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투지 투자조합 5곳, 지난해 투자금 일부 엑시트위지윅과 캐리소프트 투자한 메이플투자파트너스도 포함위지윅 오랜 투자 파트너 미시간벤처캐피탈도 구주 매각메이플·미시간, 컴투스 그룹과의 오랜 인연 눈길일부 개인투자자들도 구주 매각해 수익 실현
  • ▲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컴투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이하 에이투지)'의 초기 투자자들이 고평가 투자 유치 논란이 제기된 지난해 3월 유상증자 과정에서 구주를 매각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 수익을 거둔 투자자들은 일부 개인들을 제외하고 모두 익명투자조합이었는데 컴투스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어 온 기관투자사들이 대부분이었다.

    26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에이투지는 지난해 3월 '디에스-신한-제이비우리 뉴미디어 신기술투자조합 1호(이하 뉴미디어 투자조합)'로부터 약 46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뉴미디어 투자조합은 에이투지 구주를 1700억 원대 밸류로 주당 약 51만9000원에 3만3496주(약 174억 원)를, 신주(전환우선주·CPS)는 구주보다 3.5배가량 높은 6000억 밸류로 주당 약 181만3000원에 1만5350주(약 278억 원)를 취득해 14.1%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에이투지 지분을 보유 중이던 ▲2019 UQIP 혁신성장 Follow-on 투자조합을 비롯해 ▲mgi 세컨더리 투자조합 2호 ▲미시간 팬아시아 콘텐츠 투자조합 ▲비케이수산투자조합 1호 ▲에스비아이 성장전략 M&A 펀드 등 익명투자조합 5곳이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했다.

    이처럼 해당 조합들이 구주를 매각하면서 5곳의 투자조합들이 보유한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14.72%에서 5.52%로 대폭 줄어들었다. 초기 투자조합들이 보유 중이던 지분 대부분을 뉴미디어 투자조합 측이 인수한 것이다.

    구체적인 지분 매각 현황을 보면 유큐아이파트너스(현 BNK벤처투자)가 결성한 '2019 UQIP 혁신성장 Follow-on 투자조합'은 기존에 보유 중이던 2,116주(지분율 0.64%)에서 1,287주를 팔아 지분율이 0.24%로 줄어들었다.

    메이플투자파트너스가 결성한 'mgi 세컨더리 투자조합 2호'는 8,473주(지분율 2.56%) 가운데 5,154주를, 미시간벤처캐피탈이 결성한 '미시간 팬아시아 콘텐츠 투자조합'도 8,470주(지분율 2.56%) 중 5,152주를 팔아 각 지분율이 0.96%로 축소됐다.

    BK인베스트먼트가 수산물 생산과 가공, 유통 등 수산업 관련 분야에 전문적으로 투자를 하기 위해 결성한 '비케이수산투자조합 1호'도 4,234주(지분율 1.28%)를 보유해 오다 뉴미디어 투자조합 투자 유치 과정에서 2,576주를 매각해 지분율이 0.48%로 줄었다.

    투자조합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 중이던 에스비아이 성장전략 M&A 펀드는 전체 보유 주식 2만5,413주 중 1만5,458주를 뉴미디어 투자조합 측에 넘겨 보유 지분율이 7.68%에서 2.88%로 크게 감소했다.

    이들 투자조합 외에도 김모씨(773주 매각)를 비롯해 윤모씨(516주 매각), 이모씨(516주 매각) 등 개인투자자 11명도 총 3,869주를 뉴미디어 투자조합 측에 주당 약 51만9000원에 매각했다.

    시장에서는 에이투지 측이 2025년도 상반기 6,000억 밸류로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상장에 성공할 경우 훨씬 큰 수익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초기 투자자들이 그보다 크게 낮은 밸류로 구주를 팔고 지분을 축소한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메이플투자파트너스와 유큐아이파트너스 등 투조조합들은 투자 지분을 매각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매각 배경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상장 전이라도 당초 목표치에 따라 수익 실현을 할 수는 있다"면서 "에이투지 초기 투자자들의 경우 상장이 불투명하다는 판단 하에 안전 마진을 우선적으로 챙긴 것이 아니겠냐"는 해석을 내놨다.

  • ▲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투자조합 지분 변동 현황(2023년도 기준)ⓒ황유정 디자이너
    ▲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투자조합 지분 변동 현황(2023년도 기준)ⓒ황유정 디자이너

    ◆익명투자조합들 보유 지분 60% 이상 매각…조합원들의 실체는?

