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전세대출 옥죄면서 17.7억 사금융 일으켜 투기 도와시세보다 낮은 매매 주장하지만 이달 넘기면 제값 못받아세입자 안중에 없는 매매 … 약자 위한다는 기득권의 민낯
  • 부동산 문제가 계곡 정비나 코스피 5000보다 쉽다더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계곡을 점거한 상인들의 생존권은 뒤로 하고 철거가 능사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빠진 코스피는 레버리지로 판돈을 키운 도박판이 됐다. 반대급부에서 벌어지는 부작용에 눈 감는 행태는, 목적 달성을 위한 고육지책이라 여긴다 믿었다. 

    그러더니 집주인 사금융까지 제공해 자신의 아파트를 팔아치웠다. 원칙과 제도의 틀 속에서 발버둥치는 서민들의 생존 전쟁은 안중에 없었다.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정당화됐다. 대통령이 몸소 보여준 부동산 문제 해결법이다.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 이재명 대통령의 60평 분당 아파트가 팔렸다. 청와대는 "부동산 정상화 의지"라며 치켜세웠다. 하지만, 매각 과정을 보면 온갖 꼼수와 투기 방조가 눈에 선하다. 대통령조차 갖가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매매를 할 수 밖에 없는, 작금의 일그러진 부동산 시장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29억 원짜리 아파트의 등기부등본에 드러난 17억7700만원 근저당과 계약 이틀만에 넘어간 등기는 부동산 정상화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내 돈 2~3억으로 분당 60평 집주인

    청와대는 이번 거래의 세부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드러난 몇몇 사실을 기반으로 유추하면 매수자는 자기 자금을 거의 들이지 않고 매수에 성공했다. 

    매맷가 29억원 중 현재 세입자 전세보증금이 10억4000만원이다. 국토부 거래내역에 따르면 해당 세입자는 지난 2024년 전세계약 갱신권을 사용해 전세보증금을 10억2000만원에서 2000만원 올린 10억4000만원에 재계약했다.

    매수자가 전세보증금 상환의무를 넘겨받는다고 봤을 때 지불할 잔금은 18억6000만원이다. 여기에 청와대가 밝힌대로 이 대통령이 근저당을 설정한 17억7700만원에 대한 채무를 빼야 한다. 일반적으로 채무금액의 110% 가량을 근저당 설정한다고 봤을 때 실제 채무액은 16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를 감안하면 매수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 치는데 들인 돈은 취등록세를 제외하고 2~3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고가 주택, 아니 서울의 웬만한 중형 아파트조차 살 수 있는 길을 철저히 막아버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정면으로 스스로 무력화시킨 꼴이다. 정부가 25억원 초과 주택의 은행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묶었지만, 대통령이 사인간의 거래라는 꼼수로 매수자의 투기를 도와준 셈이다. 

    "돈이 부족하면 고가 주택을 사지 마라." 이는 전 국민에게 적용된 원칙이었지만, 대통령의 아파트를 매수하는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서민 주거사다리 전세를 사적 금융 구조라며 없애버려야 할 적폐로 몰아 난민을 양산하고, 느닷없는 대출한도 축소로 잔금을 맞추지 못해 거액의 계약금을 날리고 입주계획이 틀어진 서민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서민들에게 "매수자 사정에 맞춘 것"이라는 청와대 설명은 염치없는 변명일 뿐이다.
  • ▲ 2022년 1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동산 공약을 발표한 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 2022년 1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동산 공약을 발표한 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이달 넘기면 29억에 못 팔았을 가능성 커

    기형적 꼼수로 매매거래와 소유권 이전까지 속전속결로 끝낸데는 재건축 스케줄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매매한 양지마을 금호1단지는 현재 재건축 사업 시행자 지정고시를 성남시청에 신청한 상태다. 이달 말쯤으로 예상되는 지정고시가 이뤄진 뒤에는 아파트 매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조합 설립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는 원칙적으로 제한되며 몇 가지 예외 조항이 있는데 김 여사가 이를 충족하지 못해서다.

