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서 무죄 뒤집힌 선거법위반…재판 미루려 갖가지 꼼수1심 징역형 집행유예→2심 무죄 단 1.7%대법 판례 어겨가며 면죄부 준 항소심 재판부판사들의 정치적 판결이 이재명에 꽃길 열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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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상고심이 빠르면 이달 말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측이 법원의 소송기록접수 통지서를 열흘 만에 수령하는 등 '시간끌기' 작전을 쓰고 있어 대선 전에 선고가 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사법부는 선고 결과에 따라 대선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대선 이후로 판단을 미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같은 사건의 항소심에서 1심의 징역형 유죄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사법부가 이 전 대표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다.
이는 최근 3년간 형사 항소심에서 1.7%의 극소수에만 해당하는 판결로, 대법원 판례에도 어긋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판결로 사법부 스스로 법치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고 사법부 신뢰를 흔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대법원도 무시하는 이재명…대통령 당선되면 재판 중지시키려는 꼼수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1일 검찰이 제출한 상고이유서를 이 전 대표 측에 전달했다. 대법원은 이날 낮 서울남부지법 소속 집행관에게 인편으로 전달하도록 요청했고 집행관은 여의도에 위치한 이 전 대표 의원실로 찾아가 직접 서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관 송달은 우편으로 송달이 이뤄지지 않을 때 실시하는 특별 송달 방식으로 매우 이례적이다. 대법원이 집행관 송달 방식을 택한 건 심리 지연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이 전 대표 측은 법원의 소송기록접수 통지서를 열흘 만에 수령한 바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31일 이 전 대표에게 소송기록접수 통지서를 보냈으나, 이 전 대표가 일주일 넘게 이를 받아보지 않으면서 해당 문서는 '폐문부재(당사자가 없고 문이 닫혀 있음)' 사유로 반송됐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 7일 서울남부지법·인천지법 소속 집행관에게 통지서를 인편으로 전달하도록 요청했다. 이 전 대표는 해당 서류를 지난 10일에야 받았다.
이번 사건의 상고심 접수 절차는 검찰 측이 상고장을 제출하면 원심에서 대법원으로 상고기록을 송부하고 당사자에게 소송기록접수를 통지하도록 돼 있다. 이후 검찰 측이 상고이유서를 제출하고 피상고인인 이 전 대표가 이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하면 대법원은 본격적인 심리 단계에 돌입한다.
이 전 대표 측이 재판을 미루기 위해 소송기록통지서를 받지 않는 등 갖가지 '꼼수'를 동원하자 직접 찾아가 서류를 전달한 것이다. 상고이유서에 답변 역시 열 흘 이내 제출하면 되니 최대한 미루다 오는 21일 쯤에나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사건은 '6·3·3원칙'(1심 6개월 이내 선고,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을 따르더라도 6월 3일로 예정된 대선 전에는 선고가 나기 어려워 보인다.
법조계 한 인사는 "아무리 대법원이라도 여론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대선 전에 선고를 내리기는 어려워보인다"면서 "사법부가 유죄를 무죄로 뒤집으려 겉으론 전문적 법리를 내세운 듯하지만 기존 판례랑 배치되는 야당 대표만을 위한 판결이었다"고 꼬집었다. -
- ▲ 대법원. ⓒ뉴데일리DB
실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히는 경우는 매우 희박하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형사 항소심에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형을 받은 3만5099명 가운데 무죄를 선고받은 사람은 단 585명(1.7%)에 불과했다.
무죄는 아니지만 벌금형으로 감형된 사람은 2267명(6.5%), 같은 집행유예지만 형량이 감소한 비율은 1095명(3.1%), 선고유예나 형의 면제·면소 128명(0.4%)으로 나타났다.
항소심에서 원심 형량이 유지되는 비율이 약 69.3%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19%에 달하는 사람이 검사의 항소가 받아들여져 형량이 늘어났다. 11.7%만이 감형됐고 이 전 대표는 그 중에서도 가장 희박한 무죄를 선고받았다.
2심 판결이 3심인 대법원에서 변경(파기환송)될 가능성은 더 희박하다. 지난 3년간 2심의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이 대법원에서 변경된 비율은 평균 2.5%에 불과했다.
이는 이 전 대표가 2020년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2심 재판부가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 지사직을 내려놔야 하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무죄로 판결을 뒤집은 것에 해당한다. 당시에도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받으면 의원직 상실과 10년간 피선거권 제한이라는 중대기로에 직면했지만 이를 사법부가 묵인해줬던 것이다.
◆새로운 진술·증거 없는데도 판결 바꾼 사법부…대법 판례와 배치
무엇보다 이는 대법원의 판례와도 배치된다. 형사재판 항소심에서 새로운 진술이나 증거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1심의 사실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2023년 2월 대법원은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내면서 이를 명시했다.
당시 대법원은 판례를 원용해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이 1심 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이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러므로 항소심 심리 과정에서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1심 판단을 재평가해 사후심적으로 판단해 뒤집고자 할 때에는, 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1심의 사실 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의 경우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면서 진술에 임하는 증인의 모습과 태도를 직접 관찰한 1심이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이 이를 뒤집어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려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해 형성해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
- ▲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 김문기 개발1처장,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과 함께 찍은 사진.ⓒ뉴데일리DB
◆대법서도 일반 유권자들 입장에서 판단해야…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깨고 '면죄부'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선거법위반 항소심에서도 새로운 진술이나 증거가 없었는데도 재판부는 "허위사실이냐 아니냐는 후보자의 행위여야 하는데, 이건 행위가 아니라 인식이었다"는 이유를 들어 판결을 뒤집었다.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이 전 대표의 '김문기 몰랐다' 발언을 처벌 할 수 없다고 봤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한 바 있다.항소심 재판부는 "이 발언은 인식에 관한 것을 짧고 명확하게 말한 거라 교유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곧바로 인정할 정도의 여지가 없다"며 "행위에 관한 발언이 아니기 때문에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특히 "형사처벌 여부가 문제 되는 표현이 사실을 드러낸 것인지 아니면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인지를 구별할 때, 어느 범주에 속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표현인 경우 원칙적으로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대법원 2020년 7월 16일 선고 판결 등을 참조하라고 명시했다.5년전 선행판례에 따라 이번 사건도 무죄라는 취지다. 다만 2020년 대법원 판례 역시 이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사건에 대한 판결이었다.당시 대법원은 "후보자 토론회에 참여해 질문·답변을 하거나 주장·반론을 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 의해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하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하지만 이는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는지 따질 때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대법원 판례와 배치된다. 한 표를 행사하는 일반 유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은 2003년 전원합의체 판례로 "선거인이 접하는 통상 방법을 전제로 표현의 객관적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즉 "성남시장 땐 김문기 몰랐다"는 이 발언 자체가 일반 선거인에게는 단지 '김문기 몰랐다'가 아니라 '김문기와 교유행위가 없어서 김문기 존재 자체를 몰랐다'로 해석이 되기 때문에 허위사실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조상규 법무법인 로하나 변호사는 "법조인으로서 이해가 안 되고 납득이 안 되는 판결"이라며 "'김문기를 모른다' '국토부가 협박했다'라고 하는 것이 '사실'에 해당하지 어떻게 '의견'이 될 수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