    기존에 구주를 보유 중이던 투자조합들은 해당 유상증자 과정을 통해 보유 지분을 60% 이상 매각했다. 서로 다른 투자조합들이 한날 한시에 동일한 지분을 매각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유상증자를 주도적으로 추진한 최대주주(위지윅스튜디오) 측이 지분 매각 비율을 사전에 조정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특히 투자조합 외에 지분을 처분한 개인투자자들의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개인투자자들만 이익 실현을 하고 엑시트를 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투자조합들은 일부 구주 매각을 통해 투자 원금을 대부분 회수한 것으로 안다"며 "지분 일부를 남겨 놓은 것은 추후 매각이나 상장을 통해 추가적인 투자 수익을 노린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 ▲ ⓒOpenAI
    ▲ ⓒOpenAI

    ◆컴투스 그룹의 오랜 투자 파트너들도 엑시트

    눈에 띄는 점은 에이투지 유상증자 과정에서 시세 차익을 거두고 투자금을 회수한 투자조합 가운데 컴투스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어 온 기관투자사들도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에이투지 구주를 매각한 메이플투자파트너스와 미시간벤처캐피탈은 그동안 컴투스 그룹과 다수의 투자조합을 함께 결성하거나 관계사들에 잇따라 투자를 진행해왔다.

    실제 메이플투자파트너스는 그동안 ▲'MIP컬처테크융합투자조합'(결성 총액 255억 원)을 비롯해 ▲'MIP디지털실감콘텐츠투자조합'(결성 총액 205억 원) ▲'MIP글로벌콘텐츠투자조합(결성 총액 205억 원) ▲'MIP위지윅글로벌콘텐츠투자조합'(결성 총액 105억 원) 등 위지윅스튜디오와 함께 다양한 투자조합을 결성하고 컴투스 그룹 관계사인 이미지나인컴즈를 비롯해 싸이더스, M83 등에도 투자하는 등 컴투스 그룹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메이플투자파트너스는 이외에도 위지윅스튜디오 창업자인 박인규 전 대표가 배우 이정재와 함께 인수한 드라마 제작사 '래몽래인(현 아티스트스튜디오)'에도 지난 2019년 20억 원을 투자해 6배가량 수익을 낸 것으로도 알려졌다.

    미시간벤처캐피탈 역시 컴투스 그룹과 오랜 인연을 맺어 온 기관투자사로 지난해 350억 원 규모 문화펀드인 '미시간 팬아시아 콘텐츠 투자조합' 등을 활용해 위지윅스튜디오 관계사인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와 로커스 등에 투자했다.

    미시간벤처캐피탈은 지난 6월 '모태펀드(과기정통부) 2024년 3월 수시 출자사업'에서 메타버스 분야 위탁운용사(GP)로 잇따라 선정돼 500억 원 규모의 '미시간글로벌메타버스투자조합'을 발족하기도 했다.

    벤처캐피탈 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투자사들은 본인들이 자신 있는 분야나 과거 양호한 투자 실적을 냈던 기업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투자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간의 투자 상황을 볼 때 메이플과 미시간이 컴투스 그룹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 금융감독원 ⓒ뉴데일리 DB
    ▲ 금융감독원 ⓒ뉴데일리 DB

    ◆불공정거래 온상 된  '익명투자조합'…"투명성 제고 시급"

    문제는 에이투지의 초기 투자자 가운데 익명투자조합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투자조합은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투자를 진행하는 과정 등에서 출자자들의 신원 등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 투자조합이 기업을 인수할 때 필요한 공시 사항은 출자자수와 대표자, 업무집행자, 최대주주 성명과 지분율, 주요 재무사항 등이다. 조합의 대표자와 업무집행자 명의는 누구든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실제 투자자의 신분을 숨길 수 있는 구조다.

    특히 비상장법인의 경우 투자조합이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개인투자자들은 자금의 출처를 알 방법이 없게 된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경우 투자조합들이 관여해 투자 규모를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회사 재무 상태를 일시적으로 호전시켜 상장 과정에서 높은 밸류로 지분을 정리하고 조합을 해산하면 실체를 확인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자본시장의 한 전문가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투자조합에 숨어 자신들의 신분을 감추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방식으로 머니게임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게 사실"이라며 "상장 과정에서도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반도체 팹리스 업체 '파두'는 상장 당시 기업 가치를 1조5,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하면서 큰 이목을 끌었지만 상장 직후 매출이 기대보다 크게 낮다는 사실이 드러나 '뻥튀기 상장'이란 비판이 제기돼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파두와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 관계자들을 검찰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했다. 

    공인회계사 출신인 황태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익명투자조합은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추구하는 자본시장법 취지에서 벗어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익명성이 있다 보니 자금을 출자한 사람이나 자금 조성 과정 등을 숨기거나 사실과 다르게 꾸미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다른 사적 재산들은 모두 공개가 되는데 투자조합이나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허용하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음지에서 이를 악용하는 세력들이 존재하는 만큼 자본시장이 투명해지고 공정해지기 위해서는 투자조합도 실체를 공개할 필요가 있고 소수 투자자가 다수 투자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비대칭 정보에 대한 개선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