    만약 이 대통령이 이달까지 등기이전을 완료하지 못했을 경우 해당 물건은 이른바 '물딱지'로 전락하게 된다. 추후 아파트 입주권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현금청산 대상이 돼 시세대로 가격을 쳐주지 않는 물건으로, 이 대통령에게는 7월이 제값을 받을 마지막 기회였다. 해당 단지는 지난 4월 30억3000만원에 손바뀜한 것이 최고가 거래 사례다.

    이럴 경우 이 대통령은 소유 아파트가 재건축 완료될 때까지 쥐고 가거나, 김 여사가 매매 요건을 충족하는 2028년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동안 벌어질 정치적 논란을 고려하면 결코 손해보는 거래는 아니다.

    청와대가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시세보다 낮은 매매'라는 '대국민 홍보 메시지'조차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세입자는 어쩌나 … 전세금 대폭 올려줘야할 수도

    더 우려되는 지점은 이번 거래의 이른바 엑시트 유동성의 실체다.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는 2024년 10월에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했다. 청와대 설명대로라면 매수자가 16억원의 사인간 대출을 상환하는 시점과 세입자의 전세 만기일이 정확히 맞물린다.

    갱신권이라는 법적 보호막이 사라진 세입자는 수억 원의 전세금 인상분을 감당하거나 길거리로 나앉아야 하는 처지가 될 것이다. 만약 매수자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올려 재계약한다면 이는 고스란히 대통령의 사적 채무를 변제하는 재원이 될 공산이 크다.

    자산 처분을 바라는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자금을 융통해 전세살이 하는 서민에게 대신 갚게 하는 전형적인 착취 구조다. 매수자에게 실거주 의무가 적용될 가능성은 커보이지만, 계약부터 기형적으로 시작된 매매의 마지막이 어떻게 귀결될 지는 미지수다.

    16억 사채 3달 이자만 2000만원

    이 대통령이 매수자에게 제공한 16억원 상당의 사채 이자 향방도 관심사다.

    10월까지 3달 간 빌려준다 했을 때 현행 시중 신용대출 평균금리 5%만 적용해도 이자수익은 2000만원에 달한다. 이미 8%를 넘나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기준으로 하면 이를 훨씬 웃돈다. 개인 간 금전 거래로 발생하는 이자소득은 금융기관 예금이자율(15.4%)보다 높은 27.5%의 세율이 적용돼 550만원의 세금이 원천징수된다.

    다만 제3자 간 거래라면 계약에 따라 무이자로 약정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알짜 자산을 제값에 팔면서도 이자수익까지 알뜰히 챙기게 되는데 이를 세무당국에 어떻게 신고할지도 관심사다. 국세청 역시 그동안 암암리에 벌어졌던 이번 거래같은 유형을 정상적인 거래 관행으로 간주하고 과세하지 않을지도 주목된다. 이래저래 흥미로운 거래다. 
  • ▲ 이재명 대통령이 1998년 매입한 경기 성남시 분당 아파트 전경ⓒ네이버 지도
    ▲ 이재명 대통령이 1998년 매입한 경기 성남시 분당 아파트 전경ⓒ네이버 지도
    명분 잃은 정상화, 징벌적 규제 실패 인정해야

    평범한 실수요자들은 LTV와 DSR이라는 겹겹의 철책에 갇혀 6억 원의 대출조차 받기 어렵다. 서민들의 제도권 대출은 가계부채 관리라는 명분으로 철저히 묶어놓고, 특권층은 규제받지 않는 거액의 맞춤형 사금융을 통해 자산을 처분했다. 규제받는 대중과 자유로운 기득권이란 이중 시장이 증명된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부동산 정상화는 꼼수로 점철된 매각 퍼포먼스로 달성되지 않는다. 은행 대출 6억 원은 억누르고, 2~3억원 현금만으로 성사된 17억 원 사금융 갭투자는 용인되는 비대칭적 시스템을 정상화라 부를 순 없다. 

    이 대통령과 정부는 억압 중심의 주택 금융 통제가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조세와 규제의 형평성을 회복하는 정책의 근본적 궤도 수정 없이는, 정부가 외치는 정상화는 '낯부끄러운 변명'으로 역사에 기록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