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제2격 능력' 현실화, 흔들리는 美 핵확장억제재래식 매몰된 李 정부 실기, 수중 위협엔 무방비4척 건조론의 함정, 3주기 작전 공백 대안 실종시속 15㎞의 한계 … 원잠만이 北 SSBN 묶을 열쇠
  • ▲ 김정은이 지난 24일 8700t급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사업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 김정은이 지난 24일 8700t급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사업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재래식 무장 전제의 원자력추진잠수함(SSN) 확보를 추진하며 연료·협정 문제에 여력을 쏟는 사이, 북한은 핵전력 운용을 염두에 둔 전략핵잠수함(SSBN)급 전력화 가능성을 과시했다. 이미 다양한 투발 수단을 갖춘 북한이 잠항 플랫폼까지 확보하면 유사시 선제 타격을 받아도 생존 전력을 통해 보복 타격을 보장하는 '제2격 능력' 확보에 한층 근접하게 된다. 한국이 원잠을 건조하더라도 전력화는 2030년대 중·후반으로 전망되는 만큼, 북한과의 심각한 시간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北, 8700t급 핵동력 잠수함 공개 … SSBN급 운용 가능성 시사

    지난 25일 북한 대외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최근 8700톤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건조사업'을 현지 지도하며 "최근 서울의 청탁으로 워싱턴과 합의된 한국의 핵잠수함(원잠) 개발 계획은 조선반도 지역의 불안정을 더욱 야기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적반하장식 주장과 달리, 한국이 건조를 추진 중인 원잠은 핵연료가 사용될 뿐, 탑재되는 무기는 재래식이다. 반면에 북한의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은 상부의 발사관 덮개가 좌우 각 5개로 식별되는 것으로 미뤄보아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10여 기를 탑재하거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0기를 탑재해 전략핵잠으로도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잠수함의 가장 큰 특징은 김군옥 영웅함처럼 함교에 대형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점이다. 합동참모본부에서 전략기획 업무를 담당한 정경운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육군사관학교 46기)은 이를 두고 "동태평양지역에서 미국 동부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SLBM을 탑재하기 위한 설계"라며 "이러한 건조는 잠수함의 기본 크기 기준으로 SLBM을 탑재하기 어려운 경우에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는 아직 비행실험을 하지 않은 북극성-4형과 북극성-5형 등 SLBM의 탑재를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군사전문가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도 "유사시 사거리가 길어진 신형 SLBM을 통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사시 미국이 북한의 ICBM 등을 무력화하더라도 탐지하기 어려운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SLBM으로 미 본토에 핵 보복 공격을 할 수 있는 '제2격 능력'을 과시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그럴 경우 미국이 함부로 북한을 향해 핵우산을 펼치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2조 투입' 4척 건조의 함정… '3직제' 장벽에 갇힌 반쪽짜리 억제력

    이재명 정부가 총사업비 12조 원을 투입해 추진 중인 '원잠 4척 건조 계획'은 급변하는 안보 환경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연구소(RAND)가 2023년 10월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는 2030년 전후 300기 문턱에 근접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다탄두미사일(MRV, MIRV), 순항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이동식 발사대(TEL) 등 다양한 투발수단까지 갖춘 상태다.

    김지용 해군사관학교 교수는 최근 한국정치학회 기관지인 포인트(PO.INT) 기고문에서 우리나라 전역을 겨냥한 북한의 SRBM이 전년도 대비 4.6배 증가한 319기가 됐고, 서울을 겨냥한 CRBM 발사대 250대가 최전방에 배치됐다면서 북한이 전략핵잠까지 확보한다면 한미동맹에 심대한 위협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 상황에서 원잠은 전략핵잠을 사전에 포착, 추적해 SLBM 발사 직전에 어뢰로 격침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안보 전문가는 통화에서 "잠수함 운용은 작전·정비·훈련을 분리하는 '3직제' 구조로 돌아가기 때문에 3척을 만들면 하나는 작전, 하나는 정비, 하나는 훈련에 투입된다"며 "3척을 보유했을 때 결국 실제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원잠은 1척밖에 안 된다. 원잠을 최소 6척 확보해서 2척을 상시 운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속 15㎞ vs 47㎞… 재래식 잠수함으론 北 SSBN 추적 불가능

