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영장주의·법률 유보 원칙 정면 배치대통령령으로 권한 신설, 위임입법 한계 초월국정원법과 정면 충돌 속 실효성 결여 논란국정원 지휘부 역량 논란과 전시용 행정 지적공산권식 軍 통제 모델로의 퇴행 우려 증폭IO 부활하고 사실상 해체된 방첩사 복원해야
-
- ▲ 국정원 전경 및 원훈석. ⓒ국정원 제공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안보 침해 범죄 및 활동 등에 관한 대응 업무 규정'(대통령령 제33988호) 일부 개정령안을 두고 실효성 결여 및 위헌성 논란이 일고 있다. 내란·외환·반란 정보 수집을 명분으로 국가정보원(국정원) 직원의 군사기지 진입권을 명문화한 이번 개정령안이 상위법인 국정원법·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과 정면으로 충돌할 뿐만 아니라 헌법상 영장주의와 법률 유보 원칙을 우회해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했다는 비판이다.특히 우리 군이 합동군제를 유지하는데도 정부가 육·해·공 사관학교 통합 등 통합군제식 교육 개편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국정원 군 출입 허용은 단순 안보 강화가 아닌 정권의 군(軍) 장악 시도이자 민주적 문민 통제 원칙 역행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개정령안, 국정원 직원의 軍 부대 출입권 명시22일 국가정보원과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일부 개정령안은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유사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고 국정원의 관련 기능을 활성화해 신속한 대응 및 예방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추진됐다.이 개정령안은 내란·외환(형법) 및 반란(군형법)의 죄와 관련해 국정원장이 유관기관의 장(長)에게 정보 제공을 요청하면 해당 기관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지체 없이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제7조 제3항)했다.아울러 국정원장이 내란·외환·반란죄 대응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하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상 군사기지 또는 군사시설에 소속 직원의 출입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했고, 요청을 받은 관할부대장 등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지체 없이 협조(제7조 제4항)해야 한다.정부는 다음 달 5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후 법제처 심사 등 내부 절차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중으로 개정령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입법예고 전 의견을 조회하는 국정원의 문서에 큰 틀에서 '동의 취지'로 답변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영장 없는 강제 처분 … 헌법상 '영장주의' 정면 도전이번 개정령안의 가장 큰 결함은 헌법 제12조 제3항이 규정한 영장주의의 무력화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법 개정에 따라 2024년 1월 1일 대공수사권(간첩수사권)이 폐지돼 압수·수색·체포 등 모든 강제 수사권을 상실한 국정원에 시행령만으로 사실상의 강제력을 부여함으로써, 헌법이 정한 사법적 통제 장치를 우회하려 한다는 지적이다.현행 국정원법 제5조 등은 내란·외환 등 안보 침해 범죄에 대한 국정원의 직무를 '정보 수집 및 현장 조사'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피조사자의 동의를 전제로 한 임의 조사에 한정된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강제 처분은 반드시 사법부가 발행한 영장에 의해 수사기관(경찰·검찰)이 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번 개정령안은 대통령령인 시행령만으로 국정원에 군사기지 및 시설 출입권과 유관기관의 정보 제공 의무를 동시에 부여하고 있다. 이는 국정원이 '대응 업무'라는 포괄적 명분 하에 영장이라는 사법적 통제 없이 군사시설에 진입해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해석된다.국방부 법무관리관 출신인 임천영 변호사는 "법률상 수사권이 없는 정보기관이 시행령에 근거해 사실상의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은 영장주의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권리를 침해하거나 의무를 부담하게 할 때는 국회 입법으로 하라는 것이 법률 유보의 원칙인데 국회 입법 없이 대통령령으로 너무 큰 권한을 주는 것은 문제"라고 진단했다.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사안을 국회의 입법 과정 없이 시행령으로 추진하는 것은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행위로, 법치 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는 것이 법조계의 견해다. 