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 70% 선별 기준에 탈락자 속출…"말만 앞선 선별 복지"세금 납부하고도 배제된 직장인·주민들…"선심성 정책" 박탈감 성토복잡한 온라인 절차에 주민센터로 쏠린 고령층…긴 대기에 신청 포기도"애매한 선별 기준에 디지털 소외까지…고유가 대책 실효성 의문"
  • ▲ 고유가 피해지원금 2차 신청 이틀째인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주민센터 3층 임시 접수처에서 고령층 방문객들이 창구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접수 절차를 밟고 있다. ⓒ임찬웅 기자
    ▲ 고유가 피해지원금 2차 신청 이틀째인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주민센터 3층 임시 접수처에서 고령층 방문객들이 창구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접수 절차를 밟고 있다. ⓒ임찬웅 기자
    "못 받을 거 가지고 생색만 내고 항상 말만 앞선다."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주민센터 3층 임시 접수처. 정부의 '2차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이틀째를 맞아 출생연도 끝자리 2·7번 대상자들의 접수가 진행됐으나, 현장을 찾은 일부 시민들은 불만과 혼선에 휩싸인 채 발길을 돌렸다.

    건강보험료(건보료) 납부액이 기준을 초과해 지원금을 받지 못한 70대 남성 김모씨는 "지원금을 주려면 전반적으로 적게라도 다 줘야지 이렇게 선별 지급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건보료를 20만 원 이상 납부해 제외된 한 도화동 주민 역시 "주민센터를 방문해서 건보료 기준액 설명을 들었다"며 "정부가 정책을 이런 식으로 촘촘하지 못하게 짜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물가 상승 대응과 가계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고유가 피해지원금 정책을 시행했다. 지난달 실시된 1차 지급은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가구 특성에 따라 수도권 기준 45만~55만 원이 차등 지급됐다.

    지난 18일부터 개시된 2차 지급은 소득 하위 70%인 약 3600만 명의 일반 국민으로 지급 대상을 확대했다. 올해 3월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 가구별 합산액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며, 지급 금액은 수도권 기준 10만 원으로 축소됐다. 이번 2차 접수가 오는 7월 3일까지 시행된다.

    ◆ 낮은 문턱에 탈락자 속출 … "지방선거 의식한 선심성 정책" 성토도

    이 와중에 소득 기준 차등 지급 탓에 배제된 주민들의 박탈감은 그대로 드러났다.

    건강보험료 납부액이 기준을 초과한 또 다른 고령층 주민은 "꾸준히 세금을 납부한 국민인데 이렇게 차별 대우 받는 것은 억울하다"며 "경제 상황도 안 좋은데 이런 식으로 돈을 뿌리는 정책을 하는 것도 불만"이라고 밝혔다.

    지원금을 수령하는 시민 사이에서도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70대 남성 강모씨는 "다가오는 지방선거 투표를 잘하라고 돈을 뿌리는 것 같다"며 "지원금을 받기는 하지만 이런 식의 무차별적 정책은 전혀 마음에 안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설모씨도 "정부에서 주니까 받기는 하겠지만 어차피 세금으로 더 뜯어갈 것 아니냐"며 "결국 조삼모사 정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 ▲ 19일 오전 마포구 주민센터 입구에 설치된 안내 현수막. ⓒ임찬웅 기자
    ▲ 19일 오전 마포구 주민센터 입구에 설치된 안내 현수막. ⓒ임찬웅 기자
    ◆ 온라인 장벽에 인파 과밀 … 기다리다 지쳐 발길 돌리기도

    1차 취약계층 지급 때보다 대상자가 늘어난 탓에 복잡한 절차와 긴 대기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접수를 포기하는 일도 잇따랐다. 노량진동 주민인 70대 주민은 "지원금을 받으러 나왔다 사람이 너무 많아 가려고 한다"며 다음 신청일자가 언제인지 취재진에게 물었다.

    정부는 안내 배너를 통해 대형 QR코드를 홍보하며 온라인 신청을 유도했으나, 이날 현장에서는 대다수의 고령층이 수기 서류를 붙잡고 씨름 중이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지난 1차 때보다 방문자가 훨씬 많고 거의 다 고령층"이라고 설명했다.

    동작구에 거주하는 80대 최민혁씨는 "핸드폰으로도 신청할 수 있다는데 너무 복잡해서 주민센터로 왔다"며 "이곳에도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센터에 나오는 게 피곤하긴 해도 받기는 해야겠는데 방법을 모르니 오래 걸려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덕역 인근에 거주하는 70대 여성 김모씨도 "딸한테 지원금 신청 소식을 들었다"며 "핸드폰 신청은 번거로워 방문이 편하다. 들어 보니까 대형 마트나 대학병원은 사용 못 하는 것 같던데 아쉽다"고 밝혔다.

    도화동 주민인 50대 김연선씨도 "지원금을 받기는 하는데 쓸 곳도 별로 없다"며 "어플로 신청하려면 이것저것 입력해야 해서 귀찮아 방문 신청했다"고 답했다.
  • ▲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주민센터에서 고령층 시민이 안내원의 도움을 받으며 종이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임찬웅 기자
    ▲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주민센터에서 고령층 시민이 안내원의 도움을 받으며 종이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임찬웅 기자
    ◆"애매한 기준에 디지털 격차까지" … 정부 정책 실효성 도마 위

    전문가들은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 정책의 선정 기준 형평성과 행정적 배려 부족을 강하게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정부 지원 정책의 선별 지급 기준이 과거 유사 정책 당시 90%였다가 80%로, 이번에는 다시 70%로 일관성 없이 변동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소득 하위 70%라는 기준은 상당히 많은 사람을 배제하는 애매한 수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교수는 "특히 고령층의 경우 매달 들어오는 고정 수입이 없어 삶이 팍팍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거주 중인 주택 가격이 일부 반영되어 지급 대상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유복하지 못함에도 지원을 받지 못해 화가 나는 시민들이 속출하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한 고려 없이 무리하게 추진된 행정 프로세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황진주 인하대 소비자학과 겸임교수는 "고령층은 디지털 격차를 크게 느낄 수밖에 없어 온라인 접근이 원천적으로 어렵다"며 "통상 취약계층을 정의할 때 고령 소비자가 다수 포함되는데, 이들은 디지털로 정보를 확인하지 못해 자신이 지급 대상자인지조차 모른 채 주민센터를 방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