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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50주년> 학계에 이는 재조명 바람
외국 혁명사례와 비교, 해외석학 초청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4.19 혁명 50주년을 맞아 올해는 학계의 재조명 열기가 뚜렷했다.
4.19 혁명을 전면에 내세운 '50주년 4.19혁명 기념사업회'나 '4월회'와 같은 단체들은 물론이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한국정치학회, 한국정치외교사학회, 미래정책연구소 등 여러 학회가 학술대회를 열고 4.19에 대한 재조명에 나섰다.
당시의 혁명 진행과정에 대한 재구성과 사회정세 분석에서부터 4.19 혁명 정신을 토대로 한 지금의 사회현실 비판까지 연구 분야도 다양했다.
또 4.19 혁명을 외국에서 일어난 주요 혁명들과 비교하기도 했고, 해외의 석학을 초청해 4.19에 대한 견해를 듣기도 했다.
◇혁명과정의 재구성과 현실 비판
오유석 성공회대 교수는 16일 열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학술대회에서 '2.28 대구학생시위' 이후에는 서울에서도 학생들의 저항 움직임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금까지는 일반적으로 1960년 2.28 대구시위 이후 3.15 마산시위를 거쳐서야 비로소 서울의 4.18과 4.19로 이어졌다는 것이 통념으로 받아들여졌다.
오 교수는 '서울에서의 4월혁명'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서울은 소리 없는 저항의 외곽이 아니었다"며 서울운동장에서 3월 1일 있었던 '서울운동장 삐라 사건'과 3월 5일의 종로학생시위, 3.15 부정선거 전날 밤의 대규모 학생시위가 있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상호 건국대 교수는 15일 열린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학술대회에서 '4.19 이후 한국 민주화 운동의 흐름'이라는 제목으로 4.19 이후의 민주화 운동을 재구성하면서 현재의 사회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4월혁명은 뒤이어 부마항쟁과 광주민중항쟁,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하고, "현재 한국사회를 들여다보면 학연ㆍ지연ㆍ가부장질서가 온존하는 등 전근대적 요소가 만연해 있고, 이런 부조리에 대한 비판도 어려운 사회가 됐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민주화라는 허명 속에 대다수 민중은 하루하루를 지탱할 에너지원을 소모 당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난날 피울음으로 떨쳐 일어났던 다수의 울부짖음은 누구를 위한 몸부림이었을까"라고 되물었다.
고원 상지대 교수도 16일 한국정치학회와 4월회가 공동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4.19 혁명과 한국 민주주의'를 통해 대공황을 겪으면서도 민주주의 토대를 견고하게 유지했던 서구 국가들을 예로 들며, 경제난에 직면해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를 희생하는 한국의 현실을 비판했다.
◇해외 주요 혁명과의 비교
외국의 주요 혁명과 4.19 혁명을 비교한 연구는 주로 15일 열린 한국정치외교사학회의 학술대회 '4.19 혁명과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김영애 한국외대 교수는 태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학생을 중심으로 학생ㆍ시민이 단결해 투쟁한 1973년의 '10.14 민주화 투쟁'과 4.19 혁명을 비교했다.
김 교수는 한국과 태국은 근대화를 겪으며 여러 가지 면에서 사회구조ㆍ정치문화의 변화와 중산층ㆍ지배계층의 형성과정 등이 비슷하다고 지적하고, 이와 같은 배경이 두 나라에서 4.19 혁명과 10.14 민주화 투쟁을 폭발시킨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양길현 제주대 교수는 2007년 미얀마(버마)의 '샤프란 혁명'과 비교를 시도했다.
양 교수는 "샤프란 혁명은 거창한 이름과 달리 가시적인 정치변동을 가져오는 데 실패한 좌절된 민주화 운동"이라면서도 "버마 정부가 이후 다당제 총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에서 보면 나름대로 영향을 미친 정치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에 반해 4.19 혁명은 이승만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종식하고 민주적 선거로 새 정부를 구성했다는 성과로 대표적인 민주화 운동 사례가 됐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프랑스의 '68혁명'과 4.19를 비교한 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장은 "68혁명은 국가권력을 장악하려는 전통적 의미의 혁명이었다기보다는 사회ㆍ문화적 혁명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고 간접적으로 4.19 혁명과 대비했다.
◇외국 학자들의 시각
외국 학자들도 한국의 4.19 혁명의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고트프리트-칼 킨더만 독일 뮌헨대 명예교수는 14일 열린 '50주년 4.19혁명 기념사업회'의 학술대회에서 '4.19 민주혁명의 정신과 외국의 인식' 발표문을 통해 "4.19 혁명은 전통적 권위에 대한 충성이라는 유교 개념을 무너뜨린 학생봉기라는 견해를 보였다.
당시 '국부(國父)'로 받아들여졌던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릴 혁명을 학생들이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이 민주주의 원칙과 자유세계의 역사에 대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날 함께 발표한 글렌 페이지 미국 하와이대 명예교수는 발표문 '4월 혁명과 비살상 한국'에서 4.19 혁명은 '비살상 운동'이었다는 시각을 내보였다.
그는 당시 학생들과 교수들이 보여준 비폭력적인 모습은 내전과 전쟁, 일상적 폭력의 문화 등에서 해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21세기를 비살상 세계로 변화시키는 데 한국이 고유의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