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선거법위반 상고심 1일 선고…대통령 선거 판도 요동조 대법원장 등 전원합의체 12명 중 10명이 중도·보수과거 '김명수 코트' 판결 당시엔 진보 성향 대법관 8명 포진…7대 5로 무죄진보 대법관마저 유죄 인정…법조계 "대법서 뒤집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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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전원합의체. ⓒ뉴시스
이에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이번 대선에 정치적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서둘러 선고 기일을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다음달 11일로 예정된 정식 후보 등록 전까지 결론이 나야 정국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전원합의체 심리에 참여한 대법관 각자가 이 사건의 법리 쟁점에 대한 확고한 결론에 쉽게 도달했기 때문에 판결 선고가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5년전 이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친형 강제 입원' 관련 허위발언 혐의로 선거법위반 상고심을 받을 때와는 대법관들의 성향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전원합의체 12명의 대법관들은 7대 5로 의견이 나뉘며 2심 300만원 벌금형을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5년전 대법원 판례로 무죄 내린 2심…"이재명이 이재명 구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15일 1심에서 '성남시장 재직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을 몰랐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김 처장과 함께 골프를 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골프 사진 조작 관련)과 '국토부가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하라고 협박했다'는 취지의 발언은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1심에서 선고된 형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이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의원직 박탈은 물론 향후 10년간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될 처지였다.
하지만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3월 26일 1심 판단을 완전히 뒤집고 이 대표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 대표가 김 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증거로 제시된 사진을 "해당 사진은 '원본 중 일부(피고인의 모자가 부각되고 피고인과 고인을 포함한 소수만이 한 프레임에 들어갈 수 있도록)를 떼 내어' 보여준 것이라는 의미에서 '조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국토부가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하도록 협박했다고 한 2021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 발언도 "의원의 질의에 대해, 백현동 특혜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고, 발언의 요지 역시 '성남시가 자의적으로 특혜를 준 게 아니라, 외압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해명임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발언은 질의응답 전체 맥락상 '정치적 의견'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처벌 여부가 문제 되는 표현이 사실을 드러낸 것인지 아니면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인지를 구별할 때, 어느 범주에 속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표현인 경우 원칙적으로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대법원 2020년 7월 16일 선고 판결 등을 참조하라고 명시했다.5년전 선행판례에 따라 이번 사건도 무죄라는 취지다. 다만 2020년 대법원 판례 역시 이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사건에 대한 판결이었다.당시 대법원은 "후보자 토론회에 참여해 질문·답변을 하거나 주장·반론을 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 의해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하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
- ▲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뉴데일리DB
◆"선거에서 거짓말은 표현의 자유"…구사일생한 이재명앞서 2018년 6월 경기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TV토론회에서 당시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고 물었다.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길게 해명했는데, 요약하면 "김영환 후보께서는 저보고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 이런 주장을 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저는 그런 일 없습니다"라는 취지였다.
이 전 대표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고 2심 재판부는 "빼도 박을 수도 없는 거짓말"라며 유죄를 인정,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될 경우 경기도지사직을 내놓고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해 있던 것이다.하지만 2020년 7월 대법원은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 판결문에서 밝힌 무죄의 논리는 "선거 과정에서도 어느 정도의 거짓말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될 수 있다" "TV토론은 선거공보물과 같은 공식적인 공표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것 등이었다.
◆우리법·국제법이 장악한 대법에서도 7대 5 박빙…진보 성향 대법관마저 유죄 인정
당시 대법관은 전체 14명이다. 권순일·박상옥·이기택·김재형 등 4명은 박근혜 정부가 임명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한 안철상·노태악·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김상환·박정화 등 10명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대법관이다. 이중 조재연 법원행정처장과 회피를 신청한 김선수 대법관은 전원합의체에서 빠졌다.이때 진보 성향의 학술단체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김 대법원장을 비롯해 박정화·노정희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며 김상환 대법관 역시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좌파성향으로 분류됐다.
안철상·노태악·민유숙·이동원 대법관은 비교적 중도성향으로 알려졌지만, 이들 역시 김 대법원장의 임명제청으로 문재인 정부가 임명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태였다. 8대 4로 진보 성향 대법관이 앞서는 구도였다.하지만 전원합의체에 참여한 12명의 대법관은 7(파기환송)대 5(유죄)로 나뉘었다.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해 박정화·민유숙·노정희·김상환·권순일·김재형 대법관이었다.
반면 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노태악 대법관 등 5명은 상고를 기각해야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피고인은 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에 관여하였음에도 이를 적극 부인함으로써 허위사실을 공포하였다고 판단되므로 다수의견의 논고와 결론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중도 내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던 안철상·이동원·노태악 대법관마저 상고를 기각해야 한다며 유죄 취지의 의견을 냈다. 그만큼 친정부 성향의 대법관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판결을 한 것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심지어 무죄를 선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권순일 전 대법관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판결을 전후해 성남시와 함께 대장동 개발사업을 하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8차례나 만난 사실이 드러났고 퇴임 후에는 화천대유 고문으로 옮겨 수억원대의 보수를 받아 '대장동 50억 클럽' 멤버로 이름이 오르내린 인물이다.◆尹 정부 중도·보수 대법관 압도적…법조계 "대법서 뒤집힐 것"
하지만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마용주 후보자를 신임 대법관으로 임명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퇴임한 김상환 전 대법관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됐던 반면, 마 대법관은 중도적 입장에서 재판을 진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보수쪽 인사로 평가되는데다 지난해 6월 대법관으로 노경필 수원고법 부장판사·박영재 서울고법 부장판사·이숙연 특허법원 판사를 임명했다. 이들은 모두 중도·보수 성향 판사로 분류된다.이로 인해 전원합의체를 구성하는 13명의 대법관 중 조 대법원장과 오석준·서경환·권영준·엄상필·신숙희·노경필·박영재·이숙연·마용주 대법관 등 10명은 모두 중도·보수로 분류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노태악·이흥구·오경미 대법관 등 3명만 진보 성향을 보이고 있는데 노태악 대법관은 이번 이 전 대표 선거법위반 사건에서는 기피 신청해 빠졌다.
물론 중도·보수쪽 대법관 모두 정치적 성향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고 합리적 판결을 내리는 법관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대법원 전원합의체보다는 보다 보수적인 색채를 띨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앙대·숙명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등을 역임한 조상규 법무법인 로하나 변호사는 "이번 대법 판결에서는 무조건 바뀐다"며 "1심이 타당하다. 2심은 이재명만을 위한 전례 없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안다' '모른다'는 팩트다. 모른다고 했는데 함께 사진이 찍혀 있으면 '안다'가 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긴접 증거를 통해 인지 여부를 본다. 팩트를 판단한 것"이라며 "그게 어떻게 의견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11년 간 헌법연구관을 지낸 황도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1심과 2심에서 충분히 증거를 수집했고 새로운 증거도 없을 것"이라며 "법리에 대한 검토도 대부분 다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충분히 대법원에서 뒤집힐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