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계엄 체포 우려 … 승계 명단 20여 명 작성국회 진입 후 작성 … 체포 시 언론 공표 지시"공표해야 민주당이 국민과 싸울 수 있어""적절 대처" vs "일극체제 민낯" 평가 엇갈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상계엄이 발동된 지난 3일, 자신의 체포를 염두에 두고 대표직을 승계할 인사들의 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급박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자신을 대신할 당권자를 지명한 셈인데, 당내에서는 비상 상황에서 빠른 상황 판단을 했다는 견해와 일극체제의 단면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26일 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곧바로 국회로 이동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한준호 의원실로 이동한 이 대표는 자신이 체포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20여 명의 이름이 담긴 '대표 승계 명단'을 작성했다. 이 자리에는 한 의원과 민주당 대표 수행실장인 김태선 의원 등이 배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이 명단을 김 의원에게 전달하고 자신이 체포되면 이를 언론에 공표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표는 "(승계 명단을) 공표해야 민주당이 국민과 끝까지 싸울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계엄 당시 당국의 체포 명단에는 민주당 이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 수석최고위원,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계엄 당시 급박했던 상황에서 이 대표의 행동을 두고 신속하고 적절한 대처라는 평가와 함께 '1인 정당'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상반된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시 계엄이 급박하게 전개되던 상황이라 당연히 당대표로서 자신이 사라지면 누군가 당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면서 "계엄이 계속되면 정치 행위가 일절 금지되는 상황에서 이런 준비는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반면 당헌에 따른 당대표 궐위 시 절차가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임의로 20여 명을 나열한 것은 민주당의 일극체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도 있다. 당헌에 따른 승계 순위에 따른 대행 체제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임의로 승계 순위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대표 궐위 시 원내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의 득표율 순으로 대표 권한을 승계하고 이후 전당대회를 치르도록 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당에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비대위를 구성하면 된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스스로 민주당의 오너라고 생각하는 것이 은연 중 행동으로 나온 것"이라며 "과거 계엄에 시달린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YS(김영삼 전 대통령) 정도 급으로 본인을 격상시키고 하나의 스토리가 만들려 한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3일 오후 10시 23분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14일 오전 1시 1분 국회 본회의에서 출석 190명 중 찬성 190명으로 해제요구안이 가결되면서 무산됐다. 계엄 선포 2시간 38분 만이다. 오전 4시 27분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계엄 해제를 선언했고, 3분 후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됐다.