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청탁' 기소된 김만배·성남시의장, 1심에서 징역형 2심 法 "통상적 정치활동…따라서 뇌물 아냐" 원심 파기 무죄 2심 박광서 판사, 尹탄핵 선고일 SNS에 "기뻐하라" 글 게시법조계 "항소심서 뒤집힌것, 드문 케이스 … '정치 판결' 의심" "이재명, 해당 판결 대장동 재판서 무죄 근거로 쓸 것 뻔하다"
-
- ▲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성남시의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법조계에선 "1심에서 중형을 선고한 사건을 항소심에서 전부 무죄로 바꾼 드문 케이스"라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선 '정치 판결'이 아니냐는 의심 섞인 목소리도 제기된다.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법관 중 한 명이 자신의 SNS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선고일인 지난 4일 '기뻐하라. 그분이 드디어 사라졌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을 빚은 바 있기 때문이다.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판사가 특정 성향을 SNS에 드러낸 것도 문제지만, 이재명 전 민주당대표와 관련된 인물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판결로 이어졌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
- ▲ 대장동 개발 비리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공판 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김만배-성남시의장 '대장동 청탁 혐의' 다룬 항소심 法, 원심 전부 파기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2-3부(고법판사 박광서 김민기 김종우)는 지난 8일 김씨의 뇌물공여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부분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또 김씨로부터 청탁받고 부정한 방법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킨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로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에게도 징역 4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앞서 검찰은 최 전 시의장이 2012년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켜 달라"는 김씨의 부탁을 받고 2013년 반대하는 의원들이 퇴장한 사이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보고 이들을 2022년 2월 재판에 넘겼다.최 전 의장은 2021년 2월 대장동 개발사업 수익이 현실화되자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채용돼 40억 원 상당의 성과급 계약을 맺었다. 검찰이 기소한 김씨와 최 전 의장의 뇌물 등 혐의는 11개월간 화천대유로부터 급여, 법인카드 명목으로 8000여만 원을 주고받은 혐의다.1심은 지난해 2월 김씨의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김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 전 의장이 조례안을 통과시킨 행위가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최 전 의장의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에 대해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1심 재판부는 "최 전 의장이 2012년 시의회 의장에 선출된 뒤 탈당하고 다수당이던 새누리당이 반대한 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가결되게 한 점, 이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후보의 재선 선거를 도운 점 등이 청탁받은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판시했다.1심 재판부는 증인으로 채택된 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이들은 법정에 나와 최 전 의장이 공사 조례안 통과 청탁을 받고 대장동 주민의 시위를 조장·지시해 그 배후를 주도했다고 일관적으로 진술한 바 있다.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두 피고인이 돈을 주고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대장동 관련 조례 통과 등 정당한 정치활동이라고 보면서 원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최윤길이 성남시의장 당시 대장동 주민들에게 의사 일정을 알려주고 대장동 개발 명분을 언급하면서 주민 시위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되나 시의원의 정당한 정치 활동이고, 시의장 업무를 위배한 부정한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그러면서 "최윤길이 2013년 2월 시의장으로 공사 설립 조례안을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해 거수투표로 재표결에 부쳐 부정행위를 했다는 점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최윤길의 행위가 부정처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후 김만배가 최윤길을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채용하고 뇌물을 공여했다는 검사의 공소사실은 더 살펴볼 것 없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 ▲ 박광서 판사 페이스북 갈무리.
◆ 항소심 재판부 중 박광서 판사, 尹탄핵 인용날 SNS에 "기뻐하라"법조계 일부에서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 근거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며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거기에 더해 항소심 재판부 중 한 법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인용된 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 '정치 편향적'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김씨와 최 전 의장의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박광서 판사에 대해 "법 복을 입은 정치인"이라고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내 비판했다.박 의원은 박 판사의 SNS 게시물을 문제 삼았다. 박 의원에 따르면 박 판사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인용 당시 "기뻐하라, 그분이 사라졌다(Rejoice, for-You-Know-Who has gone at last)"라는 글을 적었다.박 의원은 "소설·영화 '해리포터' 속 '볼드모트가 사라졌을 때'를 인용한 이 글은, 대통령을 '사라져야 할 존재'에 빗댄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며 "문제는 이 판사가 페북글을 올리고 며칠 뒤 김만배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박 판사가 SNS에 글을 올린 시점은 지난 4일이다. 나흘 뒤 박 판사도 심리에 참여한 수원고법 형사2-3부는 김씨와 최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박 의원은 박 판사의 정치 성향이 이 사건 항소심 선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박 의원은 특히 이 사건 판결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대표에게 '면죄부가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박 의원은 "1심에서 '날치기 통과'로 판단됐던 조례안이, 2심에서는 '정상적인 표결'로 바뀌었다"며 "특정 성향을 드러낸 판사의 판결이 이재명과 그 관련 인문들에게 면죄부를 쥐어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제 법은 더 이상 평등하지 않고, 법복을 입은 정치인이 정의를 재단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
- ▲ 법원. ⓒ뉴데일리 DB
◆ 법조계 "해당 판결 李무죄 근거로 사용될 것"부정처사 후 수뢰죄는 '공무원이나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을 가진 사람이 직무상 부정한 행위를 먼저 한 뒤 뇌물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받은 경우' 성립한다. 형법 제131조에 따르면 부정처사 후 수뢰죄를 범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부정처사 후 수뢰죄에 대한 구체적인 양형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대법원이 정한 양형 기준 중 가중 요소는 ▲수수한 금품의 액수가 클 경우 ▲범행이 반복되었거나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경우 ▲공무원의 직위나 영향력이 큰 경우다.'5년 이하의 징역형'이라는 규정을 감안하면, 1심 재판부가 최 전 의장에게 4년 6개월 실형을 선고한 것은 피고인의 혐의가 양형기준상 가중 요소들이 적용된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항소심 법원은 이 사건에서 최 전 의장의 행위를 '통상적인 정치활동'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부장검사를 역임한 한 변호사는 "통상적인 정치활동의 범위라는 것이 주관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에 판사의 해석에 따라 판결이 나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재판 실무상 이런 사건이 전부 무죄로 뒤집히는 경우는 10건 중 1~2건으로 드문 케이스"라고 진단했다.김씨는 남욱 변호사·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함께 대장동 사업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등)로 2021년 11월 기소돼 5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표 역시 이들과 유착해 막대한 이익을 몰아준 혐의 등으로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과 함께 2023년 3월 기소돼 별도로 재판을 받고 있다.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은 대장동 사업 전 단계다. 검찰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지원했고, 당시부터 이 전 대표 측과 유착관계가 형성됐다고 본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단계의 부정한 청탁 등이 인정되지 않으면 이 전 대표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이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 사건 항소심 결과가 대장동 관련 다른 사건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 전 대표 측은 대장동 사건에서 핵심 증인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 신빙성을 흔드는 데 주력해왔다. 이 전 대표 측 변호인이 이 사건 판결문을 검토한 후 무죄 입증 근거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는 "조례안이 불법적으로 통과됐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 전 대표가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최고 결정권자'였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며 이 사건 판결이 다른 대장동 판결에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