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가 투자 유치 논란 ‘에이투지’ 내년 상장 추진‘적자 행진’ 속 투자조합 결성해 460억 투자 유치자본금 2억짜리 회사가 자회사 4곳 합병해 몸집 키워시장에선 “과도한 밸류로 상장 시 개인투자자 피해 우려”컴투스 그룹, 상장 실패 시 ‘풋옵션’ 540억 토해내야
  • ▲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컴투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이하 에이투지)’의 수천억 밸류 투자 유치를 두고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에이투지의 상장 여부에 컴투스 그룹의 명운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투지가 당초 계획한 기업 가치 대로 평가를 받아 상장에 성공할 시 컴투스 그룹은 공모자금 유입을 통해 재무 개선은 물론 신사업 추진 등에도 힘을 받을 수 있지만 상장에 실패할 경우 투자자들과 맺은 계약으로 투자 원금은 물론 고리의 이자까지 막대한 자금을 토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20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에이투지는 지난해 3월 '디에스-신한-제이비우리 뉴미디어 신기술투자조합 1호(이하 뉴미디어 투자조합)'로부터 약 460억 원을 투자 받았다.

    지난해 기준 636억4800만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비용이 695억5500만 원 발생해 59억 원의 영업손실과 9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재무 상황이 좋지 않았던 에이투지는 해당 투자 건에서 수천억원대 기업 가치로 신주를 발행했다.

    뉴미디어 투자조합은 에이투지 구주를 1,700억 원대 밸류로 주당 약 51만9000원에 3만3,496주(약 174억 원)를, 신주(전환우선주·CPS)는 구주보다 3.5배가량 높은 6,000억 밸류로 주당 약 181만3000원에 1만5,350주(약 278억 원)를 취득해 14.1%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에이투지는 해당 계약에 ▲동반매도참여권(Tag Along)을 비롯해 ▲우선매수청구권(ROFR) ▲상장 관련 매수청구권 ▲위약매수청구권 등 다수의 조건도 내걸었다.
  •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특히 에이투지는 투자를 받으면서 내년 3월까지 상장예비심사 청구 등 상장과 관련한 움직임이 없으면 투자자들에게 투자금과 이자를 돌려주는 '풋옵션' 계약도 맺었는데 에이투지가 상장에 실패할 경우 조합의 투자 건에 대해 컴투스 그룹 측이 보증을 선 것으로 확인됐다.

    에이투지가 상장에 실패하면 위지윅스튜디오가 뉴미디어 투자조합 측에 투자금은 물론 연복리 9%의 이자까지 포함해 약 540억 원을 물어줘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투자 건과 관련한 풋옵션 계약의 당사자이자 보증인인 위지윅스튜디오는 올 3분기말 현재(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이 102억 원에 불과해 에이투지가 상장에 실패하면 재무적 뇌관이 될 수도 있는 상태다.

    위지윅스튜디오의 최대주주인 컴투스가 대여금 등을 통해 지원한다고 해도 컴투스 역시 현금성 자산이 627억 원에 그쳐 재무 리스크가 그룹사 전반으로 확대될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에이투지가 이처럼 공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무리하게 높은 밸류에 투자 유치를 한 배경을 두고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정 세력들이 구주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시세차익을 거뒀을 것이란 추측이다.

    자본시장의 한 전문가는 “뉴미디어 투자조합의 구주와 신주 투자 밸류가 과도한 차이를 보이는 점을 감안할 때 구주를 매각한 주주들은 위지윅스튜디오와 에이투지의 특수관계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에이투지가 계획 대로 상장에 성공하면 관계사들이 이른바 ‘잭팟’을 터뜨릴 수도 있겠지만 최근 얼어붙은 공모시장 분위기를 봐서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닌 듯 싶다”며 “무엇보다 상장에 실패할 경우 위지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보다 5배나 많은 투자금과 이자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해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에이투지는 2022년 7월 위지윅스튜디오의 자회사인 고즈넉이엔티를 비롯해 에프포스트(구 프레임픽처스)와 팝뮤직, 이미지나인컴즈 등 4곳을 흡수합병해 설립된 컴투스의 손자회사다. 개그맨 지상렬·조세호를 비롯해 가수 KCM, 배우 이정진 등 유명 연예인들이 다수 소속돼 있다.

  • ◆"콘텐츠 산업 불황인데 고밸류 상장?"…"쉽지 않을 것"

    미디어 콘텐츠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에이투지의 고밸류 상장 추진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내 콘텐츠 산업이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실적도 뒷받침 되지 않고 이른바 '슈퍼 IP(지적재산권)'가 부족한 기업이 과연 수천억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실제 에이투지보다 매출 규모 등 몸집이 큰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뉴(NEW)'도 지난 2014년 코스닥에 입성했지만 지난 19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640억 원대에 불과하며 캐릭터 '캐치! 티니핑'으로 유명한 글로벌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SAMG엔터테인먼트'도 올해 1,000억 원대 매출이 예상되지만 시가총액은 1,100억 원대에 그치고 있다.

    업계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는 “'K-팝'과 'K-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성공하면서 당분간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장밋빛 전망들도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시장이 포화 상태인 데다 갈수록 경쟁까지 심화되고 있어 과거와 같은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탈(VC)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국내 주식 공모시장도 갈수록 경색되고 있다”며 “에이투지의 경우 적자가 지속되는 등 재무 상태가 좋지 못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상장 난이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