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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축 아파트 견본주택 방문객들이 분양상담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DB
"이 정도면 중년특공도 생겨야죠. 열심히 가점 모아온 사람들 바보 만드는 것도 아니고."
얼마전 만난 한 건설업계 홍보담당자는 신축아파트 청약을 포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별공급 비중이 전보다 늘어 가점제나 추첨제 당첨이 더 어려워졌다는 게 청약포기 이유였다.
그도 그럴것이 최근 민간분양 아파트들의 특별공급 비중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당장 서울만 봐도 이달 분양한 은평구 대조동 '힐스테이트 메디알레(대조1구역)'는 일반분양 483가구중 265가구(54.9%), 구로구 고척동 '고척 푸르지오 힐스테이트' 576가구중 314가구(54.5%)가 특별공급으로 풀렸다.
내달 중랑구 중화동에 분양하는 '리버센 SK VIEW 롯데캐슬'도 30가구 가운데 16가구(53.3%)가 특별공급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올해 서울에 분양한 3개단지 모두 특별공급 비중이 50%를 훌쩍 넘는 셈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래미안 원페를라 44.4%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 48.9%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47.9% △래미안 원펜타스 39.0% 등 특별공급 비중이 50%를 넘긴 단지는 없었다.
특별공급 비중이 확대되면서 그에 반발하는 비난여론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20일 국회 전자청원엔 '고가아파트 신혼특공 금수저 특혜중단 및 일반공급 가점제 비율 회복에 관한 청원'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 증가 등으로 오랜기간 성실하게 기다려온 중장년층 무주택자들이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논란은 정부가 저출생 위기해소를 이유로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중을 대폭 늘리면서 촉발됐다.
지난 3월31일부터 시행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및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민간분양내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중은 기존 18%에서 23%로 상향됐다.
특별공급 비중이 높아지면서 '파이'가 줄어든 일반공급 추첨제나 가점제는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미 추첨제나 가점제 경우 당첨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다.
부동산R114 통계를 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1순위청약 평균경쟁률은 112.8대 1로 직전년 56.9대 1의 두배에 달했다. 이는 2021년 164.1대 1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은 경쟁률이다.
지난해 기준 서울 평균 청약당첨 가점도 65점으로 10년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무주택기간 15년이상에 부양가족을 3명 두고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11년을 넘어야 겨우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이미 시장에선 젊은층의 청약당첨 비율이 더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조사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연령별 청약당첨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1분기 청약당첨자 1만546명 가운데 30대이하 비중이 48%로 가장 컸고 40대(29%), 50대(16%) 등이 뒤를 이었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특별공급 확대는 '개미'처럼 열심히 가점을 모아온 4050세대들의 박탈감을 더욱 커지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가점이 부족한 이들이 기대해볼 수 있었던 추첨제마저 당첨문이 좁아지면서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흔들리고 있다.
물론 특별공급을 통해 사회·경제적약자인 젊은층에게 내집 마련 기회를 준다는 방향성 자체는 맞다. 그렇다고 해서 중년층이 손해를 감수해야 할 이유도, 근거도 없다.
공공주택이라면 신혼이나 청년층 특별공급 비중을 당연히 늘려야 하지만 민간에도 이를 적용하는 것은 또다른 수요층의 내집 마련 꿈을 빼앗는 '역차별'이다.
세대갈등과 상대적 박탈감만 키우는 현 청약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이 시급하다.
잊을만 하면 되풀이되는 '금수저 특공' 논란에도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애초에 10억원이 넘는 고가아파트를 특별공급으로 분양하는 것 자체가 '사회·경제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
투기지역에 공급되거나 분양가 10억원이상인 아파트 경우 특별공급 비중을 줄이는 등 맞춤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