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美 전술핵 현대화 지원하고 방어에 전용해야美, 北과 협상 가능 … 비핵화보단 위협 감소北, 비핵화선언 위반 … 美, 전술핵 재배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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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아산정책연구원(이사장 윤영관)이 개최한 '아산플래넘 2025'을 계기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제공
북한이 지난해 9월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을 폐쇄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의 전술핵 저장시설 현대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미국이 고려할 수 있다는 해외 안보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한국이 비용을 부담해 미국의 B-61 계열 전술핵 일부를 현대화한 뒤 한반도 방어에 전용할 수 있다는 방안도 제시됐다.◆브루스 베넷 "남북 핵균형 달성해야 …주한미군 전술핵 저장기지 현대화로 北中 압박"미국의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아산정책연구원(이사장 윤영관)이 개최한 '아산플래넘 2025'에서 "핵균형이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며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에 따른 남북 핵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제시했다.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작년에 새로운 우라늄 농축시설 하나를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6월 30일까지 그 시설을 폐쇄하지 않으면 미국은 한국에 있는 핵무기 저장시설을 현대화하겠다'고 할 수 있다"며 "김정은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고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중국이 반발하면 우리는 '먼저 선택의 기회를 줬지만 시설을 폐쇄하지 않기로 한 건 북한의 선택이다. 중국이 북한에 시설 폐쇄를 권한다면 우리는 시설 현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그는 2019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하노이회담을 회상하며 "현재 북한 내부가 불안정하므로 김정은은 트럼프와 다시 협상하려면 상당한 사전 양보를 미국으로부터 얻어내려 할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핵무기 역량에 대한 일반적 평가를 담은 비공식 용어)이라고 부른 바 있다. 이는 미국의 양보였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그러면서 "이것조차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기에는 부족하다. 현재로서는 전통적 방식의 협상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미국은 북한에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 '이것을 하지 않으면 절대 원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식으로 압력을 넣어야 한다. 중국 또한 북한에 압박을 넣도록 미국이 유도해야 한다. 중국은 스스로 초강대국이라고 말하면서 김정은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꼬집었다.베넷 연구원은 미국이 예산 제약으로 현대화를 포기한 일부 전술핵 무기를 한미 방위비분담금의 틀 안에서 현대화한 뒤 한국 방어를 위해 쓰는 방안을 꾸준히 제언해왔다. 미국은 196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B-61 계열 전술핵폭탄을 제작했지만 예산 제약으로 100억 달러를 들여 1300~1500기 중 480여 기만 'B61-12' 구성으로 정밀 타격이 가능하도록 현대화했다.그는 "한국 정부가 미국에 '어차피 폐기 예정인 B-61 폭탄 중 100개 정도를 우리가 비용을 내고 현대화하겠다'고 제안할 수 있다. 물론 핵무기 자체는 미국 소유이므로 NPT(핵확산금지조약)를 위반하지 않는다. 현대화된 핵무기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 본토에 보관되며 한국에 미리 현대화된 저장시설이 있으면 필요시 하루 안에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며 "마지막 단계로는 실제로 4~12개의 현대화된 B-61 폭탄을 한국에 미리 소규모로 배치해 신속한 대응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
- ▲ 빅터 차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조지타운대 교수)가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아산정책연구원(이사장 윤영관)이 개최한 '아산플래넘 2025'을 계기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제공
◆빅터 차, 美北 핵군축 가능성 전망 … "트럼프, 비핵화보다는 위협 감소 초점"빅터 차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조지타운대 교수)는 "지난 35년 간 북한의 완전한 무장 해제는 매우 어려웠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본토 안보에 가장 중요한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을 다루는 제한적 합의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지속적으로 '뉴클리어 파워'라고 언급한다. 이는 그가 비핵화보다는 '위협 감소'에 더 중점을 두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짚었다. -
- ▲ 존 에버라드 전 북한 주재 영국 대사는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아산정책연구원(이사장 윤영관)이 개최한 '아산플래넘 2025'을 계기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제공
◆존 에버라드 "北, 인도의 비공식 핵보유국 지위 원해 … MSMT 영향력 없어"존 에버라드 전 북한 주재 영국 대사는 "인도는 NPT상 공식적인 핵보유국이 아니지만 실제로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모두가 그것을 알고 있다. 미국은 인도를 그런 현실에 따라 상대하고 있다. 탈북자들에게서 들은 바로는 김정은의 주요 정책 목표 중 하나는 북한을 인도와 같은 위치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한다. 만약 그것이 달성된다면 북한으로서는 큰 승리일 것이고 한국에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2011~2012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 제재 전문가패널 조정관으로도 활동한 에버라드 대사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활동이 종료된 대북 제재 전문가패널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는 "전문가 패널은 안보리라는 강력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고 국제법에 따라 명확한 지침하에서 활동했지만 안보리의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독립기관이라면 그러한 영향력은 갖지 못할 것이다. 과연 그런 기관이 존재하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
- ▲ 정몽준 아산재단 명예이사장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아산 플래넘 2025'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제공
◆정몽준 "北,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위반 … 美, 韓에 전술핵 재배치해야"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설립자 겸 명예이사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북한 위협에 맞서기 위해 전술핵 재배치와 함께 '아시아판 나토'(Asian Version of NATO) 설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그는 "최근 미국의 고위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은 미국의 핵 억제 정책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의견에 더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 논의는 북한이 1991년 12월 남북이 서명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의 약속을 어겼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짚었다.그러면서 "미국과 그 동맹국 및 파트너들도 북한, 중국, 러시아 간의 경제 및 군사 협력을 억제하기 위해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제 아시아판 나토를 설립할 때다. 이를 인도-태평양조약기구(IPTO)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인도가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
- ▲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커트 캠벨 디아시아그룹(TAG) 의장이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아산정책연구원(이사장 윤영관)이 개최한 '아산플래넘 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제공
◆커트 켐벨 "美 억제 기반 신뢰 흔들려 … 단계를 밟아야만 핵확산 저지"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커트 캠벨 디아시아그룹(TAG) 의장도 기조연설에서 "약 30년간 북핵 문제가 대두되는 동안 수십 개 국가들이 핵을 구축할 수 있었지만 미국의 신뢰 덕에 핵보유국이 되지는 않았고 그것은 미국의 억제력을 믿었기 때문"이라며 "이제 그러한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어 "우리(미국)가 이 문제를 부차적으로 다뤄선 안 된다"며 "망설이고 주저하고 있지만 결국엔 단계를 밟아 나가야만 아시아 지역의 핵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