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법관 증원·재판소원·법왜곡죄 법안 통과'사법개혁 3법'에 이인호 교수 "헌법위반" 일갈"대법정에 26명 앉을 자리는 있는가 의문""재판소원 4심 가면 4~5년 더 재판 진행될것""법왜곡 범위, 결국 정치권 입맛에 맞게 결정돼"
  • ▲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뉴데일리 DB
    ▲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뉴데일리 DB
    "26명 대법관들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위한 소통이 가능한지가 의문이다. '4심제' 최종심인 헌법재판소 판결은 4~5년 걸려 소송당사자들의 법적 지위는 더 오래 불안해진다. 이미 판·검사들이 정치적 강풍 앞에 엎드려 있는데 법왜곡죄가 도입되면 그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다."

    '사법개혁 3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1987년 개헌 이후 40년 가까이 유지된 현행 사법 체계가 일대 변혁을 맞게 된 가운데, 이인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국회 본회의를 열어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라고 불리는 법왜곡죄(형법 개정안)와 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모두 통과시켰다.

    '사법개혁 3법'의 통과로 14명이던 대법관이 26명으로 늘어나고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낼 수 있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법을 왜곡한 판검사에게도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
  • ▲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법관 증원'을 핵심으로 하는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토론 종결 투표가 시작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침묵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법관 증원'을 핵심으로 하는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토론 종결 투표가 시작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침묵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대법정에 26명 앉을 자리는 있는가?"

    이 교수는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방안에 대해 "제도적으로는 물론 물리적으로도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법정은 13명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애당초 전원합의체 판결 전 26명이 함께 합의하려면 공간도, 운영 방식도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회의실조차 감당이 쉽지 않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형식적으로 증원한다고 해도 결국 전원합의체는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부(部) 판결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대법원의 통일적 법해석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 이후 이 법안이 추진된 배경을 짚으며 "정치적 목적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고 했다. 

    "대법원을 압박하는 동시에, 정치적 입맛에 맞는 대법관을 임명해 아직 남아있는 다른 사건들에 대한 면소 판결을 노리는 게 아니겠느냐"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러나 설령 정치적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사법 시스템을 이렇게 망가뜨리면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 "재판소원제, 대법=헌재 균형 맞춘 우리 헌법 정면 위반"
     
    이 교수는 특히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 "명백한 위헌"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헌법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병렬적으로 두고 사법권을 배분하고 있다"며 "또 헌법 제101조는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한다. 또 제107조 2항은 '명령·규칙·처분의 위헌 여부를 대법원이 최종 심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소원을 허용한다는 것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다시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구조"라며 "이는 법률로 헌법을 변경하는 것과 같다. 헌법 개정 사항을 일반 법률로 처리하는 셈이다"이라고 말했다.

    재판소원 도입의 실질적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이 교수는 "지금도 1심, 2심, 3심까지 가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헌법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4심제로 되면 분쟁 당사자의 법적 지위는 더 오래 불안정해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대법원 3심에서 판결된 사건이 헌재로 넘어가게 되면 4~5년은 더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긴 사람도 이긴 게 아니고, 진 사람도 진 게 아닌 상태가 수년간 더 지속되는 것이다"라는 평가다.

    '권리구제의 사각지대 해소'는 민주당이 재판소원제 추진의 명분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재판소원의 도입은 되레 신속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권리침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 대법원. ⓒ뉴데일리 DB
    ▲ 대법원. ⓒ뉴데일리 DB
    ◆ "법왜곡죄, '알아서 기는' 판·검사 늘어 정치수사·판결 가능해져"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법 왜곡'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것은 사법 시스템을 위축시키고 붕괴시키는 조치다."

    이 교수는 법왜곡죄가 명확성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해 헌법 위반 가능성이 제일 높은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왜곡의 범위는 누가 정하는지 그 경계는 어디까지인지 결국 정치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현재도 수사기관의 특정 정당 인사에 대한 항소·상고 포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법관들도 정치적 판결로 비판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 그러한 '사법의 정치화' 문제가 심화·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사법개혁 3법 통과의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27일 취임 42일 만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했다.

    노태악 대법관은 6년간의 임기를 마친 이날 퇴임식에서  "사회적 갈등이 법정 안으로까지 깊게 들어와 있다"며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안을 사법부로 가져오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해당 법안들 통과에 우려했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이날 출근길에 "갑작스러운 대변혁이 과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혹은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심사숙고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