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시장경제·헌법 정신 배치"노동부, 6월 1일 토론회 전격 연기국힘 "기업 성과 사후 재단은 월권"
  • ▲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서성진 기자
    ▲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서성진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대기업 초과이익의 사회적 배분' 문제 공론화를 시도하자 국민의힘이 기업 이윤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여론 악화를 의식해 관련 토론회를 연기했지만 청와대와 노동부가 공론화 필요성 자체는 거두지 않으면서 선거 이후에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이 반도체를 공공재라 주장하며 기업의 초과이익을 국가가 빼앗겠다는 '초과이익 환수론'을 들고 나왔다"며 "이는 시장경제 질서와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위험천만한 정책이자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했다.

    이어 "경쟁국들은 정부와 기업이 한 몸이 돼 최첨단 산업의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를 위한 금융·세제·재정 지원에 올인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철 지난 낡은 이념에 사로잡혀 거위의 배를 가르겠다고 팔을 걷어붙이는 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지방선거를 "국가가 기업 이윤을 강탈하는 것을 막는 투표"로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함인경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지난 27일 논평에서 "기업은 이익이 남아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의 이익을 나눌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더 성장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고용노동부는 당초 다음 달 1일 예정됐던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토론회'를 전날 연기했다. 노동부는 "각계의 보다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개최 일정을 다시 조율 중"이라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 악화를 의식한 속도 조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논란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기자단 차담회에서 삼성전자 성과급 사례를 언급하며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배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확산됐다.

    김 장관은 다음날 페이스북에 "기업 이윤을 뺏어 나눠주려 한다는 것은 억측"이라며 "정부는 기업의 정당한 이익에 강제로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청와대도 공론화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전날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노동부 장관은 노동부 장관 입장에서 성과 배분의 사회적 공론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터놓고 논의해 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노동부의 토론회 연기가 정책 기조 철회가 아니라 속도 조절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최보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이날 논평을 통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정부가 특정 기업의 이익 가운데 어디까지를 '정상 이익', 어디부터를 '초과이익'으로 규정해 사회적으로 배분하겠다는 발상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 단장은 "기업이 치열한 연구·개발과 막대한 투자, 고위험 부담 끝에 거둔 성과를 정부가 사후적으로 재단하기 시작하면 누가 미래 산업에 과감히 투자하겠느냐"고 했다.

    이어 "노동부 장관이 특정 기업의 성과급 체계와 이윤 배분 문제까지 거론하며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을 언급한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며 "기업의 보상 체계와 경영 판단은 노사 자율과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서성진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서성진 기자
    정부 내부의 용어 혼선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논란은 지난 11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페이스북에 AI 시대 반도체 호황과 관련해 '구조적 초과이윤'과 '국민배당금' 구상을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김 실장은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김용범 실장이 한 말은 'AI 부문 초과이윤으로 발생하는 국가의 초과세수를 국민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이 '기업의 초과이윤을 국민 배당하는 방안 검토를 주장했다'는 음해성 가짜뉴스를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영훈 장관과 청와대가 지난 27일과 28일 잇따라 기업 성과 배분의 공론화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논란은 재점화됐다. 이 대통령이 앞서 초과세수 문제로 선을 그었지만 정부 기조가 기업 이익 배분 논의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반도체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초과이익'을 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규정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하는 미국 정부나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에 잘못된 협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반도체 전문가는 "정부가 국내 반도체 기업이 초과이익을 내고 있다고 공인하는 순간 미국에는 보조금 재검토 명분을,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에는 납품가 인하 압박의 구실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반도체는 적자를 견딘 뒤 호황을 맞는 사이클 산업인데 일시적 수익을 환수 대상으로 보면 다음 불황에 대비할 투자 여력과 R&D 의지를 꺾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관련 토론회를 취소하지 않고 연기 형식을 취한 만큼 성과급과 초과이익 배분을 둘러싼 논의는 선거 이후 다시 수면 위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와 노동부가 공론화 필요성 자체를 거두지 않고 있어 기업 이익 배분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과 산업계의 우려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