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은 명확하다" … 한은의 긴축 전환 선언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 확대 … 증시 수급 부담 완화부동산엔 브레이크, 증시엔 안전판 … 위험한 외발자전거 질주
  •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5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단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5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은 브레이크를 밟고, 국민연금은 한번 더 액셀을 밟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이었다.

    지난 28일 한국은행은 사실상 금리 인상 전환을 선언했다. 같은 날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금리 인상은 시장에 브레이크를 거는 정책이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확대는 증시 수급을 떠받치는 결정이다.

    같은 날 시장을 짓누르는 신호와 떠받치는 정 반대의 신호가 동시에 나온 셈이다.

    물론 두 결정은 각각의 논리가 있다.

    한국은행은 물가와 성장, 환율, 부동산 시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0%에서 2.6%로 상향 조정됐다. 반도체 경기 회복과 수출 호조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면서 더 이상 경기 침체를 이유로 금리 인상을 미룰 상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로 보나 성장으로 보나 환율, 부동산으로 보나 갈 길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총재가 이 정도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달리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물가와 성장, 환율, 부동산 등이 모두 금리 인상 필요성의 근거로 언급됐지만 시선은 자연스럽게 부동산으로 향한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급등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는 사실상 시장에 남은 가장 강력한 수요 억제 수단이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송파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1억9518만원으로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불과 5개월 만에 22% 상승했다. 시장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신호를 물가 대응 못지않게 부동산 시장을 향한 경고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국민연금의 결정 역시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지난 2월 말 기준 이 비중이 이미 24.5%까지 올라가 기존 목표치와 괴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만 놓고 보면 최근 시장 환경 변화와 수익성,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자산배분 조정이다.

    하지만 시장과 연결해 바라보면 다른 측면이 보인다. 국민연금이 기존 목표를 유지했다면 상당한 규모의 주식 매도가 불가피했다. 반대로 목표 비중을 높이면 매도 압력은 줄어든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증시에 베팅했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국내 증시의 수급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서로 상반된 정책은 '부동산에는 브레이크, 증시에는 안전판'이라는 정부가 가장 반길 만한 그림으로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최근 정부 입장에서 증시는 성과지만 부동산은 부담이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증시는 정부가 강조하는 경제 성과의 상징이 됐지만, 서울 집값 급등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민감한 정치적 리스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확장재정으로 풀린 유동성이 다시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막아야 하고 동시에 정부의 최대 성과로 평가받는 코스피도 지켜내야 한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돈줄을 조이려 하고, 국민연금은 증시 수급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읽힌다.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데도 외발자전거를 계속 앞으로 밀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달에만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은 3조원 가까이 늘었다. 코스피가 치솟는 만큼 빚투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반면 은행권 신용대출 부실채권비율은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영원히 오를 수 없다는 건 모두가 안다. 문제는 부실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페달을 밟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