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체제 위협 느껴 '두 국가론'으로 선회김여정, 李 정부 들어 개헌 등 5대 요구 압박DPRK 호칭 파문 … 헌법 3·4조 무력화 자초北 급변 사태 국면에선 주변국 개입 명분 줘위헌적 北 정책에 트럼프 행정부 자극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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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 통일부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이 3일(현지시각) 특수 부대를 투입한 군사 작전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수도 카라카스에서 체포해 압송했다. 취임 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트럼프는 베네수엘라가 마약 유입의 주요 통로라 보고 마두로 정권을 압박해 왔다.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면 훨씬 더 큰 규모로 2차 공격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국익을 위해서라면 무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중남미를 아우르는 서반구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며 역내 패권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특히 중국은 베네수엘라가 수출하는 원유의 80%를 사들이고 있다. 여기에는 베네수엘라에 거액을 빌려준 뒤 원유로 상환받는 물량도 포함된다.공교롭게도 미국의 마두로 대통령 축출이 이뤄진 직후 북한은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 외무성은 마두로 대통령 체포와 관련해 "이번 사건은 국제사회가 오랫동안 수없이 목겨해 온 미국의 불량배적이며 야수적인 본성을 다시 한 번 뚜렷이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사례이자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대한 난폭한 위법"이라고 규탄했다.이번 도발은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중국을 국빈 방문하는 날에 이뤄졌다.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의 군사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이 축출된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특히 이번 사태로 중국이 한국에 보다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베네수엘라 사태 이후 시 주석의 가장 중요한 외교적 일정이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그렇지 않아도 화약고로 부상한 대만해협 문제에 더해 예상하지 못한 미국의 마두로 축출 작전으로 외교적으로 미중 사이에 낀 형국이 됐다.이러한 가운데 '두 국가론'을 주장해 위헌 논란을 일으킨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지칭하며 거듭 체제 존중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가 "남북 관계는 통일될 때까지 잠정적인 특수 관계"라는 역대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음에도 정 장관은 유사한 메시지를 반복하며 정책 혼선을 키우고 있다.정 장관의 '평화적 두 국가론'은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사실상 정당화하며 북한 급변 사태 국면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개입 여지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특히 통일부의 안일한 대북 관계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 사이에서 위험한 외줄타기를 한다면 동북아 정세는 물론 한미동맹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견해마저 제기되고 있다.◆정동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체제 존중" … 두 국가론 연일 설파5일 외교가에 따르면 정 장관은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통일부 시무식에서 "거듭 강조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체제를 존중하며 북측이 말하는 도이췰란드(독일)식 체제 통일을 배제한다"고 말했다.정 장관은 지난해 9월 17일 '2025 국제 한반도 포럼'(GKF) 개회사에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남북 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선 '적대성'을 해소하는 데 변화의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그 대안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사실상의 평화적 두 국가론'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평화적 두 국가론을 제시했다.그러자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달 23일 미국 뉴욕에서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두 국가를 지지하거나 인정하는 입장에 서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이어 "남북 관계는 통일될 때까지 잠정적인 특수 관계라는 것이 (남북) 기본 합의서의 입장"이라며 "국제적으로 유엔에 동시 가입해 있는 두 국가의 모습이 나와 있지만 남북 관계에는 그러한 관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헌법에도 맞는 관점"이라고 설명했다.그러나 정 장관은 10월 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평화적 두 국가론이 "정부 공식 입장으로 확정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지금 두 국가로 못 가고 있기에 통일로 못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러면서 "남북 관계는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잠정적 특수 관계라는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의 원칙) 속에서 두 국가론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신의 두 국가론이 "(헌법에) 전혀 배치되지 않는다" "헌법과 정확하게 합치한다"고 주장했다.◆두 국가론, 헌법 제3·4조와 남북기본합의서의 '특수 관계' 원칙 정면 위배정 장관의 주장과 달리 정 장관의 발언은 헌법과 법체계가 전제해 온 남북 관계의 기본 틀과 충돌한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다.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며 헌법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국가의 책무로 명시한다. 이 두 조항은 남북 관계를 단순한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정리할 수 없다는 정치·법적 전제를 깔고 있다.그가 근거로 언급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도 남북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로 규정했다.이는 남북이 일정 수준의 상호인정을 하되 그것을 영구 분단의 제도화가 아니라 통일로 가는 잠정 단계로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통일부의 수장이 북한의 공식 국호를 전면에 세우고 '체제 존중'과 '두 국가론'을 주창하는 것은 이러한 특수 관계의 경계선을 흐리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통일을 지운 정부와는 함께할 수 없다"며 조기 사퇴한 김천식 전 통일연구원장은 정 장관의 두 국가론을 반역사적·반민족적 논리라고 비판했다.그는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명시하고 있다. 