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부 심야 성명 "무력 사용 규탄""무력 침략행위" … 러시아도 비판 가세
  •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23년 9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만났다. ⓒ로이터연합뉴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23년 9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만났다. ⓒ로이터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를 만난 직후 미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지자 중국이 미국을 향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3일(현지시간) 마두로 대통령은 미군 체포 작전이 벌어지기 직전 대통령궁에서 시진핑 주석의 특사인 추샤오치(邱小琪) 중남미·카리브해 특사를 접견했다. 중국은 특사 면담 직후 마두로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심야 성명을 내고 미국을 거세게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10시 32분 성명을 통해 "미국이 멋대로 주권 국가에 무력을 사용하고, 대통령을 체포한 데에 매우 경악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이런 패권 행위는 국제법을 엄중히 위반하고, 베네수엘라 주권을 침범했으며,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므로 중국은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또 "우리는 미국이 국제법과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준수하고 타국의 주권과 안보 침범을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마두로 대통령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추 특사와의 회담 영상을 공개하며 "이번 만남은 중국과 베네수엘라의 굳건한 형제애와 우정을 재확인한 자리였다"며 "다극화된 세계의 발전과 평화를 위해 전략적 관계의 발전과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홍콩01은 추 특사가 이번 회담에서 600건 이상의 협정을 기반으로 한 양국 협력 관계 전반을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CNN 스페인어판은 이날 회담에 마두로 체포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명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배석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량의 약 80%를 수입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기준 하루 평균 약 60만 배럴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두로 체포로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유지돼 온 미·중 관계의 안정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체포 다음 날인 4일 관영 매체를 통해 국제 여론전에 나섰다.

    관영 신화통신의 SNS 계정 '뉴탄친(牛彈琴)'은 "나쁜 일만은 아니다"라며 "미국이 세계 경찰에서 세계의 악당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용맹한 무력을 과시했지만, 도덕적 후광(아우라)을 철저하게 상실했다"며 "무력은 전투에서 이길 수 있지만, 시대에 패배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서구가 침묵을 지키면서 세계는 부끄러운 이중표준을 지켜봤다"며 "침묵은 때로 소음보다 귀청을 때린다"며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영혼의 타협이자 치욕"이라고 적었다.

    중국 내부에서는 특사 외교의 적절성을 둘러싼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추 특사는 중국 외교부에서 서유럽 국장과 부장조리(차관보)를 지냈고, 스페인·멕시코·쿠바·브라질 대사를 역임한 대표적인 중남미 전문가다. 

    지난달 5일 트럼프 행정부가 서반구에서 미국 주도권 강화를 강조한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하자, 중국 외교부는 10일 '중남미·카리브해 정책문건'을 내며 맞대응했다. 

    이후 추 특사를 파견했으나 미국의 마두로 체포 작전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정보전 실패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도 중국과 보조를 맞춰 미국을 규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3일 성명을 내고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무력 침략행위를 저질렀다"며 "이는 깊은 우려와 비난을 받을만하다"고 밝혔다. 

    또 "이념적 적대감이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압도했다"며 "우리는 베네수엘라 당국과 중남미 국가 지도자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긴급회의 소집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 콜롬비아는 오는 5일 마두로 체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러시아 관영 매체 어우왕(俄烏網)은 "베네수엘라는 중국 특사단과 회담할 때 몇 시간 안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했다"며 "미국은 이를 무시하고 (중국) 대표단이 베네수엘라를 떠났는지 확인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델타부대가 중국 특사단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고 작전을 강행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