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SBN·장거리미사일 전력화 박차, 美 위협 韓 원잠, 전술핵 없으면 '재래식 플랫폼' 그쳐전작권 전환 땐 주한미군사령관 4성→3성 불가피美 '원시어터 구상' 속 주일미군사령관 3성→4성전술핵 배치=2격 능력 확보→주한미군 위상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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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김정은이 지난 24일 8700t급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사업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지난해 북한은 유사시 선제 타격을 받아도 잔존 전력을 통해 치명적인 보복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제2격 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을 확보하고자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과 전략핵잠수함(SSBN·전략핵잠)급 전력화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러한 기조는 2026년 새해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반면 비핵국인 우리나라는 핵에 기반한 2차 능력을 대신해 재래식 탄도·순항미사일을 통한 '재래식 2격' 능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동맹 현대화' 기조가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OPCON) 전환과 맞물리면 미국의 핵 확장억제가 약화할 우려가 크다.전작권 전환에 따라 4성 장군에서 3성 장군으로 계급이 격하한 주한미군사령관은 미국 핵전력을 통제하는 전략사령관(4성 장군)과의 지휘 체계상 대등성이 깨진다.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가 국제사회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틀 안에서 한반도 핵균형을 달성하고 주한미군 전력과 위상을 유지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꼽히는 이유다. -
- ▲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RAND)연구소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북한의 연간 핵물질 누적량을 12~18발로 추정하는 경우, 2027년 200발 분량을 넘기기 시작하여 2032년에 300발, 2040년에는 400발, 2047년에 500발을 넘게 된다. ⓒ최강·브루스 W. 베넷 등이 공저한 『북핵 위협,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보고서
◆핵 기반 '2격' 불가능한 비핵 韓, 재래식 전력만으론 한계 뚜렷북한은 2격 능력을 실전화하고자 전력을 지속적으로 키워왔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28일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을 서해상에서 시험 발사했고 사실상 전략핵잠으로 활용하기 위한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건조를 시도하고 있다.특히 김정은은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우리의 전략적 반격 능력의 절대적인 신뢰성과 전투력에 대한 실천적인 검증이고 뚜렷한 과시"라고 자평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전략적 반격 능력'은 2격 능력을 뜻한다.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RAND)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은 2030년 전후 300기가량 핵탄두를 보유하게 되며, 이미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다탄두미사일(MRV, MIRV), 순항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이동식 발사대(TEL) 등 다양한 투발수단까지 갖춘 상태다.미국이 유사시 북한의 ICBM 등을 무력화하더라도 북한이 장기간 잠항이 가능한 전략핵잠을 동원해 미 본토에 SLBM을 발사하겠다고 노골적인 핵 강압에 나선다면 미국은 한국 방어를 위해 핵우산을 펼치기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이러한 현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한국 원자력추진잠수함(SSN·원잠) 건조에 대한 원칙적인 수준의 동의를 받아냈다.원잠의 가장 큰 강점은 재래식 전력이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수중 작전 지속 능력과 기동 속도다. 막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선체를 키워 어뢰, 기뢰, 순항미사일, 재래식탄도미사일 현무 계열의 SLBM, 수중드론 등 다양한 무장도 탑재할 수 있다.이재명 정부는 총사업비 12조 원에서 18조 원까지 투입해 원잠을 4척 건조한다는 계획이지만, 원잠 건조는 아무리 서둘러도 2030년대 중반 이후가 될 전망이다. -
- ▲ 미국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LA급)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 '그린빌함'(SSN-772·6900t급)이 지난 23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길이 110m, 폭 10m, 승조원 140여 명인 이 잠수함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및 12개의 수직발사시스템(VLS), MK48 어뢰 및 4개의 발사관 등을 갖추고 있다. ⓒ뉴시스
