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개장부터 계좌 확인이 일상시장 변동성 확대…청년들 허탈감 커져"정부 믿고 샀는데" 손실에 깊어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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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주식을 하신다고 하고 정부에서도 장려하길래 믿고 들어갔는데 배신당한 느낌입니다. 지금은 원금만 회복했으면 좋겠어요.“

    국내 증시에 쌈짓돈을 투자한 2030 청년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기대감에 더해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을 보고 과감히 투자에 나섰던 청년들은 최근 이어진 급락장에 손실을 키우며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20대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주 SK하이닉스를 주당 200만 원에 매수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AI 산업 성장 기대를 믿고 투자했지만 며칠 만에 주가는 170만 원대로 떨어졌다.

    이씨는 "오늘 아침 차트를 보니 178만 원까지 내려갔다"며 "AI 관련주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뉴스까지 나오니 마음이 심란하다"고 말했다.

  • ▲ 개장과 동시에 하락 출발하면서 65,00선과 68,00선을 등락하는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개장과 동시에 하락 출발하면서 65,00선과 68,00선을 등락하는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서성진 기자
    ◆폭락장에 뒤바뀐 일상…손에서 못 놓는 휴대전화

    서울 종로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구모씨는 요즘 하루에도 수차례 증권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한다. 구씨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결국 우상향할 것이라고 믿고 꾸준히 샀는데 손실이 크게 불어났다"며 "팔기도, 더 사기도 애매한 상황이라 하루에도 몇 번씩 증권 앱만 들여다보게 된다"고 말했다.

    구씨는 "친구 따라 강남 갔는데 정신 차려보니 한강이라는 말이 딱 지금 심정"이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20대 직장인 유모씨도 "매일 아침 9시에 휴대전화를 보는 게 무섭다"고 말한다. 유씨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이른바 ‘물타기’로 주식을 더 사들였지만 계좌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유씨는 "반도체 사이클을 믿고 들어갔는데 이렇게 흔들릴 줄은 몰랐다"며 "하루에도 월급 며칠치가 오르내리니 일도 손에 안 잡힌다"고 말했다.

    취재 도중 만난 청년들은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계좌 확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점심시간에 카페에서는 대화를 나누던 직장인들도 틈만 나면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모습이 보였다.상승장에서는 기대감으로 확인하던 계좌가 이제는 불안의 대상이 됐고, 손실이 커질수록 증권 애플리케이션을 들여다보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정부 믿고 들어갔는데"…커지는 허탈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는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25차례, 서킷브레이커는 6차례 발동됐다. 시장 안정장치가 31차례나 가동될 만큼 변동성이 컸다.

    이 같은 급격한 변동성은 반복이 결국 청년들의 일상을 바꿔놨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20대 홍모씨는 "주가가 밑 빠진 독처럼 계속 빠지는 것 같다"며 "계좌가 하루에도 크게 출렁이니 계속 증권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하게 되고 일상생활에도 집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는 손실을 메우려고 부업이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친구들도 많다"며 "처음에는 자산을 불려보려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일을 더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30대 직장인 강모씨는 "지수는 크게 오른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체감은 달랐다"며 "상승장을 믿고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청년들은 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도입된 이후 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고 체감했고, 이를 계기로 '국장'에 대한 신뢰도 흔들렸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은 더 이상 큰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원금 회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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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DB
    ◆"정부, 증시 상승만 강조…위험 경고 부족"

    전문가는 청년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는 가파른 상승세와 시장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지만, 정부 역시 증시 부양 효과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투자 위험에 대한 경고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년 동안 주가와 수익률이 지나치게 빠르게 오르면서 투자자들이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판단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정부가 증시 상승 효과를 대대적으로 강조한 것은 분명한 실수"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부동산에 몰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돌리려는 정부의 정책적 방향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주식시장을 지나치게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유례없는 상승세가 이어진 만큼 정부와 한국은행이 투자자들에게 위험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렸어야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