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비 10억 달러 내면 영구 회원국60개국 초청했지만 26개국 가입佛 거부에 "와인에 200% 관세 위협"참여국 약할수록 韓 입지 강화日 관망할 때 핵심 파트너로 각인거부 시 관세 폭탄·원잠 백지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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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총회에서 평화위원회 이니셔티브 서명식을 마친 뒤 헌장을 들고 있다. 하지만 헌장 초안은 공개되지 않았고,. 위원회에 참석하는 위원들의 명단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국제기구인 '평화위원회'(Peace Committee)가 지난 22일 공식 출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NATO) 동맹국들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해온 것처럼 평화위 회원국들에도 10억 달러(약 1조4700억 원)의 가입비를 내건 뒤 종신 의장 자리에 올랐다. 애초 설립 명분이었던 '가자지구'라는 단어는 평화위 헌장에서 삭제됐다. 평화위가 단순한 분쟁 중재 기구가 아니라 '식물'이 된 유엔을 대체해 동맹국에 안보 비용을 청구하고 트럼프 1인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대안적 국제기구임을 천명한 것이다.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영국과 프랑스는 '그린란드 갈등'과 '러시아 초청'을 이유로 가입을 거부했고, 가입을 검토하던 캐나다는 마크 카니 총리가 지난 20일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가 초청이 즉각 철회되는 수모를 겪었다.서반구 요새화를 골자로 한 미국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과 북핵 고도화 앞에서 한국 외교의 운신 폭은 넓지 않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서방 주요국이 빠진 지금이 오히려 한국엔 기회"라며 "어차피 가입할 거라면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먼저 뛰어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으로 선발주자의 이점을 확보하고 한미동맹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10억 弗 내면 '영구 회원' … 60개국 초청했지만 26개국만 서명24일 외교가에 따르면 동맹도 거래 대상으로 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조건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10억 달러의 가입비를 일시불로 내면 '영구 회원국'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중 종신 의장직을 내려놓지 않는 한 한국이 그의 '보복 1순위'에서 벗어나고 향후 협상에서 '퍼스트 무버'라는 정치적 지렛대를 확보하는 것이다.초청장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60여 개국 정상에게 발송됐다. 주목할 점은 초청국 리스트에 일본, 호주, 이스라엘 등 전통적 우방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벨라루스 등 반미(反美) 성향 국가도 대거 포함됐다는 점이다.이에 대해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뉴데일리에 "평화위를 서방 대(對) 비서방의 대결 구도로 구축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져야 할 비용과 부담이 커진다"며 "이를 회피하고자 중국·러시아 등 미국과 각을 세우는 국가들까지 포섭하는 일종의 '물타기 전략'을 구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실상은 20개국 '마이너리그' … G7 빠진 틈새 노려야그러나 "59개국이 서명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실제 서명국은 미국을 포함해 26개국에 불과하며 서방 G7(주요 7개국)은 참여를 거부·보류하고 있다.참여국은 미국을 필두로 아르헨티나·파라과이(남미), 헝가리·불가리아·알바니아·코소보·벨라루스(동유럽),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바레인·요르단·이집트·쿠웨이트·튀르키예·모로코(중동·아프리카),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몽골·파키스탄·인도네시아·베트남(아시아·유라시아) 등이다.국제사회의 반응은 냉랭하다. 독일은 '헌법상 제약'을 들어 현 형태로는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공식화했고, 이탈리아도 '국제기구 대등성 원칙'을 규정한 헌법 조항을 근거로 난색을 표했다. 호주는 신중히 검토 중이라며 입장 표명을 유보한 채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중국·러시아·인도 등 '글로벌 사우스' 진영도 가입을 보류했다. 인도는 원칙적 환영 의사만 밝혔고 러시아는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중국은 유엔 중심의 다자주의를 강조하며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해 스웨덴,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일본마저 G7의 결속과 미일 동맹 사이에서 장고를 거듭하는 가운데 한국은 가입의 득실을 면밀히 저울질하고 있다. -
