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중앙지법,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위한 판사회의 개최대법 예규 무용지물…위헌성 논란 여전위헌심판 진행시 재판중지…사회적 혼란 가중법조계 "재판부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나라"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 수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의 건 투표를 하며 박찬대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 수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의 건 투표를 하며 박찬대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 계엄 관련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시행·공포되면서 사법부가 후속 절차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앞서 대법원이 마련한 내란·외환 전담재판부 자체 설치 예규는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특정 사건 재판부를 별도로 설치하는 것에 대한 위헌성이 여전한데도 입법부가 법률로 사법 구조를 강제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에서 정한 사법부 독립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판사들도 집권세력이나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윤 전 대통령 측은 위헌심판을 제기할테고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은 중지된다. 재판 지연에 따른 사회적 혼란뿐 아니라 사법부와 입법부 간의 갈등은 다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위헌적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사법부와 입법부의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오는 15일 전체판사회의를 개최하고 전담재판부 구성 기준을 마련한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지난 6일 공포·시행되면서다.

    전체판사회의에서는 특례법상 대상 사건 전담재판부의 수, 전담재판부를 구성할 판사의 요건 등 구성 기준과 시행에 필요한 사항이 논의될 예정이다. 논의 진행 상황에 따라 전체판사회의는 추가로 열릴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도 오는 19일 열리는 정기 판사회의에서 전담재판부 설치법 관련 안건 상정을 검토 중이다. 특례법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2개 이상의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전담재판부는 판사 3명으로 구성된 대등재판부 형태로 운영되며, 해당 사건만을 전담 심리하게 된다. 재판부 구성과 담당 판사 지정은 각 법원의 판사회의·사무분담위원회를 통해 이뤄진다.

    만일 이대로 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오는 16일 1심 선고가 예정된 윤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혐의 사건이 첫 사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심 선고를 마친 후 2심부터는 재판부가 바뀌기 때문에 이 사건의 2심이 가장 먼저 전담재판부에 배정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앞서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마련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대한 예규'는 무용지물이 됐다. 법 체계상 법률과 시행령에 규칙이 이어지므로 예규와 법령 내용이 배치되면 법률의 효력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민주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내란전담재판부법은 위헌성 논란 등으로 계속 수정된 결과물이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다"면서 "사법부가 사법부 독립을 강조하며 주장한 무작위 배당 원칙은 마지막까지 쟁점이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사법부와 입법부의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 대법원.ⓒ뉴데일리DB
    ▲ 대법원.ⓒ뉴데일리DB
    ◆헌법조항 다수에 위배…"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

    수정된 내란전담재판부법은 위헌성이 해소됐을까. 법조계에서는 현행 헌법 조항 중 제11조 제1항, 제27조 제1항과 제4항, 제37조 제1항과 제2항, 제101조 제1항과 제3항, 제103조, 제110조 1항 등에서 여전히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제37조 제1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은 보편성보다 특정 개인 혹은 사건을 겨냥해 원하는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특정성과 목적성이 강하다. 이는 평등권과 무죄추정의 원칙 등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제27조 제1항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101조 제1항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제3항 '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제110조 제1항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모두 재판의 공정성 및 독립성과 관련한 조항이다. 헌법은 군사법원 외에 별도의 특별법원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내란전담재판부는 사실상 정치적 논리가 반영된 특별재판부(특별법원)로, 특정 재판을 담당할 판사를 작위적으로 고르면 공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외부 개입 없이 법원 내부에서 판사를 추천하고 복수의 재판부를 꾸린다고 해도 작위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부의 독립은 외부 세력에 의해서만이 아닌, 법원 내부 세력에 의해서도 침해되는 것"이라며 "(내란전담재판부를) 2심에서 도입하고 내부 추천으로 구성한다고 해도 전혀 위헌성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복수의 전담재판부를 만든다고 해서 위헌이 합헌이 되지 않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인 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 등 현 정권 관련 사건을 마찬가지 방식으로 전담재판부를 꾸려 반정권 성향의 판사들을 배치한다면 과연 여당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회적 혼란에 대책 없는 민주당…특별재판부 빗장 풀렸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 측은 통과된 법안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만약 담당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한다면 내란 재판은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지된다.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재판이 중단되면 이 법률 마련 이유 중 하나인 '신속한 내란 재판 진행'이 아닌 오히려 '재판 지연'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특정 사건에 특별 재판부 설치를 요구할 수 있는 전담재판부 빗장이 풀렸다는 것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사법부 예규는 바람 불면 꺼지는 촛불과도 같다. 예규와 법이 비슷한 취지라면 아예 안정적으로 법으로 못 박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때문에 선거사범·정치 스캔들·참사 등 민감한 대형 사건이 생길 때마다 별도의 특별 재판부 요구가 터져 나올 것이고 이 선례로 인해 전담재판부 설치를 막을 수 없게 됐다.

    검사 출신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역사적 반성을 통한 사법부와 재판의 독립은 의회에서 정치 논리로 재판을 받지 않을 권리"라며 "내란전담재판부는 사실상 의회에서 다수당인 민주당 입맛에 맞는 재판부를 구성하겠다는 것이고, 구성을 위해 겉으로 내세운 법관회의는 헌법 기구도 아닌데 헌법상의 절차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차진아 교수는 "특정한 목적에 따른 판결을 내리려고 재판부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다"며 "내란전담재판부와 법왜곡죄 등 도입은 사법개혁이 아닌,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을 근본적으로 붕괴시켜 독재를 영구히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