정보 활동 효율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법률상 수사·정보 분리 원칙을 시행령으로 우회하는 이 접근법은 국정원 직원들의 법적 정당성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국정원법과의 정면 충돌 … '10년 리스크' 속 실효성 결여이러한 헌법적 결함은 국정원법 제11조(정치 관여 금지) 및 제13조(직권 남용 금지)와의 정면 충돌로 이어진다. 국정원법은 위반 시 7년 이하의 징역 및 7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하며 공소시효도 10년에 달해 정권 교체 시 처벌 가능성이 결코 작지 않다.또한 대통령이 계엄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이를 '내란 의심'으로 단정해 군 내부 정보를 수집·보고하는 활동은 국정원 직원 입장에서 정치 관여와 직권 남용의 위험한 경계선에 서는 일이다. 결국 국정원 직원들은 "정치 관여·직권 남용이라는 법적 리스크를 피하면서 군 기지 출입과 정보 수집을 하라"는 모순된 지침 속에서 업무 위축을 겪게 될 수 있다.이에 대해 전직 국방부 관계자는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를 쪼개면서 대통령 직속 기관인 국정원이 군을 직접 감시하게 되면 정치 편향으로 직결되고 안보의 연속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8일 국가정보원에서 업무 보고를 받기 위해 이종석 원장, 강훈실 비서실장 등과 함께 국정원에 들어서는 모습. ⓒ청와대 제공
◆이종석 체제의 '전략 부재'와 대외 과시용 행정 논란청와대가 국정원에 기대하는 핵심 역할인 남북 관계 개선 및 대북 채널 관리에서 뚜렷한 진전이 보이지 않자 국정원이 그 공백을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 연루자 송환·쿠팡 개인정보 유출 조사 등 대외 과시용 성과로 메우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 국정원 지휘부가 정보·공작 실무보다는 정책·이론에 익숙한 인적 구성으로 채워지면서 본질적인 안보 전략 수립보다는 '보여주기식' 성과에 치중하고 있다는 평가다.특히 쿠팡 사태는 국정원 '지시' 여부를 둘러싼 공방으로 번졌다. 쿠팡 측은 '국정원 지시에 따라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조사했다'고 주장한 반면, 국정원은 '쿠팡에 어떠한 지시를 한 바 없지만 안보 차원의 정보 수집·분석을 위해 업무 협의는 있었다'고 반박했다.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재인상(15→25%)을 공언하는 가운데 쿠팡 사태는 한미 통상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가 '쿠팡 표적 규제' 의혹을 제기하며 한국 정부에 자료를 요구하고 한국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가 지연되면서 원자력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및 원자력 협력(우라늄 농축·재처리) 후속 협의 등 안보 현안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박기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연구원(예비역 육군 대령)은 이번 시행령에 대해 "비상계엄 당시 불거진 경호 지역 무단 침입 논란을 계기로 국정원 스스로 법적 리스크를 차단하려는 취지"라며 "국정원이 무단 침입 혐의로 엮이는 상황을 대비해 선제적 법령 정비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인권위법에도 못 미치는 절차 … 지휘권 무력화하는 '옥상옥' 통제개정령안의 독소 조항은 기존 법령 체계와의 형평성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군 내 인권 보호를 목적으로 부대를 방문하는 국가인권위원회조차 군의 특수성과 지휘권을 존중하기 위해 엄격한 절차적 통제를 받는다.국가인권위원회법 제50조의4에 따르면 인권보호관은 부대 방문 시 취지·일시·장소 등을 사전에 통지해야 하며 국방부 장관은 국가 안위나 작전 임무 수행에 지장을 줄 경우 조사의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반면 개정령안은 관할 부대장 등에게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지체 없이 협조'할 의무만 부여할 뿐 사전 통지나 장관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근거는 전무하다.이러한 구조가 가져올 지휘권 침해에 대해 송윤선 서울안보포럼 연구소장(예비역 육군 대령)은 "국정원 요원의 군부대 출입은 단지 출입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고 군부대에 대한 정보 수집 활동, 조사, 감시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과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지휘권을 흔들었던 보안사령부의 갑질과 폐단을 연상시킨다"고 밝혔다.그러면서 "국정원이라는 외부 기관이 군 내부를 휘젓고 다니게 되면 일선 지휘관들은 본연의 임무인 교육 훈련과 작전 준비보다 외부 요원의 눈치를 보는 데 에너지를 쏟게 될 것"이라며 "이는 곧 국방력 약화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
- ▲ 정부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과 과천, 태릉CC 등 도심 내 접근성이 뛰어난 유휴부지와 노후 청사 등을 활용해 총 6만호 규모의 주택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경기 과천에서는 경마장과 방첩사령부 부지를 통합 개발해 9800호를 공급한다. 정부는 과천 주암택지지구와 연계해 직주근접 생활권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방첩사령부와 인근에 공사 중인 주암지구. ⓒ뉴시스
