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책임 아닌 '조건부 공조'로 바뀐 한미동맹세계 5위 군사력, NDS '韓 책임' 논리와 맞물려 평화론·군축론과 전작권 전환, 자기모순 구조 핵균형 없는 자주 … 전술핵 재배치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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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재명 정부는 비핵국인 한국이 핵 전력을 제외한 재래식 군사력 측면에서 '세계 5위' 에 달한다는 지표를 거듭 내세우며 평화론과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국방부(전쟁부)는 지난 23일 '2026 국방전략(NDS)'을 발표했다.NDS는 한미동맹의 성격이 '무한 책임'에서 사실상 '조건부 공조'로 구조적 전환을 맞았음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공식 문서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안보 우선 순위에서 본토 방어와 대중국 견제, 러시아·이란 대응을 상위에 둔 반면, 북한 문제는 동맹국의 "주된 책임"(primary responsibility) 하에 관리해야 할 사안으로 재분류했다.27일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남북 핵 불균형이 초래한 '6만 배'의 화력 격차와 미국이 제1도련선(島鏈線·일본 규슈 남단부터 대만, 필리핀까지로 설정된 1차 방어선)을 따라 구축하려는 "강력한 거부적 방어"(strong denial defense)를 고려할 때 정부의 현실 인식은 자강 의도와 달리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새 국방전략(NDS)은 '서반구 우선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미군 전력을 본토 방어와 중국 억제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방의 우선순위에서 본토를 최우선으로 꼽는 한편, 북한을 후순위에 배치한 점 역시 눈에 띈다. 인도·태평양을 비롯한 세계 모든 지역에서 '동맹의 분담'을 강조한 대목도 이 같은 맥락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연합뉴스
◆南北, 6만 배 화력 격차 ... '재래식 군사력 세계 5위'라는 착시정부가 강조하는 재래식 군사력 우위는 북한의 핵무력 앞에서 전략적 효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학계에서는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무기를 50여 기에서 180기로 추정한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RAND)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은 2030년 전후 300기가량의 핵탄두를 보유하게 된다.가장 보수적인 추정치인 50여 기를 전제로 추산해도 북한의 핵 능력은 한국군 화력의 6만 배가 넘는다. 34년간 육군에 복무하다 대령으로 전역한 최승우 서울안보포럼 북핵대응정책센터장은 "북한이 5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 중 기본 원자탄 20킬로톤(kt) 25기와 50kt 25기를 갖고 있다고 단순하게 가정하면 북한 원자탄의 총량은 1750kt이 된다"고 평가했다.최 센터장은 "기본 원자탄(20Kt)은 TNT 2만 톤(t)에 해당하며 야포 400만 문이 일제 사격하는 것과 같은 위력을 지니고 있다"며 "핵무기의 정치적·심리적 요소와 방사능, 핵·전자기파(EMP) 등을 제외하고 단순하게 기본 화력만 비교해도 한국은 북한의 5만8333분의 1에 해당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추산했다.이러한 비대칭 상황에서 재래식 전력 우위를 근거로 한 정부의 평화론은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현실에도 미 NDS는 한국에 대해 "중요하지만 좀 더 제한적인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대북 억제에서 주된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고 명시했다. 실질적인 핵 억제 수단이 없는 자주국방은 6만 배의 화력 열세를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5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를 방문해 개장 벨을 타종한 뒤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남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 대통령, 이억원 금융위원장, 김용범 정책실장, 린 마틴 뉴욕 증권거래소 회장. ⓒ뉴시스