- ▲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8월 26일(현지 시간)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방명록에 서명한 뒤 조시 샤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먼저 들어가면 '주주', 늦으면 '벌금'… 10억 弗은 안보 보험료전문가들은 경쟁국이 관망하고 참여국 위상이 제한적인 지금이야말로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선점할 적기(適期)라고 진단했다.전직 외교부 고위 관료는 "주요 선진국이 모두 거리를 두는 상황에서 세계 11~12위 경제 규모를 가진 한국이 가입하면 전략적 가치가 더 부각될 수 있다"며 "어차피 가입할 거라면 일본 등이 주저하는 지금 먼저 들어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강조했다.이어 "이란·베네수엘라 체제가 교체되면 열릴 천문학적인 재건 시장을 한국 기업들이 선점한다는 측면에서도 가입은 필수"며 "약 13조 원 규모인 '전 국민 25만 원' 현금성 복지 예산과 비교하면 1조4700억 원의 가입비는 그야말로 헐값"이라고 설명했다.익명을 요청한 미국 전문가는 "사실 1조4700억 원은 큰 돈이 아니지만 한국이 가장 먼저 호응했다는 사실은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강력한 '정치적 시그널'로 해석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적인 지지와 인정을 받는 것 자체가 이재명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거부 시 '관세 폭탄·핵잠 백지화'… 트럼프 "프랑스에 200% 관세 부과" 위협다만 가입의 목표는 냉정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가입비를 낸다고 해서 미국으로부터 당장 한미 원자력협정 조기 개정이나 원자력추진잠수함과 같은 반대급부를 선물로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가입을 거부했을 때 닥칠 재앙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즉, 평화위 가입 거부 국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보복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한국이 거부할 경우에도 유사한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가입에 부정적인 의사를 표시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프랑스 와인, 샴페인에 200% 관세를 부과하면 아마도 그들은 위원회에 가입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가입한다고 해서 큰 이득을 보긴 어렵지만 거절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나 원자력추진잠수함 논의가 트럼프의 보복으로 백지화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다시 말해 10억 달러는 추가 이익을 위한 투자라기 보다는 기존 안보 자산을 지키기 위한 '방어용 비용'이라는 것이다. -
- ▲ 2019년 6월 30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북한 김정은을 만났다. ⓒ북한 노동신문/뉴시스
◆대북 관리 우회 채널 될 수도 … "대중 견제 압박 가능성도 낮아"북한이 남북 대화와 교류를 원천 차단하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상황에서 평화위는 역설적으로 대북 관리를 위한 우회 채널이 될 수 있다.북한 김정은 정권은 한류 콘텐츠가 주민 사이에 확산하면 체제 동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21년 '청년교양보장법', 2023년 '평양문화어보호법' 등 3대 사상 통제법을 잇따라 제정했다. 특히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한국 드라마·영화 시청자를 최고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한국은 북한 문제 때문에 미·일·중·러 모두와 폭넓은 외교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면서 "평화위가 장기적으로 한반도 안정을 위한 소통 창구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짚었다.일각에서는 평화위 가입 시 트럼프가 한국에 대중 견제 강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낮다고 평가했다.전직 외교부 고위 관료는 "평화위에는 친중 성향 국가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성격 자체가 반중 연대인 인도·태평양 전략과는 결이 다르다. 가입이 곧 대중 봉쇄 동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평화위 가입과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강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개별적으로 압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의 레거시 반도체 수출이 중국 50%, 미국 10% 수준이고 HBM(고대역폭 메모리) 주도권 역시 한국이 쥐고 있어 미국이 일방적 요구를 관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이어 "오히려 중국이 '한화오션이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용 군함 제조에 협력하느냐'며 시비를 걸 개연성이 더 크다"며 "트럼프보다 중국의 압박을 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도 "한국이 가입을 거부하면 트럼프가 '타게팅'을 시작하면 한국의 반도체나 조선업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며 "평화위라는 다자 기구 텐트 안으로 들어가 소나기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