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못 들었다"…주차장 입구선 입차 제지에 곳곳 '혼선'"지도 앱 연동 안 돼"…안내 미비에 시민 혼란 가중"짐 많고 픽업해야 하는데"…실생활 밀착 제약에 실효성 의문"20~30년 전 구태의연한 발상…제대로 된 대안도 없어"
  • ▲ 8일 공영주차장을 대상으로 '차량 5부제'가 시행된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영주차장 진입로에서 수요일 제한 대상(끝번호 8번) 차량이 주차 관리 직원에게 진입을 제지당하고 있다. ⓒ임찬웅 기자
    ▲ 8일 공영주차장을 대상으로 '차량 5부제'가 시행된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영주차장 진입로에서 수요일 제한 대상(끝번호 8번) 차량이 주차 관리 직원에게 진입을 제지당하고 있다. ⓒ임찬웅 기자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영주차장 진입로. 30대 남성 황모씨는 주차 관리 직원의 제지에 차 창문을 내린 채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수요일인 이날 5부제 제한 대상인 차량 번호 끝자리 '8'에 해당한 황씨의 승용차는 공영주차장 입차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황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가락시장 인근 공영주차장에 아무 문제 없이 주차를 했었고, 5부제 시행과 관련해 사전에 들은 바가 전혀 없다"며 "주차장 측에서 시행 첫날이라 오늘만 양해해 준다 해서 겨우 차를 세우긴 했지만, 갑자기 진입을 제지당하니 무척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이 격화되자 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해 공공부문 차량 운행 제한 조치를 대폭 강화했다. 이날부터 기존 공공기관 임직원에 적용되던 '5부제'를 격상해 홀수일과 짝수일에 맞춰 운행하는 '2부제'로 변경하고, 전국 3만여 곳의 공영주차장에서도 차량 5부제를 전격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수요일인 8일은 차량 번호 끝자리가 3번이나 8번인 차량의 공영주차장 이용이 전면 제한된다. 요일별 일정을 살펴보면 ▲월요일은 1·6번 ▲화요일은 2·7번 ▲목요일은 4·9번 ▲금요일은 5·0번으로 끝나는 차량이 각각 해당 요일에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다.

  • ▲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영주차장에 '자원안보위기 극복을 위한 승용차 5부제'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임찬웅 기자
    ▲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영주차장에 '자원안보위기 극복을 위한 승용차 5부제'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임찬웅 기자
    ◆시행 첫날 '혼선' … 실생활 밀착 제약에 시민 불만도

    차량 5부제 시행 첫날,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진 모습이었다.

    여의도의 한 공영주차장에서 만난 40대 여성 신모씨는 "뉴스에서 앱을 통해 5부제 연동 기능을 제공한다고 해서 확인해 봤는데, 정작 앱에는 관련 내용이 전혀 보이지 않아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신씨는 "차량 5부제 시행이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관내 전체 공영주차장 가운데 75곳에만 5부제를 시행하고, 전통시장 인근과 주택가 등 33곳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지도 앱 등에 어떤 주차장이 시행 대상인지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현장의 불편이 이어졌다.

    영업직에 종사하는 30대 남성 이모씨도 "영등포와 구로구 일대의 거래처 이동이 잦아 T맵 등 내비게이션 의존도가 높은데 5부제 시행 주차장 표시가 전혀 안 돼 있다"며 "시행일부터 시민들이 많이 쓰는 지도 앱에 연동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생활과 밀착된 제약으로 시민들은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의도로 출근하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짐이 많을 때나 여자친구를 픽업해야 하는 날 하필 5부제에 걸리면 곤란할 것 같다"며 "주유소 최고가격제 등 정부 정책이 계속 나오지만 실제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등포에서 근무하는 30대 남성 진모씨도 "회사가 따로 주차 지원을 안 해줘서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데, 5부제에 걸리는 날이면 기존 이용지 말고 주변의 다른 주차장을 매번 새로 알아봐야 해 번거로울 것 같다"고 전했다.
  • ▲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영주차장. ⓒ임찬웅 기자
    ▲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영주차장. ⓒ임찬웅 기자
    ◆"실효성 의문 … 제대로 된 대안책도 마련되지 않아"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동발 유가 불안에 대응하는 취지에는 일부 공감하면서도 준비되지 않은 강제적 운행 제한이 불러올 부작용과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 일부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말 차를 사용해야만 하는 시민들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5부제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특히 생계와 직결된 이용자들이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포털 지도 연동과 같은 서비스도 사전에 긴밀한 협조를 통해 구축했어야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도 "개인이 수년 동안 유지해온 일상적인 교통 패턴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에도, 정책이 정확한 공지 없이 시행되다 보니 지자체조차 혼선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번 조치는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 효력보다는 단순히 경각심을 끌어내려는 '보여주기식' 차원이 강해 보인다"며 "20~30년 전에나 하던 정책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