◆내란은 '사회 전반'의 문제 … '군부대 집중'은 모순내란·외환·반란 범죄는 군에 한정된 범죄가 아니라 정치권·시민단체·언론 등 전 사회에 걸쳐 기획·선동될 수 있는 광범위한 성격을 지닌다. 국정원이 '군사기지 출입'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접근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특히 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원의 국내정보담당관(IO) 제도 폐지로 국정원의 국내 수집망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에서 단순히 군 기지 출입만으로는 범죄의 단초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군 내부에서는 "내란 범죄를 오로지 군 안에서만 잡겠다는 구상은 현실을 모르는 발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와 잼버리 파행 등의 사례에서 국내정보 기능 약화로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국내외 정보 전달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처럼 안보 전문가들은 국정원의 국내정보 기능 복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사전 계엄설이 제기된 점을 고려할 때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후과를 사전에 인지했다면 선포를 자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공산권식 軍 감시 아닌 민주적 통제가 정답전문가들은 국정원의 국내 활동(IO 기능·대공수사권) 복원 논의가 단순히 물리적 권한 확대에 그쳐서는 안 되고 악용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문재인 정부 시절 이뤄진 국정원법 개정으로 대공수사권이 폐지되고 정치 관여 금지가 엄격해진 이후 국정원이 "일반 공무원보다 못한 상황"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 위축의 해법이 시행령을 통한 초법적 권한 신설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특히 이번 개정령안이 보여주는 군사기지 직접 진입권은 민주주의 국가의 '문민 통제' 원칙을 위협할 소지가 있다. 북한 조선노동당의 군 보위국이나 중국공산당의 중앙기율검사위원회처럼 당(黨)이 군 내부를 상시 감시하는 체제는 일당 독재 체제의 산물일 뿐 민주주의 국가의 모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만약 특정 정파나 정권의 충성도가 정보기관의 군 진입 명분이 된다면 이는 곧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군 장악'을 통한 독재적 통제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실상 해체된 방첩사 복원하고 국회 정보위 역할 강화해야안보 전문가들은 이 개정령안이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 예비역 장성은 "이번 계엄 상황은 대통령이 그 출발점이지 군 내부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정원에 내란 정보 수집뿐 아니라 수사권까지 부여하는 것은 국정원을 어떠한 견제도 없는 무소불위의 조직으로 만들어 민주주의를 위협할 위험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예비역 장성은 "민간 기관의 군 감시를 허용하겠다는 발상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군을 잠재적 내란 집단으로 보는 시각 자체도 문제다. 국정원 출입은 군 내부 마찰을 증폭시켜 국가 안보에 손상을 줄 뿐"이라고 꼬집었다.송윤선 소장은 "국정원은 군부대 직접 진입이라는 무리수를 둘 것이 아니라 군 내 유사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들과의 고도화된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군은 군사 기밀 보호와 전문성 유지를 위해 자체적인 감찰, 수사, 정보 수집 기구(방첩사 등)를 갖추고 있다. 국정원이 직무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면 이들 전문 기구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가동하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한 전문가는 "국정원을 통한 군 감시 강화는 오히려 국정원 직원들의 업무 위축을 초래하므로 국정원보다는 방첩사가 군 자정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국가기관 간의 마찰은 국가 안보에 손상을 입히고 결과적으로 정보기관이 정권의 '충성 경쟁' 도구로 악용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이어 "국정원이 정권 교체 때마다 정치적으로 이용됐던 전례가 있다. 이를 막으려면 국정원의 군부대 직접 진입 대신 군 자정 기구 정상화와 국회 정보위원회의 실질적 견제 강화라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며 "정보기관 역량 강화는 물리적 통제가 아닌 법치주의 하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에서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