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빅테크, 소상공인 든든한 조력자 되달라" 독려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 자녀에 학자금·장학금 달라" 요구업계 "상생금융이 아니라 '기생금융' … 요구 선 넘어"관치 익숙한 금융권 상대였다면, '실무 검토 과제'로 남았을 지도
  • "소상공인 자녀들을 위해 상생기금을 조성하고 학자금과 장학금을 내주십시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 역삼동 네이버스퀘어에서 개최된 '금융감독원장-빅테크 CEO 간담회'에서 차연수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은 이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최수연 네이버 대표 ▲정신아 카카오 대표 ▲박대준 쿠팡 대표 ▲이승건 토스 최고영영자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등은 '찍소리' 조차 내지 못하고 애둘러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모 빅테크 대표는 "직원 (자녀들의) 학자금은 고민을 했지만 소상공인을 위한 학자금은 생각조차 못했다"며 소심한 항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야말로 '호가호위'가 아닐 수 없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을 등에 업은 소상공인연합회를 보면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린다'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이 금감원장은 해당 간담회에서 빅테크 기업들에게 "소상공인들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달라"고 면전에서 압박했다.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소상공인연합회는 빅테크 기업들에게 학자금·장학금을 요구한 셈이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이같은 행태에 업계에선 "상생금융이 아니라 '기생금융'"이라며 "소상공인들이 약자 프레임을 악용해 선 넘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빅테크 CEO들이 금융감독원장과 단체로 간담회를 갖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치'에 익숙하지 않은 빅테크 CEO들은 "생각조차 못했다"며 항의 아닌 항의라도 할 수 있었다. 

    만약 소상공인연합회가 이같은 요구를 관치에 순응하는 금융권에 했다면 어땠을까. 당장 '실무 검토'에 들어갔을 것이다. 보험업계에서 금융당국의 상생 압박에 못 이겨 300억원 규모의 '무상보험'을 내놓은 사례만 봐도 그렇다. 

    상생은 함께 나누는 것이지, 상대를 호주머니로 착각하는 게 아니다. 

    상생을 외친 자리가 해프닝으로 전락한 건 소상공인 때문이 아니다. 이찬진 원장의 일방적 구호가 만들어낸 무대 위에서, 상생은 기생으로 변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