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형 원심 깨고 무죄 취지 파기환송문신사법 시행 앞두고 의료법 판단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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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뉴데일리DB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고 처벌해 온 대법원 판례가 34년 만에 변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된 박모씨와 백모씨 사건 상고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날 통상적인 서화문신과 미용문신은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와 직접 관련이 없어 시술에 의료인 수준의 의학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신행위는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갖춘 의료인이 등장하기 전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며 "통상적인 서화문신과 미용문신은 대부분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와 직접적 관련 없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문신시술은 문신과 관련된 미적인 지식과 기능, 경험 등이 요구되는 영역"이라며 "반드시 의료인에 버금가는 의학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어야만 성공적인 문신시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문신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과 의료 환경 변화도 판례 변경의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1992년 판단 이래 기술 발전과 환경 변화로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의료접근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며 "문신시술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보건위생상 위해 등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기 신체를 통해 개성을 발현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문신 시술을 받을지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신은 더 이상 일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이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았고, 다양한 사회·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법원은 문신 시술 과정에서 별도의 위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처벌 가능성까지 부정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은 "문신사법 등 시행 전이라도 형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이에 따른 형사처벌 가능성이나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규제 도입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1992년 5월 눈썹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했다. 이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돼 왔다.

    박씨는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미용실에서 두피문신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백씨는 2019년 5월 패션잡화 판매점에서 레터링 문신 시술을 한 혐의를 받았다.

    두 사건의 1·2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들의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고 각각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현행 의료법 기준으로도 문신 시술 행위가 그 자체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한편 국회는 지난해 9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은 내년 10월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