◆원잠, 전술핵 없이는 '비싼 재래식 플랫폼'에 불과그러나 원잠은 미국의 핵탄두를 탑재한다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겠지만, 전략핵잠과 같은 수준의 전략 자산은 아니다. 특히 한국이 건조를 추진하는 원잠은 핵무기급인 고농축 우라늄(90%)이 아닌 저농축 우라늄(20%)을 핵연료로 사용하며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다.이재명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원잠을 도입하려 하지만, '전술핵 재배치'라는 전략적 결단이 없다면 원잠은 '비싼 재래식 플랫폼'에 그칠 수 있다.원잠은 본질적으로 여러 무기 체계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원잠 도입은 그 자체로 해법이 아니라 더욱 큰 전략 구도의 일부로 위치할 때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인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북한의 2025년 군사활동 평가: 9차 당대회 예측과 우리의 대응' 이슈 브리프에서 "북한이 전략원잠과 최현급 구축함 등 해군 핵전력을 앞세워 동·서해에서 '반접근 지역거부'(A2AD) 구상을 추진한다면 한국 해군은 다층적인 대잠전·대함전 및 통합방공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그러면서 양 연구위원은 원잠 도입보다 시급한 조치로 장거리 대잠초계기와 해상초계무인기 확대, 해저감시체계(SOSUS16 수중센서망)와 기동식 대잠전력의 결합, 연합 해상작전계획과 한·미·일 정보공유의 일상화 등을 꼽았다.그는 "이는 중국 해군과의 상호작용까지 고려한 '역내 해양억제' 차원의 구상이어야 하며, 북한을 중국 반(反)인도·태평양 전략의 하위 파트너로 고착시키지 않기 위한 외교적 관리와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원잠이 의미를 갖는 것이지 북핵 억제에서 큰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 ▲ 한국 군산 공군기지에서의 미국 비전략핵무기(NSNW, 전술핵) 재배치 타당성. ⓒ데이비드 필립스 소령의 『Nuclear Redeployment A Roadmap for Returning Nonstrategic Nuclear Weapons to the Korean Peninsula』 보고서(2024년)
◆전술핵 재배치는 '게임 체인저' … 美軍 내에서도 주목1991년 철수했던 미국 전술핵 재배치는 국제사회의 제재 없이 한반도 핵 불균형을 타개할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미국 관료들은 어느 행정부를 막론하고 '비확산론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최근 미군 내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미 공군 핵·미사일 작전 장교인 데이비드 필립스 소령은 2024년 북핵 억제를 위해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고서로 미 전략사령부의 '억제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필립스 소령은 이 보고서에서 북·중의 역량 증강이 향후 5~10년 내 한미동맹에 초래할 '전구 핵억제 공백'(theater nuclear deterrence gap)을 해소하려면 '비전략핵'(NSNW), 즉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필립스 소령은 또 30억 달러를 들여 주한미군 군산공군기지에 B61-12 중력폭탄을 최대 100발까지 전개한다면 한반도 '핵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분석했다.물론 이 보고서가 미 행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미국의 핵전략 담당 군 수뇌부가 전술핵 재배치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특히 그간 미국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이었다. 전진 배치가 북한의 선제타격 표적을 늘릴 수 있다는 군사적 리스크에 더해, 미 핵전력 현대화 비용이 향후 30년간 1조2000억 달러에서 1조7000억 달러 규모로 거론되는 여건에서 한국 재배치에 수반되는 인프라·보안·운영유지 비용에 기회 비용까지 감수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
- ▲ 2025년 1월 기준 미국 핵무기 현황. ⓒ미국과학자연맹(FAS)
◆美 전술핵 예비전력은 약 100기 … 한반도 재배치용 전술핵 현대화그러나 전문가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지하 저장 시설(WS3)과 같은 강화된 방호체계를 구축하고 이동식 발사차량(TEL)이나 터널 시설을 활용한다면 북한의 선제 타격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즉, 기술적 보안책과 운용의 융통성을 확보한다면 미국의 군사적 리스크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비용 부담에 따른 미국의 반대 유인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랜드연구소는 2023년 10월 공동 보고서에서 미국이 비용 부담으로 현대화를 포기하고 해체하기로 한 전술핵무기를 한국 재정으로 현대화하고 한반도 방어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제언했다.한스 크리스텐슨 미국과학자연맹 핵정보프로젝트 국장이 공저한 '미국 핵무기 현황 2025'(United States nuclear weapons, 2025)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예비전력으로 보유한 핵탄두는 1930기인데 퇴역 후 해체 대기 중인 핵탄두는 1477기에 달한다.양 연구위원과 이경석 인천대 교수는 '한미동맹의 전환 요구와 한국형 핵공유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이슈브리프에서 "군산 기지에 100개의 B61-12 중력폭탄을 배치하는 데 소요되는 초기 비용은 약 3조6000억 원에서 5조2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6년 방위분담금의 51~61%이며 2025년 한국 국방예산의 1~2% 규모"라며 한국 내 미국 전술핵 저장시설을 현대화하거나 새로 건설하는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
