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연극 복귀…7월 4일~8월 2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서 공연서재형 연출 "오이디푸스 앞에 인간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다"
  • ▲ 배우 최수종이 2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수컴퍼니
    ▲ 배우 최수종이 2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수컴퍼니
    자타공인 '왕 전문 배우'로 불려온 최수종(64)이 고대 그리스의 비극적인 왕 '오이디푸스'가 돼 무대로 돌아온다. 2017년 연극 '하늘로 가지 못한 선녀씨 이야기' 이후 무려 9년 만의 연극 복귀다.

    소포클레스가 기원전 429년 발표한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혼인할 것"이라는 잔인한 신탁을 마주한 테베의 왕이 가혹한 운명에 맞서 필사적으로 투쟁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극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주인공이 단 한 번도 퇴장하지 않고 거대한 에너지를 쏟아내야 하는 악명 높은 역이기도 하다.

    내년이면 데뷔 40주년을 맞이하는 베테랑 배우 최수종에게도 이번 도전은 결코 쉽지 않았다. 최수종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에서 "감정선을 표현하는 과정이 정말 복잡하고 힘들어서 첫 연습 일주일간은 '위약금을 물고라도 관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손동작 하나, 발걸음 하나, 대사 한 마디까지 세밀하게 표현해내는 과정이 처음에는 징그럽고 싫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과정이 정말 사랑스럽다. 나의 모든 고정관념이 깨지고, 처음 배우가 된 자세로 선후배 가리지 않고 조언을 구하며 즐겁게 배워나가고 있다"고도 했다.

    드라마 위주로 활동하던 그를 다시 무대로 이끈 동력은 바로 대선배들의 존재였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신구, 이순재, 박근형, 박정자, 손숙 선배님 등이 무대 위에 서시는 모습을 보며 참 많이 반성했고, 또 다른 꿈과 희망을 얻었다"며 "그 연세에도 또렷한 발성과 전달력, 움직임으로 관객과 호흡하는 모습을 보며 기회가 오면 꼭 무대에 서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 ▲ 연출가 서재형이 2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수컴퍼니
    ▲ 연출가 서재형이 2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수컴퍼니
    올해 프로덕션은 황정민, 박해수 등 배우들이 거쳐 갔던 서재형 연출(56)의 새로운 도전이다. 서 연출은 이번 공연의 키워드로 '인간의 의지'를 꼽았다. 극장 규모(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는 이전(LG아트센터·예술의전당)보다 작아졌지만, 그만큼 고전의 본질을 더 밀도 있고 선명하게 전달하겠다는 계산이다.

    서 연출가는 최수종을 향해 "그냥 국가대표 왕이다. 잘 해낼 것을 확신한다"며 "기존의 오이디푸스가 거대한 신탁에 가려졌다면, 이번에는 '오이디푸스' 앞에 인간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다. 인간의 냄새가 진하게 묻어나는 밀도 높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동성이 많은 시대에 대한민국 관객들이 힘을 내고, 의지를 갖고 한 걸음씩 걸어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위로를 담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수종과 함께 '오이디푸스' 역에 더블 캐스팅된 양준모(46)는 "아예 새로 태어나는 기분으로 무대 인생을 총집합해 준비하고 있다. 왕이 아닌, 신 앞에 선 티끌 같이 나약한 인간이 고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을 통해 관객분들이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연 라인업뿐만 아니라 극의 무게감을 더할 조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앞을 보지 못하는 예언자 '테레시아스' 역은 박정자(84)가 분한다. 2011년 이후 15년 만에 다시 같은 역으로 돌아온 그는 직접 배역을 자처할 만큼 작품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박정자는 "눈을 뜬 사람들이 오히려 진실을 보지 못하기도 한다. 오이디푸스는 가엽지만 불길 속으로 짚을 짊어지고 들어가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며 "내가 숨 쉬고 있는 동안은 배우로서 무대 위에서 진정한 에너지를 쏟아내고 싶다"고 전했다.
  • ▲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수컴퍼니
    ▲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수컴퍼니
    7년 전 같은 배역인 '코린토스 사자' 역을 맡았던 남명렬(67)은 "그새 흰머리가 되었다. 세월만큼 깊은 연기를 보여주겠다"며 "고전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운명과 고뇌를 극명하게 보여주기에 관객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이것이 고전이 계속 무대에 올라야 하는 이유"라며 고전의 가치를 짚었다.

    이외에도 오이디푸스의 왕비 '이오카스테' 역에 서영희·임강희가, 극의 흐름을 이끄는 '코러스 장' 역에 임병근·이형훈,  '크레온' 역에 강성진·최수형, '코린토스 사자'와 '테레시아스'의 더블로 오찬우·나자명이 캐스팅돼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마지막으로 박수이 프로듀서는 대중문화의 중심이 OTT로 이동한 현시점에서 연극이 가지는 가치를 강조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극장을 찾아야 하는 공연이 진입장벽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만이 가진 현장성과 동시대성이 있다. '오이디푸스'를 극장에서 직접 마주하신다면 특별한 시간과 큰 울림을 공유하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

    운명의 굴레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의지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연극 '오이디푸스'는 7월 4일~8월 2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