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버그 주한 美 대사, 작년 1월 이임'대사대리' 케빈 김, 지난주 부임 70일 만 복귀 1년째 대사 공석 … 한미 외교 채널 약화 우려 "정부, 관계 발전 위해 대사 임명 요청해야"
  •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주한 미국대사 자리가 1년째 공석을 유지하면서 한미 외교 채널과 안보 협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중 갈등에 이어 최근 중국과 일본 간 충돌로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조속히 주한미국대사가 부임해 한미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이끌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오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주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가 부임 70여 일 만에 미국으로 복귀하면서 주한미국대사관이 '대리의 대리' 체제로 이어지고 있다. 대사대리 직무는 제임스 헬러 부대사가 당분간 맡게 됐다.

    주한미국대사는 2022년 7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임명한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가 지난해 1월 이임하면서 공석을 1년째 유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때 2년 6개월 동안 한미동맹 강화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평가를 받은 골드버그 전 대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물러나야 했다.

    주한미국대사 자리가 1년째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다시 장기 공석이 반복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인 지난 2022년 해리 해리스 당시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주한미국대사로 지명하기까지 17개월이 걸렸다. 해리스 전 대사 이임 후 골드버그 전 대사가 후임자로 부임되기까지 걸린 기간도 비슷했다.

    문제는 북핵 문제와 미중 경쟁, 중일 갈등 등 외교 안보 환경이 갈수록 엄혹해지는 상황에서 주한미국대사 자리의 장기 공백으로 한미 간 외교 채널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외교에서 한미동맹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주한미국대사의 부재는 한국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주한미국대사 자리가 장기 공석이 되면 한미 간 공조나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 우선순위와 관련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사가 계속 공석인 것은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한국을 포함해 주요 국가에 대한 대사 지명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외교협회(AFSA)의 '앰배서더 트래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9일 기준 전 세계 80개국 주재 미국대사직이 공석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195개 미국 대사직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부재 상태인 것이다.

    주한미국대사의 부재가 길어질수록 동맹 관계의 신뢰 수준을 낮출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사라는 직업이 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에 공석이 장기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미 관계 발전을 위해 우리 정부가 외교 채널을 통해 주한미국대사를 조기에 임명해 달라고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 행정부가 생각하는 외교 파트너로 한국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며 "대사 임명은 미국 소관이지만 대사 자리가 공백인 건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정부가 대사를 통한 외교 채널 외에 미국 측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교수는 "트럼프 측근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중요하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이도훈 평화교섭본부 본부장간 소통 채널이 매우 유용하게 작동했다. 당시에도 대사 네트워크는 잘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