 전용부동액 사용 엔진의 내구도 입증시험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K-21 보병전투차량 침수

    군은 “K-21 보병 전투차의 침수 사고 원인이 ‘무게중심 문제’ ‘물막이 기능 상실’ ‘배수펌프 기능 부실’ ‘변속기 이상’ 등 다수의 치명적 결함 때문이라는 언론의 보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에 따르면 2009년 12월 침수사고 이후 침수방지대책을 마련해 보완한 후 수상운행 안전성 시험을 2010년 2월 23일 실시했는데 결과가 양호해 배치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7월 29일 침수가 또 발생, 3명의 탑승자 중 1명이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해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에 군은 현재 국방부 감사실, 공인회계사, 헌병, 기무사, 육군사관학교 교수, KAIST 교수 등 총 21명, 2개 팀의 조사단을 구성해 국방부, 합참, 방사청, 국방과학연구소(ADD), 육군본부, 국방기술품질원 등 사업 관련 부서와 두산 DST, 두산 인프라코어 등 업체, 사고가 발생한 육군 20기계화보병사단, 육군 기계화 학교 등 운용부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 및 경과 보고한 군, 의문은 여전히 남아

    군은 브리핑을 마친 뒤 “향후 조사단 조사 결과에 따라 사고원인 규명하고 종합대책을 추진할 것이며 이미 전력화된 장비 70대, 납품대기 중인 10대에 대해서도 성능 입증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한 “이와 함께 모든 K계열 장비를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제도개선, 기술적 보완 등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여 최단 기간 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한 “우리 군과 방위사업체 입장에서는 장비를 빨리 제조해 납품하는 게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보니 그동안 신형 장비의 전력화를 너무 서두른 것도 문제였다고 본다”며 “앞으로는 신형 장비를 도입함에 있어 기술개선, 제도 검토 등을 통해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고 진정한 명품 장비가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과 방사청 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장비 통합 능력 부족 ▲군 기관의 기술 검증 능력 부족 ▲각종 사고에도 책임자 규명 및 처벌을 못한 점 ▲군 요구 성능의 적정성 검토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해 출입기자들의 원성을 듣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