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배현진 의원이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배현진 의원이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국민의힘이 스스로를 '스몰텐트'에 가두고 있다. 정치와 선거는 결국 확장의 기술이다. 그런데도 내부 분열로 지지 기반을 스스로 좁히는 정당이 승리한 사례는 많지 않다. 지금 당 안팎에서 벌어지는 공천 갈등과 계파 충돌은 단순한 잡음을 넘어 선거 전략의 뿌리를 흔드는 구조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장면이 전혀 낯설지 않다는 사실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빅텐트'를 치지 못해 무너진 사례는 반복돼 왔고 지금 상황은 그 실패의 궤적과 묘하게 겹친다. (물론 빅텐트가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보수·우파 진영의 반복된 패착은 늘 비슷했다. 분열과 배제다. 선거를 앞두고 외연 확장보다 내부 정리에 몰두하고 '순혈주의'에 가까운 공천으로 스스로 문턱을 높일 때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제한된 지지층에만 기대는 전략은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승부를 가르는 중도층과 부동층을 끌어오는 데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다. 선거는 30%의 충성 경쟁이 아니라 51%를 확보하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패배한 선거에는 공통된 장면이 있다. 내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채 선거에 돌입했고 그 결과 유권자에게 대안 세력이 아니라 '불안한 집단'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제20대 총선이다. 이른바 '옥새 들고 나르샤'로 상징되는 당시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압승이 점쳐졌음에도 권력 투쟁에 빠져 '진박 감별사' 논란까지 자초했다. 결국 스스로를 좁은 텐트 안에 가둔 결과 원내 1당 자리를 내주며 이후 정치 격변의 출발점을 만들었다.

    탄핵 이후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는 분열된 진영의 한계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줬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갈라진 보수·우파 진영은 각자 정통성을 주장했으나 표는 흩어졌고 결과는 분명했다. 서로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어 '빅텐트'를 치지 못한 대가는 상대 진영의 승리로 이어졌다. 명분 없는 분열이 결국 '어부지리'를 낳는다는 교훈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래통합당은 통합의 외형을 갖췄지만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은 '무늬만 빅텐트'에 그쳤다.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기울어진 채 수도권과 중도 민심을 읽지 못했고, 결국 103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영남권이라는 익숙한 울타리에 머무르는 동안 수도권과 대도시는 사실상 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러한 흐름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공천 파동에 따른 탈당과 무소속 출마, 계파 간 공개 충돌, 지도부의 우왕좌왕이 이어질수록 유권자의 시선은 더 냉정해진다. 반대로 승리했던 시기에는 갈등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사까지 포용하는 '빅텐트 전략'이 작동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전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의 생존 방식과 직결된 문제다.

    현재 국민의힘 상황도 과거의 실패와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 특정 지역과 계파 중심의 공천 논란은 단순한 공정성 문제를 넘어 '마이너스의 정치'라는 인식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책임 있는 인사들마저 갈등을 키우거나 회피하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통합 리더십은 사실상 실종된 상태다. 선거를 앞둔 정당이 유권자에게 보내야 할 신호는 '더 많은 사람을 담을 수 있다'는 확장성이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내부도 정리되지 않았다'는 불안이 더 크게 전달되고 있다.

    정치에서 '텐트'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그것은 연합과 확장의 구조를 뜻한다. 빅텐트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인정하면서도 공통의 목표로 묶어내는 능력이다. 반면 스몰텐트는 결속을 강조하는 대신 외부를 밀어낸다. 문제는 선거에서 필요한 것은 결속만이 아니라 확장이라는 점이다. 내부 결속이 과해질수록 오히려 외부 확장을 가로막는 벽이 된다.

    결국 남은 것은 선택이다. 빅텐트는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고 불편한 동거도 감수해야 한다. 최근에 만난 한 전직 국회의원은 "정당은 선거를 통해 존재 이유를 증명한다"며 "내부 갈등을 관리하지 못하고 외부 확장에도 실패한 정당은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지금 국민의힘의 모습은 '이길 준비가 된 정당'이라기보다 '싸울 준비만 된 집단'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정치는 결국 사람을 모으는 일이다. 빅텐트가 무조건적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텐트가 넓은 쪽, 운동장을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는 쪽이 이기는 것이 정치의 생리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고 상상력의 정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더 생긴다.

    반대로 과거의 경고를 외면한 채 스스로를 좁은 텐트에 가둔다면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이길지 몰라도 현실 선거에서는 패배할 수밖에 없다. 비바람을 막겠다며 텐트 문을 걸어 잠그는 순간 그 텐트는 더 이상 피난처가 아니라 '무덤'이 된다. 정치의 냉혹한 현실은 바로 그 지점에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