    값비싼 원잠 대신 기존 디젤 엔진이나 첨단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탑재한 재래식 잠수함을 저비용으로 다량 건조하자는 외교가의 단골 논리는 SSN이 가진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간과한 근시안적 시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중 작전 지속 능력과 기동 속도에서 원잠이 보여주는 압도적 성능은 재래식 전력이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북핵 위협과 대만해협의 위기가 중첩되는 현 상황에서 원잠은 단순한 함정 그 이상의 '전략적 억제력'을 상징한다.

    김 교수의 기고문에 따르면, 평균 시속이 37~47㎞ 정도인 전략핵잠을 은밀하게 추적·감시·격침하기 위한 잠수함도 그에 필적하는 속도로 기동해야 한다. 평균 시속이 11~15㎞에 불과한 디젤잠수함이나 AIP 잠수함은 37~47㎞의 속력으로 고속 기동할 시 40분 내로 축전지가 소모돼 작전 불능 상태에 빠진다.

    김 교수는 "수상함대와 협동작전을 하거나 적에게 피탐될 시 고속으로 어뢰 회피 기동이 가능한 것도 원잠"이라며 "시속 55㎞의 속도가 요구돼 핵무기급에 해당하는 90% 이상의 고농축우라늄(HEU)을 사용하는 미국의 원잠과 달리, 한국 원잠은 37㎞ 정도의 속도면 충분하기에 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LEU)을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원잠의 또다른 강점은 승조원의 식량만 뒷받침된다면 이론상 '무제한 잠항 작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디젤 잠수함, AIP 잠수함 등 재래식 잠수함은 잠항 기간이 각각 2~3일, 2~3주에 불과하다. 디젤 잠수함은 2~3일 간격으로 수면으로 부상해 축전지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현대 대잠 탐지 장비에 쉽게 포착된다. P3나 P8 같은 대잠초계기는 잠수함의 스노클 마스트를 70㎞ 거리에서도 탐지한다.

    재래식 잠수함은 추진력에 한계가 있어 배수량이 3000톤이 넘어가면 성능이 저하되고 무장 탑재량도 제한적이다. 반면에 원잠은 막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선체를 키워 어뢰, 기뢰, 순항미사일, 핵탄두가 장착되지 않은 현무 계열의 SLBM, 수중드론 등 다양한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원잠은 북한의 잠수함 기지인 동해 마양도 앞바다에 장기간 매복해 있다가 출항한 북한 전략핵잠을 추적·관찰하면서 미사일 발사관 개방 등 이상징후 포착시 즉각 격침하는 '헌터킬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짚었다.

    ◆대만 유사시 美 원잠 15척 상실 시나리오 … 한반도 핵우산 '임계점' 도달

    북핵 위협뿐 아니라 대만해협 문제도 유사시 미 핵 확장억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안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수다. 미국 전략핵잠을 호위할 원잠이 턱없이 부족해지면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미국의 핵무력 현시(顯示)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2023년 1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대만 해협 전쟁 시뮬레이션을 분석하며 최악의 경우 미국이 원잠 15척을 상실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선박 건조 부진이 계속되면 2027년쯤 서태평양 전역에서 가용할 수 있는 미군 원잠 전력은 27척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CSIS 시뮬레이션처럼 대규모 충돌로 미 해군의 대형 수상전투함 손실이 커지면, 전구(戰區) 차원의 해상기반 미사일방어(Aegis BMD) 운용 여건도 크게 제약될 수 있다. 이때 미국의 본토 ICBM 방어는 지상기반 중간단계 방어(GMD)가 핵심이며, 지상기반 요격미사일(GBI) 배치 규모는 알래스카 40기·캘리포니아 4기 등 총 44기다. 전구 방어망이 약화되거나 위협이 확전될수록, 제한된 본토 방어 자원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론상 요격미사일 1발의 단일 요격 성공률이 50~60%라고 가정할 때 요격 미사일 4발을 발사해야 요격 성공률을 약 97%까지 높일 수 있다. 핵탄두를 장착한 ICBM 1발을 요격하려면 요격 미사일 4기를 소모해야 하므로, 현 수준으로는 적성국 ICBM 약 10발을 요격할 수 있는 것이 최선이다. 이는 중국(약 400기)과 러시아(약 310~350기)는 물론, 이미 10기 이상의 ICBM을 실전 배치한 북한의 위협 앞에서도 미 본토 방어망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이러한 상황이라면 한국 원잠의 호위를 가정하더라도 미국이 전략핵잠을 한반도 수역으로 보내 핵무력을 현시할 수 있겠느냐"면서 "4척의 한국 원잠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 대한민국 해군이 운용 중인 잠수함. ⓒ뉴데일리DB
    ▲ 대한민국 해군이 운용 중인 잠수함. ⓒ뉴데일리DB
    ◆'한일 원잠 컨소시엄'이 돌파구 … SMNR 기술로 '10년 시차' 극복 제언도