두 국가론은 이 조항의 근본을 훼손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평화적이든 적대적이든 두 국가론은 결국 '영구 분단'을 의미한다. 남북을 별개의 국가로 인정하자는 논리이며 이는 우리 민족이 강대국이 될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자는 말과 같다. 또한 북한 주민을 외국인, 이민족으로 취급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외교부 인권대사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지낸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도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면 헌법 제3조와 제4조를 손대야 한다. 이는 한반도 전체 영토를 스스로 절반 떼어내 북한에 넘겨주는 것과 같은 의미가 있다"며 "특히 통일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북한 급변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국의 대응 범위가 크게 제약될 수 있다. 헌법에 북한 지역과 체제를 국가로 인정한다는 조항을 삽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비판했다.◆정동영의 두 국가론,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 오독정 장관은 자신의 '평화적 두 국가론'이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지만 그의 접근법은 북한의 전략적 맥락을 오독한 것이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김정은이 2023년 말 '동족 관계'를 부정하고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배경에는 대외적으로는 대남·대미 협상 구도의 재설계, 대내적으로는 정보 유입 차단과 체제 결속 의도가 결합돼 있다.북한이 한류와 외부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12월),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 등 이른바 '3대 악법'을 제정하며 관련 법제를 강화해 온 흐름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북한이 남북의 자유로운 소통과 개방을 체제 위협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남측의 대화·협력 제의는 오히려 북한 내부 계산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측이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두 국가론'은 대화를 여는 카드가 되기는커녕 영구 분단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기울 수 있으며 북한이 요구해 온 조건을 사실상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김 전 원장은 "남북 관계가 단절된 것은 어느 정권의 탓이 아니다. 근본 원인은 북한 내부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 북한은 남북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개방되는 것을 체제 위협으로 인식한다. 남북 교류가 북한 정권 유지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어 "북한은 자기들의 체제 유지를 위해 남북 관계를 단절시켜 놨는데 우리가 자꾸 대화하자고 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제안들을 여론 조작이라고 비난하지 않는가. 남북 관계가 다시 열리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
- ▲ 북한 김정은이 2022년 8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주재하며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정은의 친동생인 김여정은 토론자로 나서 공개 연설을 통해 남측에 의해 코로나19가 북에 유입됐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보복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두 국가론은 개헌 전제돼야 … 김여정 '5대 요구'에 화답하나정 장관 발언이 더 민감하게 읽히는 이유는 북한이 남측의 대북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제도 변화까지 압박하는 흐름 속에서 나온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특히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김여정 담화를 통해 통일부 폐지, 헌법 개정,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연합훈련 중단, 비핵화 요구 철회 등 다섯 가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그 정점에 가까운 요구가 개헌 압박이라는 점에서 정 장관의 '평화적 두 국가론'은 현실을 명분으로 자칫 북한의 목표를 국내에서 먼저 정당화하는 형태로 비칠 수 있다.남북 관계가 어렵다는 사실이 곧 헌법적 틀을 재규정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특수 관계라는 기존의 법적·정치적 프레임을 유지하면서도 대화의 공간을 확장하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통적인 통일 정책의 접근이었다.◆北 급변 사태 시 中 개입 명분을 넓힐 수 있는 연고권 약화가장 무거운 쟁점은 안보다. 남북 관계의 법적·정치적 성격을 스스로 '국가 대 국가'로 고착시키는 방향으로 가면 유사시 북한 지역에 대한 한국의 권원(권리·정당성) 주장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북한에 급변 사태가 발생하면 현행 헌법·특수 관계 프레임에서는 북한 지역의 불안정이 한반도 전체의 질서와 직결된 사안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그러나 남측이 스스로 '두 국가' 프레임을 강화하면 주변국이 국경 인접국의 안정, 자국민 보호, 치안 공백 등을 내세워 개입 명분을 넓히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김 전 원장은 "북한이 외국이 되면 북한 영토에 대한 연고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통일이란 말에는 북한 지역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하는 의미가 있다. 우리가 포기하면 그 연고권을 주변국이 가져가게 될 것"이라며 "중국의 동북공정을 봐라. 북한 지역에 대한 역사적·문화적 연고권을 내포하고 있다"고 짚었다.이어 "두 국가론은 궁극적으로 북한 지역을 다른 국가에 바치는 반역이다. 북한 지역은 대한민국이 역사적·법적으로 연고권을 가진 영토다. 우리가 통일을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이것은 단순한 정치 논리가 아니라 국가 존속과 영토 보전의 핵심 문제"라고 강조했다.이 원장도 "북한에서 급변 사태가 발생하면 중국은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우선 군을 투입해 발판을 마련한 뒤 철수 시점에는 막대한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며 "현행 헌법 체제 하에서는 북한 지역에서의 사태가 곧 대한민국 영토 내 사건에 해당하기에 중국의 군사 개입은 즉각적인 주권 침해가 되며 이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미군의 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그러면서 "북한을 별도의 국가로 인정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중국은 '국경 인접국에서 발생한 사태에 개입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고 이는 사실상 19세기 말 열강의 한반도 개입 구도를 재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국민의힘 한 관계자도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을 보면서 우리 정부도 느끼는 지점이 있었을 것"이라며 "잘못된 북한 정책이 오히려 동북아 평화를 위태롭게 하고 이 대통령도 통일부가 잘못하는 지점이 있다면 단호하게 제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