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보호·정의구현 포장한 갈라치기 정책 남발이해관계 무시한 잣대 … 선의의 피해자만 속출시장경제체제 해치는 일방적 몰아세우기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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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기름값을 올린 서울 송파구 한 직영 주유소를 찾아 불시 점검하는 모습ⓒ뉴데일리DB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정부 정책을 평가할 때 가장 큰 실수는 결과가 아닌 의도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경고는 현재 대한민국 산업계와 노동계를 휩쓸고 있는 일련의 정책적 혼란을 정확히 관통한다.세상 만사 이해관계에서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쫓는 행위를 '악(惡)'으로 규정한다면 이른바 '약자 보호'와 '정의 구현'이란 선한 의도로 포장된 네거티브한 정책들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보이지 않는 '선한 존재'를 위해 모두가 불행해지는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된다.약자의 눈물을 닦겠다며 밀어붙인 노란봉투법은 '선의의 역설'의 대표적 사례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은 하청 및 취약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기업을 '죽음을 외주화'하는 악한 존재로 매도하더니 결국 한정된 재원을 둘러싼 극심한 '노노(勞勞)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원청의 사용자성이 확대되면서, 수많은 하청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하지만, 개별 기업이 지불 가능한 총 인건비 규모는 한정적이다. 이는 하청 근로자의 임금 인상 요구가 기존 원청 정규직 근로자들의 몫이 축소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제로섬(Zero-Sum) 형태의 배분 갈등이다. 최근 포스코가 협력사 직원 7000명을 직고용하기로 하자, 기존 정규직 직원들은 역차별을 거론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노란봉투법이 기업에게는 끝없는 교섭과 파업 리스크를 강제하는 것은 물론, 또 다른 노동자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불행을 가져다 준 셈이다.정유사의 부당한 이득을 막겠다며 밀어붙인 석유 최고가격제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정부가 시장 균형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가격 상한선을 일방적으로 긋자 시장 곳곳 왜곡과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 밀린 정유사들이 직영 주유소를 통해 원가 이하의 기름을 팔기 시작했고, 자영 주유소들이 그대로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 정유사들은 직영 주유소에 쌓이는 적자 때문에 시름이 깊어지고, 주유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엄청난 손실에 폐업을 고민 중이다. 정작 혜택을 기대했던 소비자들도 전체 주유소 중 10% 남짓한 직영 주유소로 몰려가 하염없이 줄을 서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어설픈 정책 하나에 제조사·유통사·소비자 모두가 불행해진 셈이다.최근 당정이 유가 안정 대책으로 꺼내든 '주유소 혼합판매 제도'도 기업들만 고통스러울 뿐 이렇다 할 실효성을 찾기 어려운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예컨대 SK 간판을 주유소에서 GS칼텍스 기름을 팔 수 있도록 해 단가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인데, 일선 현장에선 전혀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고 한다.대부분 개별 주유소는 정유사별 유류를 분리 저장할 여분의 지하 저장 탱크가 없기 때문에 제품별로 구별해 판매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설령 여러 기름을 물리적으로 혼합해 판매할 경우 가짜 석유 논란이나 차량 엔진 결함 등 품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그 배상 책임 소재를 가려내기 어렵다. "현장은 자 대듯이 딱 떨어져 나오는 곳이 아니"라는 정유업계 관계자의 일침에 고개가 끄덕여 질 법 하다.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끝없이 이어지는 갈라치기 정책에 국민과 기업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묵살한 채 '선과 악', '강자와 약자'로 나누는 정책 기조는 사회적 마찰과 비용을 유발하고 이를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관행이나 관례는 수많은 시간동안 시장경제란 틀 속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숙의를 거치고 양보와 합의를 반복해가며 도출한 일견 합당한 '최선의 방식'이다. 이를 일방적으로 불공정이란 잣대를 들이밀며 뒤집는 건 정의(正義)를 가장한 '시장 교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투명한 이해관계 조정과 시장의 자발적 경제 유인을 이끌어내는 정교한 정책으로 회귀해야 할 때다. 시장경제는 현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한 시스템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