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을 하면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앞선 토론자의 발언에 대한 반박부터 나왔고 주어진 발언 시간의 3분의 2 가량이 이렇게 할애됐다. 그래서 궁금해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은 상대적으로 불충분 할 수밖에 없었다.

    9일 오전 원내전략과 국정운영을 주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가 그랬다.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를 함께 불러 6월 임시국회 전략과 북핵문제,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 처리 등에 대한 양당의 입장을 듣고 국민에게 알리려던 관훈클럽의 당초 계획은 틀어졌다.

  • ▲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 국회 개회 지연 등 현안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 국회 개회 지연 등 현안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작부터 그랬다. 안 원내대표가 "노 전 대통령 서거가 정치보복이라는데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고 검찰수사를 "정당한 수사였다"고 하자 이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전후의 민주당 태도가 달라 기회주의적이란 비판이 있다'는 사회자의 질문을 받고 "안 원내대표 말에 반박하겠다"면서 "돌아가신지 한달도 채 안됐는데 그런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따졌다. 이 원내대표는 "500만 조문객이 민심이었다고 말하면서도 한나라당은 귀를 닫고, 눈을 막고, 듣고싶은 것만 듣고있다"면서 "이런 태도로는 민심을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 원내대표에게 '당 쇄신'관련 질문이 나왔지만 그 역시 "우선 이 원내대표 말 부터 반박하고 답변하겠다"면서 "무슨 근거로 정치보복이라는 것이냐. 박연차 수사하면서 드러난 노 전 대통령 비리 의혹에 대해 민주당도 '성역없이 수사하라'고 몇번이나 주장했다. 그래서 성역없이 한 것 아니냐"고 따진 뒤 "자신들이 수사하라고 해 한 것을 왜 정치보복이라고 하는지 이해못하겠다"고 불만을 쏟았다.

    노 전 대통령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제 실시를 요구하는 민주당인데 사회자는 이 원내대표에게 '대통령과 여당이 거부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원내대표는 다시 안 원내대표 발언부터 반박했다. 그는 "안 원내대표는 박연차 사건을 노무현 정권 말 부터 수사가 시작됐다고 했는데 어떤 근거로 말했는지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파악하기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이 대통령에게 직접 (태광실업 세무조사 결과를) 보고했고 보고된 자료가 검찰에 내려가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검찰의 수사의 종착역을 노 전 대통령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이고, 포괄적 뇌물죄로 규정해 짜맞추기 수사를 한 것으로 이해한다. 수사과정에서 신조어도 많다. '중계방송 수사', '먼지털이 수사', 심지어 '빨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게 정치보복이 아니면 뭐냐"고 따졌다.

    두 사람간 공방이 격해지자 사회자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 이슈를 '미디어법'으로 돌렸다. 그러나 미디어법 관련 질문을 받은 안 원내대표는 "미디어법 처리 문제 이전에 이 원내대표 말한 것 부터 반론을 좀 제기하겠다"면서 "검찰 수사를 짜맞추기 수사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검찰이) 그렇게 지지부진하게 (수사) 할 필요가 없었다. 전광석화 처럼 짜맞췄어야 했을 것"이라고 말한 뒤 "그야말로 근거없는 주장을 이런 자리에서 하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다.

    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안 원내대표는 작심하고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게 제기된 병역비리 문제와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 관련, BBK의혹까지 꺼냈다. 그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이 대통령에게 직보했고, 대통령이 검찰에 (국세청 세무조사 자료를) 넘겨 수사를 했다는 데 이런 근거없는 말을 하면 나중에 어떻게 책임을 감당하려고 하느냐"고 따졌다. 이어 "(검찰수사를) 중계방송 수사라고 하는데 원조가 누구냐"며 "이회창 총재 병역비리를 폭로하고 매일 수사결과를 중계방송 하듯 하지 않았냐. 그 당시 몇달간 중계방송 했는데 그 자료는 어디서 나왔냐. 여당과 검찰에서 나온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노 전 대통령 때도 BBK의혹을 제기했다"면서 "모든 책임이 한나라당에 있고 정치보복을 한나라당이 한 것 같이 말하는 데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곧바로 이 원내대표에게도 미디어법을 물었지만 그 역시 "안 원내대표 말을 들으면 여야를 떠나 검찰출신은 '검찰프랜들리 하구나'하고 느낀다"면서 "모든 국민이 검찰이 문제있다고 하는데 친정을 과보호 하려는 게 아니냐"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정치보복의) 근거가 어디서 나왔느냐고 했는데 전부 일간지에 보도된 내용"이라며 "내가 창작한 게 아니라 언론보도를 종합정리했다"고 반박했다.

    미디어법 관련 질문에 대한 두 사람의 답변이 워낙 부족해 재차 미디어법 처리 여부에 대해 물었지만 안 원내대표는 "답변하기 전에 (이 원내대표가 노 전 대통령 서거가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의) 근거를 일간지 보도라 했는데 정말 공당의 대표가 일간지 보도로만 의혹을 제기해서 되겠느냐"며 재반박부터 했다. 그는 "충분히 조사를 거치고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았는데 대통령 관련한 엄청난 사실을 유언비어 유포식으로 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 역시 질문에 대한 답변 전에 "(안 원내대표가) 언론보도만 갖고 말하느냐고 했는데 그래서 국정조사를 하자는 것"이라며 "언론보도만 갖고도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데 국정조사를 통해 파헤치면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것을 다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뒤 거듭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 전직 대통령의 불행을 끊어야 하고 이를 위해 국정조사와 특검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계속되는 공방에 한 토론자는 "무슨 질문을 해도 답변은 조문관련 공방이니"라고 말했고 다른 토론자도 "반박하고 답변하니까 재미는 있네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