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국제법 근거해 123도선 주장中, 北中 조약 근거로 124도 주장中, PMZ 내 구조물 16개 무단 설치필리핀, '묵인'에 스카버러 섬 빼앗겨베트남, 물리적 저지로 철수 이끌어제소·美日 공조로 제2남중국해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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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을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5일(현지 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뉴시스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 안팎에 16개에 달하는 무단 구조물을 설치한 가운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한·중 해양경계획정 차관급 회담이 연내 개최된다. 그러나 '편하게 중간에 선을 그어버리면 된다'는 이 대통령의 인식과 달리 양국이 각각 '동경 123도선' 부근과 '동경 124도선' 부근을 기준으로 고수하는 만큼 가시적인 시일 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韓, '동경 123도선' vs 中, '동경 124도선’17일 외교가에 따르면 서해 해양경계 문제는 한·중 양국이 1996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가입하면서 본격화했다. 협약은 연안국이 자국 해안선으로부터 최대 200해리(약 370㎞)까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설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가장 넓은 지점도 400해리에 미치지 못하는 서해에서 양국이 주장하는 EEZ는 중첩될 수밖에 없다.협약 제74조 1항은 '대향국 또는 인접국 간 EEZ 경계는 공평한 해결에 이르기 위해 국제법을 기초로 합의에 의해 획정한다'고 명시한다. 한중은 이 조항에 따라 1990년대 후반부터 해양경계획정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양국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한국 정부는 양국 해안선으로부터의 등거리 중간선 원칙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대향국 간 해양경계 획정 시 등거리선을 출발점으로 삼아 왔다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와 국제사법재판소(ICJ) 판례에 따르면 서해 해양경계는 대략 동경 123도선 부근에 형성된다.반면 중국은 1962년 저우언라이 총리가 북한 김일성과 체결한 '조중변계조약'에서 정한 압록강 하구 경도 '동경 124도 10분 6초'를 근거로 이 선을 남쪽으로 연장하면 한중 해양경계가 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북중 양자 간 합의에 불과하므로 대한민국에는 어떠한 국제법적 효력도 미치지 않는다.한중 양국은 2001년 어업협정을 체결해 동경 123도선 부근에 PMZ를 설정하고 공동 관리해 왔다. 중국의 124도 주장은 이러한 잠정 합의마저 뒤집는 일방적 요구인 것이다. -
- ▲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 일대에 설치된 중국 측 부표·구조물의 위치와 사진을 정리한 도표.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산하 '비욘드 패럴렐'(Beyond Parallel)은 지난해 12월 9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은 2018년 이후 해당 수역 내부 및 주변에 13개의 부표를 일방적으로 설치했고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물고기 양식을 명분으로 한 '선란(Shen Lan) 1호'와 '선란 2호' 등 2개의 양식장 케이지와 통합 관리 플랫폼인 '아틀란틱 암스테르담'을 수역 내에 건설했다"며 "영구 시설물의 수역 내 설치는 한중 어업협정 위반"이라고 분석했다. ⓒCSIS Beyond Parallel
◆중국의 '124도 주장' 기정사실화 시도123~124도 해역은 현재 어느 국가의 영해도 아닌 공해(公海)에 해당하지만 중국은 이 해역에 수십 척의 해군 함정을 투입해 자체 훈련을 벌여 왔다. 2013년 중국 해군사령원은 공식 석상에서 한국 해군 참모총장에게 '한국 함정은 동경 124도선을 넘어오지 말라'고 요구한 바 있는데 이는 중국이 '124도선 주장'을 실제 작전 지침으로 하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한국이 서해에서 작전시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고자 신중을 기하는 사이 중국은 동경 124도를 사실상 영해 경계로 삼고 기정사실화를 시도해 왔다.국방부가 2020년 공개한 '최근 5년 주요 외국 군함의 한반도 인근 활동 현황'에 따르면 2016~2020년 5년간 중국 군함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잠정 등거리선을 넘어 한반도 인근에 출현한 횟수는 900회가 넘는다.연도별로는 2016년 110여 회, 2017년 110여 회, 2018년 230여 회, 2019년 290여 회, 2020년 8월 기준 170여 회다. 특히 2020년 12월에는 중국 해군 경비함이 백령도 앞 40km 해상까지 진출했으며 동경 124도선을 기준으로 미국 등 제3국 군함의 접근을 제한하려 했다.중국이 124도선을 고집하는 이유는 서해를 '내해화'(內海化)함으로써 베이징과 텐진 등 수도권의 해상 관문을 방어하고 유사시 미 해군 항모강습단 등의 서해 진입을 차단하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의 최전선을 확보하기 위함이다.