- ▲ 나토(NATO) 핵공유 체제 하에서 미국 전술핵(B61-12)을 재배치하기 위해 영국 레이큰히스 기지의 저장시설(WS3)을 현대화하는 작업. ⓒ미국과학자연맹(FAS)
◆전술핵 재배치, '대중 견제' 지렛대로 美 설득해야'북핵 억제만을 위해 제한된 전술핵 자산을 한반도에 전진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미국의 핵심 논리였던 만큼 한국 배치 전술핵이 대중(對中) 견제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면 미국 내에서 재배치론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양 연구위원과 이 교수는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는 한국의 대북 핵억제력 보장과 밀접하게 연동되므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인계철선 역할을 위해 주한미군을 유지하고 주한미군사령관의 지위를 강화시키기 위해 한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간 한국은 미국의 실질적인 대중 견제 동참 요구에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해 왔지만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보여줬듯이 군사력의 해외 투사를 통해 정치·군사적 지렛대를 늘려갈 것으로 전망된다.북한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와 함께 A2AD 전략을 추진한다면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
- ▲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8월 20일 오후 한미연합군사령부 전시지휘소를 찾아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강신철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전작권 전환 시 주한미군 위상 약화 … 확장억제 공백 불가피미국이 한반도와 동·남중국해를 단일 전쟁 구역(Theater)으로 묶는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전작권 전환과 주한미군 태세 조정은 주한미군 사령부의 위상을 약화할 수밖에 없다.미 국방부 당국자들이 '주한미군 4500명 감축안'을 비공식적으로 검토했다는 지난해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는 당국의 부인에도 주한미군이 역외 재배치 가능성과 관련해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지난해 11월 14일 공개된 한미 공동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와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 성명에는 주한미군 주둔 규모와 '현재 전력 수준 유지'라는 표현이 이례적으로 빠진 채 지속적인 주한미군 주둔만이 명시됐다.◆전술핵 재배치, 주한미군사령관 위상 재정립 기회원 시어터 구상에 따른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지휘체계 재편 과정에서 미국의 한국 전술핵 재배치는 상당한 전략적 이점을 제공한다.양 연구위원과 이 교수는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게 되면 미국의 전술핵 관리와 운용은 주한미군사령관의 핵심 소관 업무가 될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주한미군사령관의 전략적 지위를 주일미군사령관보다 중요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이어 "특히 미국 전략사령부(STRATCOM)에서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제한적 핵무기 사용 권한을 부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는 나토의 핵공유체제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에 배치된 전술핵이 단순한 방어용 억제 수단을 넘어서 공격적 대중국 견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면 신속한 대응을 위해 현장 지휘관인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일정한 핵무기 사용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작전상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양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주한미군 사령관이 4성 장군에서 3성 장군으로 계급이 낮아진다면 북핵 억제는 더 어려워진다. 핵 억제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아니라 전략사령관이 맡고 있다"며 "그렇다면 전략사의 4성 장군에게 '핵무기 사용을 준비할 때가 됐다'고 주한미군의 4성 장군이 얘기하는 것과 주한미군의 3성 장군이 얘기하는 것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이어 "한국에 전술핵이 재배치되더라도 한국이 핵을 직접 통제하진 못하지만 전략사령부를 넘어 주한미군사령부 차원에서 2격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