◆'세계 군사력 5위' 논리=美 NDS 논리지난해부터 이 대통령은 한국 1년 국방비가 북한 GDP(실질 국내총생산)의 1.4배에 달하며 한국의 재래식 군사력이 세계 5위라는 것을 국내·외, 온·오프라인에서 언급해 왔다.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9월 25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투자 서밋, 9월 30일 건군 77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 11월 4일 2026년도 국방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거듭 비슷한 주장을 반복했다. "우리 대한민국이 국방을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 문제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이어 이 대통령은 새 NDS가 공개된 직후인 24일 SNS에 "북한 GDP(실질 국내총생산)의 1.4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지출하고 세계 5위 군사력을 가진 대한민국이 스스로 방어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자주국방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이 대통령이 언급한 이 세계군사력지수(GFI)는 미국기업 글로벌 파이어파워(GFP)가 145개국의 재래식 군사력을 평가해 산출한 지수이다. 이 지수는 핵무기 보유 여부나 핵전력, 사이버 전력과 같은 비대칭 전력은 반영하지 않아 남북의 핵 불균형 상황을 평가하기에는 불충분하며 공신력과 신뢰성을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군사력 과시', 주한미군 태세 조정 뒷받침하나문제는 이 대통령이 자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꺼낸 지표들이 미국의 비용 전가 논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NDS에서 미국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묶인 미국의 한반도 방어 책임을 이양할 명분으로 "높은 국방비 지출, 탄탄한 방위산업, 의무징병제를 바탕으로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한국"을 제시했다.아울러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미군 전력 태세를 업데이트 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는 주한미군을 대북 억제를 위한 지상군 위주의 전력에서 인도·태평양 전략, 즉 중국 견제 전략을 지원할 수 있는 기동군으로 변경하거나 규모를 조정하겠다는 뜻이다.안보가에서는 전작권 전환에 따라 한미연합사 사령관을 한국군 대장이, 부사령관을 미군 대장이 맡는 체제로 개편되면 주한미군사령관 직위가 현재의 4성에서 3성급으로 격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마침 미국 국방부는 4성 장군의 직위를 20%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일미군사령관을 3성에서 4성으로 승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이에 대해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한국 안보 전문가들의 직접적인 우려 표명에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은 채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양욱 아산정책연구위원은 "주한미군 사령관이 4성 장군에서 3성 장군으로 계급이 낮아진다면 북핵 억제는 더 어려워진다. 핵 억제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아니라 전략사령관이 맡고 있다"며 "그렇다면 전략사의 4성 장군에게 '핵무기 사용을 준비할 때가 됐다'고 주한미군의 4성 장군이 얘기하는 것과 주한미군의 3성 장군이 얘기하는 것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 ▲ 중국이 외부로부터의 해양세력 진출을 막는 저지선이자 중국이 밖으로 진출하려는 것을 미국 등이 막는 기준선이기도 한 제1도련선과 제2도련선. ⓒ위키피디아
◆美 우선 순위는 '골든돔'과 對中 '거부적 방어' 전선 구축2026년 NDS는 미국의 위협 인식 순위를 명확히 보여준다. 최상위 목표는 미국 본토 방어와 중국 견제(인도·태평양)이며 러시아와 이란이 그 뒤를 잇는다. 북한은 그다음이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인 2022년과 달리 '북한 비핵화'조차 언급하지 않았다.특히 미국은 본토 방어를 위해 "국가에 대한 전략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하고 현대적인 핵 억지력을 유지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위한 골든돔'(Golden Dome for America) 계획과 핵전력의 현대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중국 견제와 관련해서는 "제1도련선(FIC)을 따라 강력한 방어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방어선인 제1도련선에서의 '거부적 방어'(Deterrence by Denial)를 강조하면서 동맹국이 '더 많은 노력'과 '주된 책임'을 지라고 명시했다.이는 동맹국들이 최전선(제1도련선)에서 중국의 확장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시사한다. 한국도 이 거부적 방어선의 일원으로 편입돼 미국의 지원은 제한적인 상태에서 1차적 방어 책임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있다.◆李-트럼프의 위험한 '군축' 교집합 … '디커플링' 현실화더 큰 위기는 이재명 정부의 '평화·군축론'과 트럼프 행정부의 '본토 우선주의'가 위험하게 맞물리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 회견에서 이례적으로 군축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북한 비핵화'가 아닌 '위기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이 대통령은 "비핵화해야 하는데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느냐"면서 "이상(비핵화)을 포기하지 말고 현실적인 중단 협상을 하고 다음으로 핵 군축 그리고 길게는 비핵화를 향해서 가자"고 말했다.