    그러나 한국이 원잠을 전력화하기까지는 기본설계(2~3년), 상세설계 및 건조(5~6년), 시운전 및 전력화(2~3년) 등을 거쳐 최소 10년이 걸린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10월 30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원잠 원자로 가동에 쓰이는 저농축 우라늄(U-235 농축도 20% 미만) 이전 협상을 미국과 2년 내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원잠 건조를 지금 결정하더라도 건조 완료는 2030년대 중반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북한의 전략핵잠 진수가 한국의 원잠 진수보다 앞설 가능성이 있다. 정 연구위원은 북한이 25일 공개한 잠수함 사진을 두고 "잠수함은 건조 공정상 내부 주요 구성품과 전투체계 등을 탑재하지 않고서는 기본적인 외형을 갖추기는 어렵다"며 "완성된 외관을 고려하면 동력체계인 소형 원자로 설치, 주요 무기체계 등 전투체계 탑재, 승조원 공간 시설 등을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큰 난관으로 예상했던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 개발, 고강도 HY형강 조달 등의 문제는 해결했을 것"이라며 "현재 완성도에 따라서 진수 이후 잠수함으로 운용하기 위한 점검 및 시험평가와 전력화의 시기가 달라진다"고 밝혔다.

    한일, 나아가 한미일이 '원잠 협력 컨소시엄'으로 북한과의 시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제언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윤덕민 전 주일대사는 2024년 11월 한일친선협회중앙회 세미나에서 "유럽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제공한 플랫폼에서 미국의 전술핵으로 억제력을 구축했듯이, 한미일이 동해상에 공동으로 핵잠수함(원잠)을 관리하며 북한의 공격에 반드시 보복하겠다고 한다면 억제력이 생긴다"고 제언했다.

    일본 방위성 국방정보본부 전략정보분석실 수석 부국장, 국방계획 편성과 부국장 등을 역임한 오기 히로히토 지경학연구소(IOG) 주임연구원은 지난 11월 한국 외교부 기자단 인터뷰에서 "한국이 중국 잠수함 대응을 위해 원잠을 갖게 된다면 일본으로서는 환영할 일"이라며 "한·일 양국이 원잠을 보유하게 되면 미국을 포함해 해저에서의 공동작전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모듈핵원자로(SMNR 혹은 SMR) 기술을 활용한 한미일 협력이 새로운 경쟁우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해양 안보 전문가인 브렌트 새들러 미국 헤리티지재단 수석 연구위원은 지난 8일 발표한 '한국 및 일본과의 핵잠수함 건조를 위한 최적의 경로' 보고서에서 "오커스(AUKUS) 이니셔티브에서 호주가 핵잠수함을 추구하게 된 전략적 도전과 달리, 한국의 해상 위협은 본토와 훨씬 더 가깝다"며 "이러한 작전 상황은 은밀성과 매복 대기 능력, 잠수함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수면 근처로 부상할 필요 없이 고속으로 기동할 수 있는 능력을 우선시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SMNR은 향후 생산될 KSS-III(장보고-III)의 개량형 모델에 탑재돼 치명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