◆중국 124도 주장의 위험성특히 서해 124도선과 백령도 인근은 대한민국 안보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중국의 124도선을 수용할 경우 백령도 서쪽 해역 전체를 중국 관할수역으로 만드는 등 서해의 약 70%가 중국의 '내해'가 된다. 2010년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46명의 용사가 희생된 천안함 피격 사건이 발생한 백령도 인근 수역은 중국이 주장하는 작전 구역과 지리적으로 매우 인접해 있다.만약 중국이 124도선을 내해화하고 A2/AD 자산을 전진 배치해 이 수역을 통제한다면 한국 해군의 대북 작전과 한미 연합 전력의 기동 공간은 치명적으로 위축된다. 북한의 도발 징후를 감시하거나 유사시 대응하는 데 있어 중국이 상시적인 제약 요인으로 자리 잡게 되기 때문이다.실제로 2024년 9월 북한 화물선 덕성호가 서해 NLL을 월선한 뒤 중국 오성홍기를 게양하며 중국 선박으로 위장을 시도한 사건은 서해 공해상이 중국의 배타적 영향권 하에 있다는 인식을 북한조차 역이용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는 중국의 묵인 하에 북한이 서해를 우회 침투 경로로 활용하는 상황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중국이 인천과 평택 등 주요 무역항이 집중된 서해의 관할권을 강화하면 상선 통항에 대한 검문검색이나 항로 통제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중국 어선들이 124도선 이서(以西) 수역에서 불법 조업을 일삼으며 한국의 수산 자원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중국 휴어기에도 하루 평균 100여 척의 중국 어선이 PMZ에서 불법조업을 하고 있고 2020~2024년 나포된 불법조업 외국 어선 282척이 모두 중국 국적으로 PMZ가 사실상 중국의 독점적 어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
- ▲ 2014년 5월 14일(현지시간) 베트남 남부 빈즈엉주 디안에 있는 대만 자전거 제조 공장 인근에서 소방 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 도서에서 베트남의 반발을 무릅쓰고 원유 시추를 강행하는 가운데 베트남의 반중 시위가 가열, 시위대가 현지 중국 업체에 몰려 방화, 약탈 등 폭력을 행사했고, 다른 현지 외국 투자업체들로 불똥이 튀고 있다. ⓒAP/뉴시스
◆필리핀 사례와 베트남 사례의 교훈중국은 경계 미확정 수역에 구조물을 일방적으로 설치하고 해경 함정으로 상시 순찰하며 기정사실화하는 방식으로 무력 충돌 없이 현상을 변경하는 '회색지대 전술'을 펼쳐 왔다.필리핀은 이 전술의 피해 사례다. 2012년 스카버러 섬 분쟁 당시 10주 간 대치하던 양국은 미중의 중재로 동시 철수를 합의했으나 중국은 약속을 어기고 함정을 남겨 실효지배권을 장악했다.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의 주장에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정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했다.반면 베트남의 단호한 현장 대응은 중국의 진출을 억제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2014년 5월 중국이 베트남이 주장하는 EEZ에 초대형 시추선을 설치하자 베트남은 해경함과 어선 29척을 투입해 물리적으로 저지했다.중국은 40여 척과 군용기로 맞섰으나 미국의 공개 비난과 베트남 내 중국계 공장 수백 곳이 습격당하는 등 반중 시위 격화로 2개월 만에 조기 철수했다. 이후 중국은 베트남 EEZ 경계선을 넘는 민감한 지점에는 시추선을 재배치하지 않고 있다.인도네시아도 2016년 조코위 대통령이 해군 함상에서 각료회의를 열고 해역 명칭을 북부 나투나 해로 선포하고 나투나 제도 인근 중국 어선들을 나포·폭파하는 강경 대응으로 중국의 주장을 무력화했다.◆中, 법률전·여론전·심리전 등 '삼전'(三戰)으로 회색지대 전술 펼쳐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인공섬→전초기지화→해경·민병대 동원→상대국 활동 제약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단계적 기정사실화를 '회색지대 전술'로 분류한다.중국은 해양 분쟁에서 정규 해군 대신 해경·해상민병대를 앞세우고, 법률전·여론전·심리전 등 이른바 '삼전'(三戰)을 펼치며 상대의 인지를 교란하고 기정사실화해 왔다. 이 전술은 국제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현상 변경 사례를 조금씩 축적한다.대응국은 민간 선박으로 가장한 상대에 발포하면 국제 여론 악화를 감수해야 하고 방치하면 주권 침해를 기정사실화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중국은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분쟁지역에서 자국에 유리한 관행을 만들고자 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자국의 권리가 기정사실화하도록 노린다.익명을 요청한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의 일방적 기정사실화를 방치하면 서해는 제2의 남중국해가 될 수 있다"며 "한국은 UNCLOS 제74·83조의 잠정적 협력 의무를 한중 간 기본 약속으로 재확인하고 필요시 필리핀의 2016년 승소 사례를 참고해 ITLOS 제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이어 "미·일과의 안보 협력에서 서해 이슈를 의제화하고 G7·EU가 남·동중국해의 일방적 현상 변경을 반대하는 국제 규범 연대에 적극 참여해 중국에 외교적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