이 대통령의 '군축론'은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라는 인정을 전제로 한 것으로 그동안 국제사회는 이를 금기시해 왔다. 그러나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도 최근 사설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더 이상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비핵화 대신 군축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듯이 최근 몇년간 미 조야에서는 '군축론'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문제는 미북 군축협상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전략핵만 폐기하고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과 중거리 미사일은 사실상 용인하는 선에서 타결되면 한미동맹은 사실상 와해되게 된다. 이른바 '서울'을 겨냥한 핵은 남고 '뉴욕'을 겨냥한 위협만 사라지는 최악의 디커플링이다. -
-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새 국방전략(NDS)은 '서반구 우선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미군 전력을 본토 방어와 중국 억제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방의 우선순위에서 본토를 최우선으로 꼽는 한편, 북한을 후순위에 배치한 점 역시 눈에 띈다. 인도·태평양을 비롯한 세계 모든 지역에서 '동맹의 분담'을 강조한 대목도 이 같은 맥락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연합뉴스
◆전작권 전환의 함정 ... '최종 상태' 정의도 없고 핵 통제권은 美에미국의 지원 축소와 태세 조정 기조 속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전작권을 전환할 수 있는 '최종 상태'의 정의와 평가 기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조기 전환은 연합방위태세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합동참모본부 출신 군사 전문가인 정경운 서울안보포럼 연구기획실장은 "현재 전작권 전환 추진은 자기모순에 빠져 있는 듯하다"며 "근본 문제는 '최종 상태'를 정의하지 않은 채 기존 전력증강계획을 조건 근거로 삼은 것"이라고 비판했다.이어 "전력증강계획은 전작권 전환을 전제로 만든 것이 아니므로 이를 조건의 기준으로 삼는 순간 전환의 본질이 왜곡된다"며 "북한의 핵 보유를 조건3의 결정적 변수로 본다면 전작권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정 실장은 "전작권 전환은 단순히 전력을 증강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훨씬 더 포괄적인 한미동맹의 신뢰, 지휘체계, 군사력 운용 전반에 걸친 문제"라고 강조했다.결국 한미동맹의 핵심은 확장억제, 다시 말해 핵무기를 비롯한 미군 전략자산의 통제권이 미국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전략자산은 미국 전략사령관이 독점적으로 운용하며 한국군 사령관이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이 상태에서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면 미국은 한반도 전략자산을 대만 유사시 등 인도·태평양 전반에 투입할 때 한국은 6만 배의 화력 열세를 떠안고 재래식 전력 운용의 위험만 부담하는 구조가 된다.◆한반도 핵 불균형 속 자주국방, 美 전술핵 재배치가 대안한미 디커플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남북 핵 균형 확보가 시급하다. 미 공군 핵·미사일 작전 장교인 데이비드 필립스 소령은 2024년 보고서에서 북·중의 역량 증강이 향후 5~10년 내 '전구 핵억제 공백'(theater nuclear deterrence gap)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주한미군 군산공군기지에 B61-12 전술핵폭탄을 재배치한다면 한반도 '핵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분석했다.미국이 핵전력 현대화에 향후 30년간 1조2000억 달러에서 1조7000억 달러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 내 재배치를 위해 인프라·보안·운영유지 비용은 물론이고 기회 비용까지 감수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미국이 비용 부담으로 현대화를 포기하고 해체하기로 한 전술핵무기를 한국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한반도 방어용으로 현대화하는 방식의 한국형 핵공유 논의가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이에 대해 양 연구위원과 이경석 인천대 교수는 '한미동맹의 전환 요구와 한국형 핵공유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이슈브리프에서 "군산 기지에 100개의 B61-12 중력폭탄을 배치하는 데 소요되는 초기 비용은 약 3조6000억 원에서 5조2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6년 방위분담금의 51~61%이며 2025년 한국 국방예산의 1~2% 규모"라며 한국 내 미국 전술핵 저장시설을 현대화하거나 새로 건설하는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